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반세기 전 어느 전경의 신병 훈련실화 (6) – 정병수 재경합천문인회 회원
내가 시범 케이스가 되다니
중대별 소대별 분대별로 순서대로 내무반에 들어서자, 그간 듣던 군 내무반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며 이곳에서 훈련받을 고생을 상상하고 있는데, 언제 조교가 따라 왔는지 좌우 양 내무반의 중간 복도에 서서 침상 끝에 일렬로 세우더니 기합이다. 이 정도의 기합 정도는 예상한 것이다. 여기가 전쟁에 대비하는 병력을 훈련시키는 곳이니 긴장해야 하니까. 그런데 눈이 부리부리한 조교가 내 앞에 서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명령을 내린다.
“너, 훈련병!”
“예, 훈련병 정병수”
“너는 지금부터 향도를 맡아!”
향도는 학급의 반장 격이다. 순간 ‘군대에선 중간만 해야 편하다’는 말이 떠올라 큰 소리로 말했다.
“전 능력이 없어 향도를 맡을 수 없습니다.”
“뭐라고? 너 지금 뭐라고 했어?” “향도를 맡을 수 없다고…….”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 새끼가 지금…”
주먹으로 맞고 발로 수없이 차여 반 기절을 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구타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아픔과 서러움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조교는 직성이 안 풀렸는지 기어이 나에게 2 분대장을 맡긴다. 내가 맡은 2 분대의 주요 업무는 중대원 전원이 사용하는 화장실 청소 담당이었다. 향도를 거부한 죄는 생각보다 직접적이고 아프게 다가 왔다. 분대 대원들이 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아프다며 오는 대원들의 훈련화에 묻은 흙 등으로 깨끗해질 순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화장실에 못 들어오게 할 수도 없지 않는가? 급하게 볼 일을 보다보면 본의 아니게 화장실이 지저분 해지니 구조적으로 지적 받을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분대장이 대표하여 질타를 받거나, 때로는 몽둥이질을 받아야만 했다. 언제 생길지 모르는 공포의 연속이었다.
오후에는 관물 정리에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는데 생각 외로 관물 정리가 어려웠다. 그것도 정해진 제 시간 안에 해야 하고 또 다 떨어진 옷을 입다 보니 헤어진 곳은 바느질로 다 기워야 했다. 그래도 지구는 돌고 돌아 하루는 가고 있었다. 지구의 자전은 북위 37도를 기준으로 볼 때 초속 400m이고, 공전은 초속 30km라고 하지 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