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복지! 무조건 늘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이호석
논설위원

경상남도는 지난 6월 경남 미래 50년과 서민복지중심을 목표로 하는 행정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홍준표 도지사 취임 당시, 경상남도에 1조 3천억 원이 넘는 채무가 있어 이자를 갚는데 매년 많은 혈세가 들어갔다고 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홍 지사는 부채 없는 경남도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불요불급 사업을 억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올해 채무 제로 원년을 만들었다.
예부터 ‘빚이 있으면 남의 살림을 산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부 기관도 빚이 있으면 그 빚과 이자를 갚느라 본 살림을 제대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빚 없는 경상남도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앞으로의 도정 목표를 경남 미래 50년을 위한 연구개발 강화, 첨단산업 육성 등과 함께 서민복지중심의 행정을 펴겠다며 이에 걸맞은 조직개편까지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홍 지사가 재임 동안 빚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선심성 사업을 많이 하면 도민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를 마다하고 빚부터 갚아 후대의 부담을 덜어준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지역 발전을 지양해가며 또 다른 업적을 쌓기 위해 무리한 빚 갚기를 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개인도 빚이 있을 때는 가족의 씀씀이를 줄이고 빚부터 갚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통계에 의하면 아직도 우리나라 복지가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문다는 발표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리나라 복지가 이제 상당한 수준에 와 있고, 부분적으로는 과도한 면도 있지 않나 싶을 때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예산 376조 원 중 약 30%인 115조 5천억여 원이 공적인 연금과 건강보험 등을 포함한 복지예산으로 집행되었고, 내 고장 합천군도 올해 총예산 약 4,400억 원 중, 약 13.5%인 590억여 원의 많은 돈이 복지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경로당 운영지원 등 노인생활 지원으로 380억여 원이고, 그다음으로 아동복지 및 보육시설운영 지원 73억여 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지원 72억여 원, 각종 장애인 생활안정 지원 등의 순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필자는 평소 우리나라 복지정책 시행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다수 복지정책이 진정으로 국민 삶 향상을 위하거나 적재적소 투자,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기보다는 주로 선거 때 표를 의식한 공약으로 정책이 만들어져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꽤 높아져, 예전에는 감히 생각지도 못할 정도의 복지가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수혜자 대부분은 복지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기보다는 표를 주고 마땅히 받는 결과물로 잘못 생각하거나 제원은 생각지 않고 무조건 더 많은 복지를 원한다. 그리고 항상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은 재정의 건전성과 나라의 장래는 조금도 생각지도 않고, 복지라는 명목으로 퍼주기를 예사로 한다. 자기 돈은 단돈 만 원도 아끼는 위인들이 국민 세금 낭비는 예사로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노인 복지 실태를 보면,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비롯하여 각종 노인 일자리사업 시행, 전국 읍면동에 운영하고 있는 노인 종합 복지시설과 6만 4천여 개의 마을 경로당 건립과 운영비 지원, 각종 문화유적지나 국가시설 무료이용, 병원 및 약국 이용 시 지원 등 많은 복지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합천군은 경남도내에서 유일하게 경로당 운영비와는 별도로 상당 금액의 부식비를 지원하여 이용자들이 때로는 밥도 같이해 먹게 하고 있다.
이렇게 노인들에게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은 나라 경제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시책도 있지만, 이들은 일제강점기와 6,25동란, 그리고 보릿고개의 그 어려움 속에서 오늘이 있게 한 장본인들이므로 그에 대한 보답의 성격도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의 복지 예산이 담당공무원의 부정행위, 노인들의 병원이나 약국 이용 남용, 병원이나 약국의 부당한 청구, 일부 마을 경로당이 불합리한 운영으로 주민 갈등과 불화의 원인이 되는 등 그 부작용도 많다. 이러한 모습 등을 보면 복지를 무조건 늘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 철저한 관리 감독과 건전하고 공평한 시행이 우선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출생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머잖은 장래에 생산 활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나라 경제가 매우 어려워져 복지도 줄여야 할지 모른다. 모든 정치인이 출생률 저하를 걱정하면서도 노인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은 오로지 표를 의식하는데도 원인이 있다. 이제 정치인들도 얇팍한 생각을 버려야 하고, 노인들도 무조건 복지 향상을 요구하기보다는 자제하고 양보하여 국가 장래를 위해 젊은이들의 일자리 늘리기와 출산 장려에 과감히 투자하도록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