<지역보존프로젝트, ‘기록해서 남기자!’> 4편, 그리운 풍습, 회최

8월 24일(토), 합천댐 건설로 일부 수몰되고 남은 아담한 마을인 봉산면 도곡마을에 사는 김정자(여76세) 어르신을 만나 잊혀져가는 독특한 풍습, ‘회최’에 대해 들었다. 이 풍습은 이 지역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마을 결집에 대한 요구와 힘든 농사일에 대한 노동격려를 하는 복합기능 모임이다.
김정자 어르신에 따르면, 회최는 봄철에 못자리가 끝난 뒤 마을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노래와 춤, 음식으로 즐기는 대동놀이다. 지금처럼 비닐이용 보온숙성이 아닌 노지못자리에 씨앗을 뿌려놓고, 약 한 달 반 뒤에 올 본답 모내기를 비롯한 힘든 일을 앞두고 했다. 마을 큰어른들이 모여 회최날을 택일하면, 마을 상포계 유사가 집집이 돌면서 각각 형편에 맞게 쌀이나 돈을 거두어서 잔치음식을 준비했다. 촌장(장수어른)의 허락이 있고 마을상포계기금이 풍부할 때는 돼지를 잡기도 했다.
전해오던 이야기로는 남녀가 따로 회최를 해왔으나 김정자 어르신은 “남녀노소 없이 함께 어울러서 먹고 마셨다.”고 기억했다. 북, 장고, 꽹과리, 소고, 징 등으로 흥을 돋우며 노래했고, 마을 앞 큰 느티나무(수령 450년 추정) 아래 공터에 큰 원을 그리며 돌면서 춤추고 해가 지도록 놀았다. 정월 보름날 놀다가 보관한 짚으로 만든 동아줄 그네를 걸기도 했다. 노인들은 구경을 하거나 따로 모여 놀다가 일찍 귀가한다. 갓 시집 온 사람이라도 마음껏 놀았고 보통 때는 어린애 젖 물림도 무척 어려웠지만 이날만큼은 어른들께서 오히려 피해 주시면서 편히 쉬도록 배려를 했으니 씨족부락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 추억했다.
또래끼리 모여 하던 천엽(川獵)이라는 물고기 잡는 풍습은 힘든 노동 뒤 잠시 짬을 내서 하는 일이라면, 회최는 앞으로 힘든 일을 할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는 의미가 담겼다. 더불어 마을의 누가 아프거나 초상 등 우환이 있어서 농사일을 제때 못할 경우를 서로 살펴서 울력으로 제때 농사가 되도록 의논하는 자리였다. 당시 유사는 동회(洞會), 상포계(喪布契)를 운영했는데 구장, 반장보다 적극적이었다.
보통 그네는 단오절 놀이로 알려져 있는데, 회최날 그네를 탔다는 얘기를 들으니, 한양이나 평야지대가 아닌 척박한 환경을 살아온 지혜인가 싶어 가슴 먹먹해진다. 여유 있는 집에서는 쌀말이나 내고 어려운 사람은 물품을 내지 않고 노력 봉사를 해도 누구 하나 군말 없었다는 그 풍습이 그립다. / 한봉수 시민기자
지역의 전설, 오래된 인물(위인), 오래된 단체 등을 찾아 우리 지역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고 발굴하는 취재에 나선다.(본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