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의 변신 – 이호석 수필가
이제 마스크는 일상의 필수품이 되었다. 마스크가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을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마스크의 몸값이 이렇게 상승한 것은 2여년 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극히 일부 국민이 사용하는 위생용품이었다. 심하게 추운 겨울날이나 감기 독감에 걸린 사람, 먼지가 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 또 수술하는 의사 등 꼭 필요한 사람들만 썼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한때는 전 세계가 마스크 부족 현상으로 난리가 났고, 우리나라도 주민등록증을 지참하고, 지정한 날에 약국에 가서 겨우 한두 매 살 수 있었다. 이런 황당한 일은 유사 이래 처음 겪었던 일로 우리 역사에 영원히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큰소리치던 우리나라가 마스크 하나 제대로 조처하지 못해 전 국민을 약국 앞에 줄을 세웠으니 말이다. 그때, 나는 우리 사회의 매우 취약한 실상(實狀) 한 단면을 본 것 같아 마음이 매우 씁쓸하였고, 사회 곳곳에 이렇게 허술한 부분이 많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처음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것은 2019년 말이다. 1년 5개월이 된 2021년 4월 현재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1억5천여만 명, 사망자는 3백여만 명에 이르고 있고, 우리나라 확진자도 12만여 명에, 사망자가 1천8백여 명이나 된다. 지금은 코로나 예방 백신이 나왔지만, 물량이 많이 부족하여 세계 각 나라가 자국민을 먼저 맞게 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도 코로나가 위세를 떨치고 있고, 마스크는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되어 계속 귀한 대접을 받는다. 잠시 출타할 때도 주머니에 돈은 한 푼 없어도 나다닐 수 있지만, 마스크가 없으면 아예 나다니지를 못한다. 특히 직장이나 관공서는 물론이고 식당이나 마트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입장할 수도 없다. 깜박 잊고 잠시라도 그냥 들어가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심한 눈총을 받는다.
마스크로 인해 곧잘 작은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잘 아는 사람을 모른 체한다느니, 그 사람 눈이 참 투미하다느니 원성을 듣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아주 친한 사람인 줄 알고 옆에 가서 어깨를 툭 치며 반갑게 인사를 하다가 상대방이 모르는 사람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의아해하는 실례를 범하기도 한다.
마스크가 이렇게 오랫동안 중요한 필수품이 되다 보니, 이제 마스크도 패션이다. 모양도, 색깔도 각양각색으로 만들어지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목걸이, 반지 다음의 사치품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변신한 마스크는 코로나가 물러간 후에도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고가의 액세서리로 존재할지도 모른다.
마스크는 여러 가지 편리한(?) 점도 있는 것 같다. 특히, 거짓만 잘하는 정치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그렇지 않아도 낯짝 두꺼운 정치인들이 마스크로 얼굴까지 가리고 돌아다니니 더 제멋대로 떠들기가 좋다. 다음으로 여성들에게 좋을 것 같다. 바깥출입 할 때 얼굴 화장하는 시간이 크게 단축되지 싶다. 세수만 하고 민낯으로 나가도, 눈썹만 예쁘게 그리고 마스크만 잘 맞추어 쓰면 모두가 예쁘게 보이니까.
또 기관 등에 근무하는 공직자들도 많이 편리할 것 같다. 평소 잘 아는 민원인이 들어와도 귀찮게 일어서서 인사를 하지 않고 모른 척해도 된다. 또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슬쩍 그냥 지나쳐도 되니 두루두루 편리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반면에 얼굴이 예쁜 여자분 들은 좀 불만스럽지 싶다. 평소 자기 미모에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의 예쁜 얼굴을 들어 내놓고 보일 수 없는 게 아쉬울 수도 있고,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같은 취급을 받는 게 못마땅할 지도 모른다.
필자가 어릴 적, 묘사나 제사에 참석할 때면 어른들께서 참석자들에게 안경을 벗고 절을 하라고 하셨다. 돌아가신 선조님 앞에 안경을 쓰고 절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안경은 말할 것도 없고 마스크까지 쓰고 제사를 모셔야 하니 선조님들께 불경(不敬)이라면 대단한 불경이다. 많은 후손이 색색의 마스크를 쓰고 묘(제)사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조님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라도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기겁을 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불현듯 인간들만이 중히 여기는 예(禮)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인간은 먹이에만 만족하는 타 동물들과 다른 두뇌를 가졌기 때문에, 모두가 다양한 생각, 다양한 삶을 산다. 그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는 언제나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이런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생활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예(禮)라는 것이 만들어 지고, 행하기를 강요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코로나19’가 하루속히 물러가고, 모두가 얼굴에 가린 가면(마스크)을 벗어 던지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일가친척과 지인들을 마음 놓고 만나 웃고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