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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 생활은 가장 숭고하고 귀중한 시간이다

우리 사회에는 온갖 이유로 신성한 국방의무를 회피하고, 자기의 부귀영화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면서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고위 정치권이나 부유층과 그 자녀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들은 흔히 군 생활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청춘기의 한때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허송 기간으로 생각하거나 군 생활의 구속된 생활을 무조건 피하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병역을 기피한 그들을 보고, 군에 가는 사람들은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만 간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예사로 나온다. 우리나라가 진짜 그런 나리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군 생활 기간이 과연 청춘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허송세월일까? 필자가 군 생활을 한 지는 벌써 50여 년이 되었고, 아들 삼 형제도 공교롭게 육·해·공군으로 모두 현역으로 마쳤지만, 아직 한 번도 군 생활 기간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아들들에게 사전에 모두 현역병으로 국방의무를 다하라고 독려하였다.
필자가 군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사병들의 생활환경은 정말 형편없었다. 복무기간도 평균 30개월이 더 되었고, 생활 거처인 막사도 낡고 불편하기 짝이 없었으며, 식사의 양과 질도 형편없었다. 더구나 요즘 부모나 스승의 그늘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학생에게까지 챙겨주는 인권이라는 말은 사치에 불과했다. 막사는 대부분이 시멘트 블록이나 나무로 지은 낡은 건물이었고 침상은 모두 나무 마루였다. 침상 밑은 쥐들의 운동장이었고, 밤이면 잠자리에 쥐가 기어들어와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식사량도 부족하여 농촌에서 일하다가 온 친구 중에는 가끔 배가 고파, 먹고 버린 잔 밥통을 뒤지기도 하였다. 또 군 생활 자체가 너무 엄격하고 비민주적이어서 사소한 일에도 단체 기합이나 개인이 얻어맞는 일은 예사로 하는 일상이었다. 지금의 척도로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군 생활이었다.
그런데도 필자는 그 어려웠던 군 생활을 하고도 지금까지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그때는 제3공화국 시절이었다. 온 국민이 똘똘 뭉쳐 반만년의 가난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에 국운이 상승하는 기분이었고, 군인들은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나와 부모·형제가 사는 조국을 지킨다는 자긍심이 대단하였다. 필자가 군 생활을 하는 동안이나, 그 이후 오늘까지 군 생활이 결코 허송세월이 아닌 숭고하고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그러한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사람이 어울려 사는 하나의 큰 집단(단체)이다. 군 생활은 이러한 단체생활에서 꼭 필요한 소양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전국 팔도의 청년들이 나라를 지킨다는 한 목적으로 모여 함께 생활하며, 각양각색의 사고와 각양각색의 생활 방식을 용해하면서, 가족 간의 우애보다 더 진한 전우애를 배운다. 그 속에서 각자의 다른 생각을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방법도 배우고, 한 사람의 잘못에도 모두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진정한 단체생활의 정신도 배운다. 그리고 힘든 훈련과 구속된 생활 속에서도 모든 것을 참고 견뎌내야 하는 인내심도 기른다. 이러한 경험, 이러한 교훈은 사회 어느 곳에서도, 돈을 주고도 할 수 없는 값진 인생살이 훈련이다.
군 생활은 본인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먼저 보잘것없는 필자의 경우를 소개한다. 중학과정을 겨우 마치고 집에서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다가 스무 살의 나이에 마을 친구 한 사람과 지금의 부사관에 자원입대하였다. 필자는 운 좋게 행정병과를 받아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5여 년간 복무하면서 틈틈이 공부하여 전역 후, 지방 공무원에 응시, 임용되어 정년퇴직을 했다. 같이 갔던 친구는 군에서 어느 지인의 덕분으로 군인이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자리에서 장기 복무를 하며 즐거운 생활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전역 후, 사회생활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애석하게도 지금은 고인이 되었다. 이 얘기를 하는 것은 결코 필자의 삶이 옳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군 생활 동안 얼마나 유용하게 보내느냐에 따라 본인의 인생행로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깊은 전우애로 맺어진 친구들이 제대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형제처럼 절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많고, 서로 도와가며 잘 사는 사람들도 흔히 있다. 군 생활은 결코 청춘을 헛되게 보내는 세월이 아니다. 조국을 지키는 숭고한 정신과 자긍심을 가지는 애국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고, 자기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단련하면서, 사회라는 거대한 단체의 일원으로 원활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인생 공부를 하는 귀중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