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지기 목공방 현장봉사 취재기 (2) – 송염만 소설가

밥상이 놓인 정각 앞으로는 아담한 호수가 펼쳐지고 있다. 숟가락을 드는 틈틈이 대원들은 남녘을 바라본다. 볕 좋아 바람 없는 날, 수면은 청춘을 잃지 않았다. 이곳 노인들은 저 호수의 수면을 바라보며, 한 때의 좋을 시절을 추억할까. 그러나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회상하면 어느 땐들 좋은 시절이 있었으랴.
농업은 전망이 없었고, 강도 높은 노동력을 수반했다. 그 후유증이 역력한데, 그나마 한국은 아직 이들을 보살펴줄 사회기반이 부족하다. 더욱 늙으면 소득이 줄어들어 경제문제를 수반하고, 사회와 가족으로부터도 멀어지는 심리적 소외문제를 동반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선 노인의 자살률이 높다. 연간 4000여 명에 육박하는데,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게 있다. 노인자살률 중에서 그 70%가 농촌에 사는 노인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산에 둘러싸인 이 포근한 마을에,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만 보인다는 건,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가. 산업선진화의 이면에 깔린 슬픈 기형이다. 동짓달 짧은 해를 의식한 대원들은 식사 후의 휴식 시간은 별도로 가질 수 없었다.
벽에 유공본드를 바르는 일은 하상도 대원이 맡았다. 최종욱 단장과 김성욱 대원이 유공본드를 바를 자리에 미리 X표시를 해두었다. 그는 물에 희석된 본드를 둥근 파이프에 뭉텅이로 묻혀서는 떡 바르듯 쳐댔다. 하지만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절도 있는 동작이었다. 천장과 또 다른 벽 쪽엔 최창열, 이상석 대원이 각목으로 뼈대를 설치해 놓았다. 허름한 봉창에 각목을 새로이 박는 작업도 최창열 대원이 완성했다. 재단 완성된 자재들이 안으로 들여지고, 여러 명이 붙어 그것들을 박았다. 벽과 천장이 반듯한 모양새를 갖추어지는 동안, 류기형 교수, 심재수 등의 대원들이 방문 다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쯤에서 이 사업의 주체인 합천읍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운영위원회의 이동욱 위원장이 총무를 대동하고 현장으로 들어왔다. 그는 작업 중인 대원들을 일일이 살피며 악수를 하면서 독려 했다. 위원장의 방문은 지쳐가던 대원들에게 단연 활력을 불어넣었다.
벽지를 바르는 작업은 전문가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환 대원이 예상을 뒤집었다. 그는 종이를 재단하는 것에서부터 진두지휘를 하더니, 벽에 벽지를 바르는 붓질과 모서리에 자투리를 잘라내는 칼놀림이 전문가 수준이다. 바닥에 놓인 종이에 풀질을 해대는 일은 김성욱 대원이 도맡았고, 그 조수 역할은 역시 최종욱 단장의 몫이었다. 바닥에 새 장판을 깔고는 밖에 드러내놓은 가구들을 들여놓으니, 해가 저물었다. 오후 3시 경이면 끝이 나리라던 예상은 훌쩍 빗나갔다. 이상석 대원이 텔레비전 영상이 나오도록 마무리 작업을 하는 동안, 방문 또한 완성이 되어 있었다. 해질녘의 겨울 공기는 차갑다. 하지만 고독했던 할머니의 방은 볕 좋은 봄날의 양지처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금년 3월부터 시작된 마을지기 목공방의 교육은 12월 말 경에 마감된다. 그동안 수강생들은 합천읍 농촌중심지 활력화 사업 운영위원회의 취지에 충실히 따르며, 네 번의 현장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난 달 바자회를 통해서는 정성들여 제작한 공예품을 기꺼이 내놓고, 불우이웃돕기 성금 이백오십만원을 마련하는 주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운영위원회의 취지에 충실히 따라 주었던 이들의 앞길은 예상할 수 없다. 주체인 운영위원회의 사정으로 12월20일 현재까지도 진로결정을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12월, 수강 종료식을 앞두고, 교육생 당사자들은 마을지기 목공소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봉사활동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길이 어떻게 열리든, 합천군 및 관계기관은 아낌없는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그동안 이들의 교육에 쏟아 부은 예산의 효과를 사장시키지 않는 길이다. 그리하여 수료하는 교육생들의 기술이 원래의 취지대로 합천읍 농촌중심지 활력화사업에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또한 운영위원회의 바람이라 해도 틀림이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