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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는 고집쟁이 예술가를 만나다(1)| -농파(聾坡) 리영성 시조시인 문학인터뷰

“문학은 내 숨쉬기였습니다”

지역에서 예술로서 한평생 살아가는 고집스런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예술관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첫번째 코너로 지역 문학계 원로이며, 합천의 은자로 살아가는 리영성 시조시인을 모시고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대담: 손국복 전예총회장(합천문학편집장), 최병태, 정유미 시인

1. 시인의 삶에 있어 문학이란 무엇이었습니까? 온갖 어려움에도 문학을 놓지 않았던 생명력은 무엇이었습니까?
문학은 내 숨쉬기 였습니다. 6.25동란 이후 전 시가지가 페허가 된 진주에서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은 독서였고 책읽기는 저와 친구들(신찬식 시인, 정목일 수필가 등)을 문학의 길로 데려갔습니다. 가난해서 악기나 물감을 살 수 없는 우리는 연필로 쓰는 예술 즉 문학 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요.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8.15해방, 3.15부정선거. 4.19 학생의거. 5.16혁명. 월남파병. 중동근로자 수출 등 역사를 몸으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저희 세대는 문학만이 숨통이었습니다.

2. 그동안 작품의 성향은 어떤 변화의 과정을 겪어왔습니까?
2~30대에는 과학의 발달로 인한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점령하는 비극에 관심을 많이 가졌더랬습니다. 40대 이후는 인생은 결국 너가 아닌 나의 문제라는 것을 생각하고 내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쳐다보는데 시간이 갔지요. 50대 이후는 자연이 내게 주는 가르침을 적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70이 넘어면서 불만하던 지난 삶이 행복이었다 느끼며 내가 사는 고장과 내가 믿는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노래를 써보려 합니다.

3.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시조시인으로서 현재 한국시조의 흐름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문단을 대표하는 시조시인이라는 말은 가당치 않습니다. 시조가 좋아서 쓰고 있을 뿐 스스로 시인이라는 호칭도 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1967년 제가 시조문학에 등단할 때에만 해도 전국에 시조시를 쓰시는 분이 50명도 되지 않았는데 50년이 지나 근 1,000명에 가깝게 문협이나 시조시인 협회에 등록된 사실에 경탄하며 박수를 보냅니다. 전 국민이 시조를 쓰는 날이 오기를 앞서가신 선배님들이나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4. 본인의 작품에 사회적 현상(목적성)을 표현하는 특별한 의도가 있습니까?
저는 예수를 믿고 있습니다. 이웃사랑하기를 네몸 같이 하라. 하나님 앞에서는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배웠지요. 그래서 저는 자유민주주의를 믿습니다. 독재, 역사왜곡, 부정부패, 자연훼손, 집단이기주의가 없는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바라며 이에 반대요소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시로 나타날 뿐입니다.

5. 시조의 정형성이 변화·변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시인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시조는 ‘시절가’라고도 불렸지요. 고시조에서 근대시조까지 평시조, 엇시조, 사설시조의 형태가 형성돤 것은 자연적인 흐름이지, 인위적으로 된 것은 아니지요. 현대에 와서 절장(단장, 홑)시조, 양장시조, 겹시조 등 형태면의 실험이 나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론에 걸맞는 좋은 작품이 나오느냐가 문제겠지요. 시조는 우리 민족의 국민시요 전통시로 자리 매김해 왔다는 것입니다. 변화-변용이 독자의 정서 속에 살아남는다면 절로 시조문학속에 수용되겠지요.

6. 시나 시조에서 이미지 또는 표현의 난해성이 독자와의 소통을 갈수록 어렵게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가능한한 쉬운 말로, 한글 위주의 시조를 쓰려고 합니다. 문학은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남에게 보이려는 글은 독자에게 난해성을 주어서는 작가와 독자의 괴리는 당연하겠지요. 추상화도 명작은 시민의 박수를 받지요. 난해한 착상과 난해한 표현은 구분, 평가되리라 봅니다

7. 앞으로의 삶과 문학 활동은 어떻지 전개될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젊은 시절에 몸 바쳐 내가 속한 사회에 헌신하면 인생은 한편의 시가 되리라 생각 하고 산 적이 있었지요. 그래서 시조쓰기를 멀리 한 적이 있습니다. 부지런히 쓰야지요. 남은 시간. 시집 두어권 분량의 원고를 정리하고 았습니다. 여력이 되면 출간해 보려고요.
노래로 불리우는 시조를 꿈꾸어 보기도 하지요.

리영성(李英成)_호 농파(聾坡)
경남 진주 출생
▲<성에>동인 ▲<전원문학>동인
▲1964년 제15회 <개천예술제> 시조 대학일반부 장원
▲1965년 제16회 <개천예술제> 시조 대학일반부 장원
▲1967년 <시조문학>추천완료(월하 이태극 박사)
▲진주문인협회 사무국장 ▲<문예정신>편집장 역임
▲2011년 성파시조문학상 수상
▲2012년 경남문협 우수작품집상 수상
▲시조집<이름모를꽃>(1979.형설출판사)
사화집 <합천호 맑은 물에 얼굴 씻는 달을 보게>(김해석·이동배 공저)
▲2004.월간문학출판부)시조집 <연습곡, 사랑>(2011.동학사)

<우리는 산이 되어>

우리는 산이 되자 만나지 못하지만
내 품에 당신 품에 찾아 든 이 안아주면
하늘은 햇빛을 내려 함께 키워 주겠지

봉화대 쌓아 올린 높은 산이 아니어도
아침 저녁 사람들이 웃고 찾는 산이 되자
철 따라 꽃이 피었다가 열매들이 맺히는

우리가 산이 되면 다시는 못 만나도
지심(地心)에 발 굳히고 가슴 열고 서 있으면
아는 이 오고 가면서 살펴 본 뜻 읽겠지

<자 문(自問) 1>

잎이 지네
지는 잎은
지고 싶어 지는 걸까

떠나네
가는 이는
가고 싶어 죽는 걸까

해 뜨네
숨 쉬는 것들
살고 싶어 숨 쉴까

<얼굴>

다시 한 번 고운 아미(蛾眉) 입술을 대고 싶다
눈감고 파르르르 떨면서 눈을 감던
호수에 바람이 부니
구름 밀치고 나온 님,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