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다람쥐가 있는 풍경 – 문경자 논설위원
생김새는 쥐와 비슷하다. 하늘 다람쥐 날다람쥐도 있다. 쥐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는 동물이 아니지만 다람쥐는 그와 반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가까이서 보는 것은 어렵지만 어쩌다가 동물원이나 산에서 만나면 옛 친구를 보는 것처럼 반갑다. 나무를 잘 타는가 하면 뺨 속에 주머니가 있어 먹이를 운반하여 굴 속에 겨울 먹이를 저장하기도 한다. 다람쥐는 나무 위에 둥근 집을 짓고 사는데 사람들은 그곳을 관찰 해보기도 한다. 나무를 타고 다니거나 내려올 때는 머리를 아래로 하고 달음질 치면서 내려온다. 우리도 흉내를 낸다고 나뭇가지를 잡고 장난을 치다가 상처를 입기도 하였다. 땅 위를 달릴 때는 깡충깡충 뛰면서 달린다. 듣기 좋은 말은 다람쥐처럼 빠르구나 하는 말이다. 어머니가 심부름을 시키면 잽싸게 달려 갔다 오면 다람쥐같이 빠르네 하고 칭찬을 들을 때가 기분 좋았다. 다람쥐 꼬리에는 털이 많다. 그 털로 목도리를 하면 얼마나 따듯할까! 털의 색깔은 여름과 겨울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성질이 온순하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요즈음은 애완용으로도 많이 기른다.
다람쥐는 산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놀이를 하면서 살았다. 그렇게 사는 다람쥐가 부러울 때도 있었다. 어머니는 공부해라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고 하지만 우리는 다람쥐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다. 가끔은 다람쥐를 괴롭히는 짐승들도 나타나 무섭고 겁을 먹을 때도 있었다. 산에 와서 나무를 한다 거나 약초를 캐는 사람들 때문에 놀라기도 하지만 잘 피해 다니면 그 뿐이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고 있다 가는 낭패를 당하는 수도 있어 항상 조심을 해야 한다. 나무 위에 올라가 망을 본다 거나 그 곁을 한번 슬쩍 스쳐보는 가 보는 것도 재미있는 놀이의 일종이었다. 까불까불 하다가 같이 살던 내 친구가 잡혀가는 것을 보았다. 재주를 잘 부리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했던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한 손에 붙들려간 친구 다람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 집에서 살고 있는 다람쥐 소식이 궁금했다. 그저 그렇게 지내고 있다는 말을 솔바람이 들려주었다.
다람쥐를 데리고 온 사람은 마음이 착하고 부모 형제 이웃들 과도 사이가 좋은 사람이었다. 그 집안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다. 한눈으로 보아도 가족들이 10여명은 되었다. 큰 기와집에 나무로 만든 뒤주가 두 개나 있고, 집 뒤 안은 감나무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내가 살던 곳을 연상하게 하였지. 소 마구간에는 눈이 멀뚱멀뚱한 누른 암소가 송아지에게 젖을 물리고, 윤기가 흐르는 털을 가진 염소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 대고, 암 닭은 병아리를 데리고 축축한 땅을 파서 지렁이를 물고, 순하고 예쁜 토끼는 토끼장 안에서 주인이 뜯어 다 준 칡 잎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누렁이는 먹다 남은 밥과 국물을 팍팍 먹는데 군침이 당겼지. 돼지우리에는 한 달 된 암 돼지가 열 마리나 되는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서로 먹겠다고 꿀꿀 하는 소리도 들렸다. 가족들은 그들을 위해 열심히 먹이를 챙겨주고 같이 살아가는 모습도 좋았다. 집안 구경을 하고 있는데 젊은 남자는 자기 조카를 위해서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들어서 형수한테 자랑을 하고 싶은 모양이라 두고 보자 했다. 나무토막과 쳇바퀴를 가지고 몇 분 만에 훌륭한 집을 만들어 나를 그 속에 집어넣어 주었지. 나는 쳇바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발을 올렸는데 어쩌나 쉬지 않고 뱅글뱅글 도는지 어지러워 미치는 줄 알았지. 멈출 수가 있어 야지. 누군가 나를 좀 꺼내 주었으면 해도 말이 안 통하니 점점 심해지는 두통에 구역질이 나려고 했다. 이런 세상을 살아 보기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라 지치고 힘들었다. 그 와중에 젊은 남자는 눈이 크고 얼굴이 뽀얀 아기를 데리고 와서 내가 재주 부리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기가 방긋방긋 웃었다. 나는 더 신나게 돌렸다. 도토리나 밤을 까 먹는 모습을 보고 귀엽다고 가족들이 다 몰려와서 보고는 잘 한다고 박수까지 받았지. 형수는 시동생에게 고맙다며 아기가 좋아하니 다람쥐가 사랑스럽다고 하였다. 동네 아이들도 모여 들었다.
산골에서 자란 동네 친구들은 다람쥐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키워 보자고 하면서 뒷동산을 오르내리곤 하였다. 산골마을에는 어린이 놀이터나 가지고 놀 장난감도 없었다. 산에 오르면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와 목화송이 같은 구름도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았다. 산이나 들이나 다람쥐처럼 나무도 타면서 놀았다. 산은 여러 가지 산새들 울음소리, 바람이 불면 잎들이 부딪혀 내는 소리도 정겨웠다. 우리는 그 소리에 맞추어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하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혹시 다람쥐가 어디서 나올까 하고 조용하게 숨을 죽이고 기다려 보기도 하였다. 그 때 갈참나무 이파리가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다람쥐가 나타나면 뒤쫓는 상상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 놀이였다. 우리의 생각이 통했는지 마침 그때, 조그마한 몸집의 다람쥐가 바위 앞에 나타났다가 우리를 보고는 갈참나무 사이로 쏜살같이 도망을 쳤다. 조그마한 것이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그 뒤를 쫓다가 넘어져서 작은 돌 조각이 박혀 무릎에 피가 났다. 다른 때 같으면 피를 보고 무서워서 동네가 떠나 갈 듯이 울었을 텐데 꾹 참았다. 어머니가 알면 무척 화를 내면서 다시는 그곳에 가지 말라고 했을 텐데. 지금 생각 해봐도 위험한 놀이였다. 다람쥐가 나타나지 않았다. 심심해 알밤을 주워 붉은 겉껍질을 까고 속껍질까지 벗겨냈다. 약간 떫은 맛도 나고 고소한 맛도 있어 간식으로 먹었다. 다람쥐가 밤 냄새를 맡고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다람쥐가 밤을 까는 흉내도 내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도토리가 우리 앞에 떨어졌다. 여기는 꼭 나타날 것 같은데 목을 빼고 주위를 둘러 보아도 다람쥐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허탕을 치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새까만 눈을 가진 다람쥐가 재빠르게 달아나는 것을 보고 죽을 힘을 다해서 뛰었지만 놓치고 말았다. 어떻게 다람쥐를 잡냐 우리 동네 있는 다람쥐나 보러 가자 하고 그 집으로 갔다.
다람쥐 집이 통째로 없어졌다고 소문이 돌았다. 범인을 찾아 내기는 어려웠다. 동네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잘 못하다 가는 큰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다니면서 확인도 못하고 그저 손을 놓고 있었다. 혹시 못된 짐승이 와서 잡아먹었다면 털이라도 남았을 텐데 애지중지하던 다람쥐가 그렇게 행방불명이 되다니 몰래 카메라가 있었다면 당장에 잡았을 범인을 못 잡고 보니 모두 허탈감에 빠졌다. 다람쥐를 데리고 온 시동생은 혼자 고민을 하였다. 다람쥐가 돌리는 쳇바퀴 소리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시골집에 들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다람쥐 이야기도 하면서 웃었다. 막내시동생은 그때 범인을 잡았어야 했다면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어른이 되어도 귀여운 다람쥐는 내 마음 속에 있다. 지금도 산을 오르면 가끔 만나는 아기 다람쥐가 고향의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다. 사람을 무서워 하지도 않고 가까이 와서 재롱을 떠는 다람쥐. 다람쥐 노래도 불러본다.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 번 넘으렴. 팔딱 팔딱 팔딱 날도 참말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