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방문 의의

권해조
논설위원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3월20일부터 2박 3일간 쿠바를 국빈 방문하였다.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쿠바를 방문한 것은 역대 두 번째로 1928년 켈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88년만이다.
미국·쿠바 양국 정부는 2014년 12월 국교정상화 발표 후 작년 8월 대사관을 재개설하는 등 관계정상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양국 국교정상화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고, 이란 핵 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이어지는 외교적 이벤트로 볼 수 있다. 방문단에는 부인, 딸, 장모를 포함한 가족들과 40여명의 연방의원, 10여명의 최고경영자, 특히 미국 대형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을 대동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아바나의 랜드 마크로 불리는 산크리스토발 성당을 관람하고 국교정상화를 도운 하이메 오르데카 추기경과 환담을 하였다. 저녁에는 쿠바 경제개혁을 상징하는 팔라다르(Paladar)에 있는 ‘산크리스토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21일에는 독립영웅들을 모신 호세마르티 기념관을 보고, 쿠바 기업인들과 만나 ‘라울 카스트로 의장이 2008년 이후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이 보장되고 있어 환영할 일이라며 금수조치가 영원히 해제 되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도매시장을 만들어 중소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필요성과 복잡한 이중 통화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저녁에는 아울 쿠바 국가 평의회 의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였다.
22일에는 엘 그란 국립대극장에서 가진 쿠바 국민상대 TV연설에서 ‘오늘이 양국관계에 새로운 날’이라 하면서 “플로리다에서 90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이곳에 오기 위해 역사와 이념의 장벽, 고통과 분리의 장벽이라는 먼 거리를 여행했다”며,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며 과거의 이념적 갈등을 뒤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미국은 쿠바의 변화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쿠바 국민은 스스로 놀라운 일을 해날 능력이 있으며, 쿠바의 운명은 쿠바인 스스로 정하고 만들기 바란다면서 “더 나은 쿠바의 미래의 삶과 질을 높이기 위해 양국이 함께 고민하자”고 역설했다. 또한 “미국은 쿠바 국민을 돕는 대신 해를 줬다”며, “금수조치를 해제할 때”라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시민들은 두려움 없이 말할 권리가 있다”며 쿠바 국민들을 상대로 민주주의의 전진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연설 후 쿠바 반체제 인사들을 만나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여러분들의 노력에 보탬이 되는 일이 있으면 뭐든지 하겠다고 하였다. 한편 카스트로 의장은 “미국의 대 쿠바 금수조치와 관타나모 해군기지가 관계정상화의 장애물”이라며 봉쇄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국가대표 야구팀 간의 친선경기 관람이었다. 정상회담이나 반체제 인사 접견과 달리 순수한 우의를 다지는 계기로 1971년 미·중의 해빙무드 조성의 계기를 마련했던 핑퐁외교( 탁구대표팀 친선경기)의 버전으로 주목할 수 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방문은 1972년 닉슨의 중국을 방문하여 ‘죽의장막’을 걷어낸 것 이상으로 의의가 크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지(FT)는 “44년 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떠오르게 한다.”고 평가하면서 “죽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던 중국이 개방화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처럼 쿠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을 기대한다”고 하였다. 뉴욕타임스(NYT)도 “쿠바 방문이 사상적으로 괴리가 큰 양국의 뿌리 깊은 반목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 지적했고, 경제전문지인 ‘더힐’은 경제와 정치, 인권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가 양국관계의 마찰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물론 쿠바정부가 체제와 사상을 크게 바꿀 의사가 없고 미국과 관계개선은 찬성하지만 갑작스런 개혁·개방은 체제 혼란으로 이어질 우려 때문에 양국 간 넘어야할 걸림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의 방문자체로만으로도 54년간 적국(敵國)으로 남아 있었던 양국관계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며, 미국은 턱밑의 비수 같은 존재인 쿠바와 적대관계를 해소함으로써 안보적 차원에서 실리와 쿠바 투자를 통한 이익을 창출하고, 쿠바도 경제적 활성화에 큰 이득을 가져올 것이다. 주요 언론들은 현재 양국 간 하루 10여 편의 여객기가 조만간 110여 편으로 늘어나고 아바나를 찾는 관광객도 연간 15만여 명에서 150여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방문 여파로 쿠바의 개방화와 경제발전, 쿠바의 도약은 필연적 사실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쿠바, 북한’ 등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조건 없이 만나 관계개선을 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북한만 빠진 두 나라와는 성사시켰다. 특히 쿠바는 옛 소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심각한 전력난에도 원전 건설 반대 등 북한과는 달리 철저한 비핵화 노선을 택했다. 이는 미국의 코앞에서 핵무기 개발로 정권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차제에 북한도 핵 없이도 얼마든지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쿠바의 경종을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