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魂), 백(魄) – 정개모 문해강사
귀신은 존재하는가? 인간 사후 존재 여부에 대하여는 종교마다 각기 엇갈린 논리로 설명하고, 실제 죽었다 살아온 사람이 없고 사후 세계를 과학적으론 어떠한 자료도 존재하지 않아 입증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은 반드시 죽는다는 필연적인 진리는 존재한다. 이러한 죽음에 대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길흉화복을 미리 점쳐보는 주역을 살펴보면 스스로 신의 존재감을 엿보게 된다. 이는 미신도 현실도 아닌 자연과학이라 감히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느 날 공자를 삐딱하게 보는 제자 재아(宰我)가 “귀신이란 말을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도대체 귀신은 무엇이며 왜 제사를 지내는지 잘 모르겠다”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사람만이 천지만물의 신령스런 영장으로서 천지인(天地人), 즉 하늘과 땅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은 하늘의 혼(魂)과 땅의 백(魄)이 합쳐져서 인(人)이 된 것이므로, 백(魄)의 땅은 죽어 유형으로 땅으로 사라지므로 땅에는 술을 붓고, 혼(魂)의 정신은 죽어 무형으로 하늘로 펼쳐지므로 하늘에는 향을 피워 혼·백(魂·魄)을 함께 불러 신령한 영혼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다”고 설명하였다. 누가 들어도 논리적 근거에 의한 가르침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공자의 성인다운 훈도를 듣고 보니 넋에 대한 상당한 접근성이 있어 보인다. 한데 귀신 귀(鬼) 자를 잘 살펴보면 사람의 모양으로 보이며 혼(魂) 자나, 백(魄) 자 모두 귀신 귀자에 변이 붙어 있다. 얼굴과 머리 눈이 있고 다리가 두 개 보인다. 즉 사후 영혼이 있기에 넋 백(魄), 넋 혼(魂) 두 글자를 통해 넋의 존재를 암시하지 않았나 싶다.
유교를 창시한 공자는 삼천여 제자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대답하는 자체만으로 피곤했을 것이다. 어느 날 별로 공부도 잘 못하는 제자 자유(子遊)가 공자에게 질문을 한다. “지금 백성들은 효도, 효도 하는데 참된 효도란 무엇인가요”하며 질문을 한다. 이에 공자는 “효도란 부모님께 삼시세끼 밥을 챙겨드리고 목욕시키고 아프면 약 드리는 걸 효도라 생각하는데 진정한 효도란 마음에서 우러나는 경(敬)이 있어야 하느니라. 집에서 키우는 개, 돼지도 삼시 세끼 밥 주고, 아프면 약 주고 심지어는 목욕까지 시켜준다. 이런 봉양은 개·돼지 봉양과 뭐가 다르냐. 경(敬)이 없는 가식적인 효도는 진정한 효도가 아니니라”고 정말 성인다운 명답으로 훈도하였다.
진정한 경(敬)의 효도인지, 불승감모(不勝感慕) 정성어린 제사인지, 사람의 양심을 꿰뚫어 볼 수는 없지만 하늘이 내려 보고 땅이 쳐다보고 있다. 이에 공자의 어록은 한 개 틀림이 없으니 지금까지도 유교의 전통적 학문으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