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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운잡기| 양심적, 신념적 병역거부 – 권해조 논설위원

지난 2월 14일 수원지법 형사 5단독 이모 부장판사는 2017년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구모(2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구씨는 2013년에 군복무를 마쳤지만 2016년 11월부터 작년 4월까지 14여 차례 예비군 훈련과 병력 동원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구씨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로 인하여 고통을 겪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한 영화에서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를 학살하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은 타인의 생명을 뺏는 일이고, 전쟁을 통해서 이를 정당화 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하려 했으나 어머니의 간곡한 설득으로 결국 입영했다. 그러나 신병훈련과정에서 군사훈련은 자신의 양심과 반한다고 호소하여 결국 훈련이 없는 회관 관리병으로 근무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구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수년간 계속된 조사와 재판, 주변의 사회적 비난으로 겪는 고통,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예비군 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는 불이익이 훈련에 참가하여 받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했다. 또한 구씨는 처벌을 감수하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되게 주장하며, 오히려 유죄로 판결되어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구씨의 훈련 거부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으로,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된 것이라는 사실이 소명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시는 작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종교적 이유가 아닌 개인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첫 사례로, 앞으로 법원이 병역거부 판단기준인 ‘양심’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동원훈련(병역법)과 예비군 훈련(에비군법)에 의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에 불참하면 1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둑이 무너지는 징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어느 고등법원판사는 ”국가의 근간인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법에 명문(明文)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당시 소수의 의견으로“양심이 진정한 것인지의 여부는 형사절차에서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인정한 다수의견이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크게 벗어나 갈등과 혼란을 초래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도 있다. 한편 작년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conscientious objector)가 형사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결 후에 수감 중인 70여명도 작년에 67명, 올해 2명까지 모두 석방되었다.
병역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신성한 의무(義務)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이 분단되어 대치상태에 있고 모병(募兵)제가 아닌 국민개병(皆兵)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병역임무는 결코 징벌이 아닌 국민모두가 수행해야 할 의무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각종 병무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심지어 병역 면탈을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젊은이들 까지도 있다. 최근 징집대상자도 급격히 줄고, 병력감축, 복무기간 단축추세와 맞물려 전력의 약화도 크게 우려되고, 1973년부터 도입된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찍이 로마의 전략가 베제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고 했고, 다산 정약용 선생도 “군사는 백년에 한 번도 쓰지 않을 수 있지만 하루도 소홀하면 안 된다.”라고 하였다. 오늘날과 같은 남북대치와 험난한 국제 질서 속 에 오직 부국강병(富國强兵)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그리고 조국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한다.
법이란 잣대로 고민 끝에 내린 판결이라고 해도 그 판결이 수많은 젊은이들을 힘들게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국가는 병역문제를 슬기롭고 신중히 다루어 신성한 국방의무를 수행한 자가 대접을 받고 긍지를 지니는 세상이 되도록 건전한 병역의무 풍토를 조성하고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