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50주년 기념여행을 떠나면서 – 정병수 공인회계사
안녕하세요? 입학 50주년 기념여행이라고 하면서 버스를 타니 조금은 흥분되지요? 이번 행사를 해야되겠다고 발상은 이미 오랫 전에 했지만 그 후 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서 그만 계획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자원해서 총무를 하겠다고 도움을 나서는 친구도 있어 오늘 여기까지 왔습니다. 2박3일간 남해안 일대를 돌 때 많은 추억을 만들기 바랍니다.
들리는 소문으론 고등학교 졸업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행 등 이벤트를 한다는 소리는 들어 봤지만, 대학 입학 50주년을 기념하여 동기생 모두가 이벤트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연세대학교에도 우리 과를 빼고는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그 만큼 이번 행사는 의미가 큽니다. 공교롭게도 칠순이 되는 자도 많아 겸사겸사 하는 여행이기도 합니다. 건강해서 9988234하시길 축원합니다.
제가 모교에서 30여간 근무할 때 사무실은 민족 시인 윤동주가 한 때 거처했던 옛 기숙사 건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건물 앞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로 시작하는 서시(序詩) 시비가 있어 마음이 울적할 땐 찾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래도 추억속으로 달려가는 것이 순리일 듯 합니다. 그래서 제가 윤동주 시인의 시, “별헤는 밤”을 일부 개사해 회장으로서 인사에 갈음하고 여러분과 호흡을 같이 하고자 합니다.
별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친구를!
친구여, 나는 별 하나마다 대학 1학년 때 한 교실에서 공부했던 기억과 간혹 생각나는 추억을 더듬어 이름을 불러 볼까 합니다. 아 참! 어떤 친구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제가 그 친구들을 호명할 때 조용히 고개숙여 묵념해 주기 바랍니다. 이영우, 조수철, 노승철, 김용군, 장건상, 이경학
다음으로 이 버스에 탄 22명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제가 불러 보겠습니다.
- 강건 학생은 우리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 했나 봐요. 왜냐하면 출석부 제일 먼저 이름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1학년 경제원론 시간에 종종 지각을 그것도길어야 1분인데 최호진 교수로부터 야단 많이 맞았지요? “너 경기고등학교 출신 맞아?”라고요.
- 강철준 학생은 우리 반에서 유일한 제주 출신이지요. 교수님이 호출할 때 좀 늦더라도 언제나 무사통과 되었다죠. “너 왜 늦었어?” 하면 “죄송합니다만,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라고 하면 만사 오케이였다네요. 내가 1학년 여름에 제주도에 놀려갔다가 우연히 만나, 어디 가느냐? 고 물었더니 다방 DJ하려 간다며 총총 걸음을 하던 그 친구가 지금 대학 총장이라니!
- 김도경 학생은 우리가 대학에서 전공을 하나 하기도 힘드는데, 생물학과 경제학 두 전공을 하다니? 재학 시절 연희동 집으로 우리 복학생을 초대한 기억과 졸업도 하기 전에 교내 교회에서 결혼식을 한 유일한 학생이었답니다.
나머지 19명은 시간 관계상 생략합니다만, 에피소드를 공유하기를 원하는 친구들은 개별 면담 허용합니다.
공자는 노요지마력 (路遙知馬力) 일구견인심 (日久見人心), 즉 먼길을 가봐야 그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흘러야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반세기를 지내고 보니 모두 좋은 친구들입니다. 향후 2박3일 동안 여러분의 가슴에 좋은 추억을 새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