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주돈이(周敦頤)와 애련설(愛蓮說) – 권해조 논설위원
지난 해 7월에 한학(漢學)을 공부하는 회원들과 중국 강서성 (江西省) 남창시(南昌市),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응담시(鷹潭市), 그리고 세계문화유산 구강시(九江市)의 여산(廬山) 일대를 답사하였다. 이 지역은 정토종(淨土宗)이 시작된 중국 제일의 불교문화 중심지였으며, 성리학의 발상지이다. 응담시 상청고진(上淸古鎭)은 도교(道敎)문화의 중심지이며, 여산에는 6-8세기에 걸쳐 많은 도가(道家), 시인, 학자들이 살았다. 위진(魏晉)시대 전원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을 비롯하여, 당나라 시선(詩仙) 이태백(李白: 701-762), 만당(晩唐)의 사회파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 소동파(蘇東坡), 왕안석(王安石), 주희(朱熹) 등 여산을 소재로 한 1,500여 명의 4,000여 편 시가 있다.
특히 이번에 이태백의 시로 유명한 산첩천(三疊泉)폭포, 백거이 유배지 초당(草堂), 중국에서 최고 서원으로 알려진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과 태극도설(太極圖說)의 창시자 주돈이(周敦頤, 1017-1073) 묘소와 기념관, 도연명의 묘소와 기념관, 남창의 등왕각(騰王閣), 파양호(鄱陽湖)의 구강심양루(九江潯陽樓)를 답사한 것이 큰 보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주의 원리와 인성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새로운 유교이론을 개척한 주돈이의 학문세계를 이해하는데 보람이 되었다. 주돈이는 도가와 불교의 비현실적인 이론은 버리고 주요 인식과 개념을 수용해 유교의 근본정신을 탐구하여 새로운 철학세계를 수립한 성리학의 전신인 도학(道學)을 창시한 사람이다. 그의 이론은 수신(修身)을 바탕으로 하는 수양론(修養論)이 근간이며, 근본명제는 성즉리(性卽理)이다. 이에 반해 양명학(陽明學)은 심즉리(心卽理)를 명제로 삼는다.
주돈이는 북송 때 관리이자 문학가로서 자는 무숙(茂叔), 호는 염계(溓溪), 시호는 원(元)이다. 도주(道州) 영도현(營道縣) 출신으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용도각 대학사였던 외삼촌 정향(鄭向)의 집에서 양육되어, 1036년 20세에 홍주(洪州) 분녕현(分寧縣) 주부를 거쳐 복건성 남안(南安)의 사법관을 맡았다. 이때에 정향(程珦)이 부임하여 주돈이의 인품과 학문에 경의를 표하고 아들 정호(程顥)와 정이(程頤) 형제를 주돈이에게 배우게 하였다. 그 후에 각도의 지사를 거쳐 말년에 성자현(星子縣)에 머물다가 여산 연화봉(蓮花峰) 아래 집을 짓고 은거하면서 집근처 개울을 염계라 불렀고, 이는 자신의 호가 되었다.
주돈이의 대표적 저서로는 「태극도설」과 「통서(通書)」가 있으며 후학들이 ‘주자전서(周子全書)’란 제목으로 엮었다. 그리고 그의 문학작품인 군자의 덕을 연꽃에 빗대어 표현한 ‘애련설(愛蓮說)’이 후대까지 전해오며 중국의 한문학을 대표하는 글로 평가받고 있다. 송원공주염계묘원(宋元公周溓溪墓園) 안에 있는 애련당(愛蓮堂)과 묘소비석과 주돈이 동상에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새겨져 있다.
‘水陸草木之花 可愛者甚蕃, 晉陶淵明 獨愛菊 自李唐來, 世人 甚愛牧丹’ (물이나 육지의 풀과 나무의 꽃으로 사랑스러울 만한 것이 매우 많은데, 진나라의 도연명은 오직 국화를 좋아하였고, 당나라 이후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꽃을 좋아하였다.)
‘予獨愛蓮之出於淤泥而不染, 濯淸漣而不夭, 中通外直, 不蔓不枝, 香遠益淸, 亭亭淨植, 可遠觀而不可褻翫焉’ (나는 연꽃이 홀로 진흙에서 나왔으면서도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기면서도 오염되지 않으며, 속이 비어있고 겉이 곧으며 덩굴도 뻗지 않고, 가지도 치지 않으며,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고, 우뚝이 깨끗하게 서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 있어 부담 없고 싫지 않기 때문에 사랑한다.)
‘予謂菊 花之隱逸者也, 牧丹花之富貴者也, 蓮花之君者也, 噫 菊之愛 陶後 鮮有聞, 蓮之愛 同予者何人, 牧丹之愛 宜乎衆矣’ (나는 생각하건대 국화는 꽃 중의 은자이고, 모란은 꽃 중의 부귀한 자이며, 연꽃은 꽃 중의 군자라고 여긴다. 아! 국화를 사랑하는 이는 도연명 이후에 또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드물며, 연꽃을 사랑하는 이는 나와 같은 자가 몇이나 되는가? 모란을 사랑하는 이는 당연히 많으리라.)
애련설은 염계선생이 말년에 여산에서 지내면서 지은 산문이며, 전반부는 연꽃의 고결함을 묘사하고, 후반부는 연꽃과 국화와 모란을 비교하고 있으며, 모란은 부유한 자, 국화는 현명한 자, 연꽃은 군자로 평가하면서 국화와 연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애련설은 우리나라에도 창덕궁 후원의 애련지(愛蓮池)와 애련정(愛蓮亭)에 그 이름의 흔적이 남아 있고, 오늘날 우리사회에도 경종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