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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誤譯)의 파장 – 권해조 논설위원

예나 지금이나 오역(誤譯)과 오보(誤報)등으로 세상을 어지럽힌 일이 많다. 최근 6.25전쟁당시 맥아더 장군의 포고문을 오역해 미군을 점령군 소련군을 해방군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중고교 교과서에 6.25 휴전협정 시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김일성과 조선인민 앞에 패배를 인정하며 무릎을 꿇고 서명을 했다고 허위기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예를 보면, 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13년 12월 6일 부통령 시절에 청와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여 미국의 아태지역 방위공약관련 모두(冒頭)발언을 통해 한 말 “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을 놓고 국내에서 난리가 난 일이 있다. 이 문장의 정확한 뜻은 “미국이 한 말(공약)을 어길 것으로 베팅(신뢰, 예상)하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것이다. 즉 “미국의 공약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영어의 bet에는 ‘trust(신뢰), predict(예상)’등의 뜻이 있다. 따라서 – bet against 라고 하면 구어체로 ’반대해서(반대편에) 투자하다’라는 뜻이 아니라 ‘-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 -에 대해 의심하다. -에 희망을 접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당시 국내 모든 신문과 방송은 “미국의 반대편(중국)에 베팅을 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로 번역하여 헤드라인 뉴스로 보도하면서 미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친 중국 외교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였다. 논란이 확대되면서 국회에서도 윤병세 외교부장관에게 이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 소동은 미국 측 통역의 오역이 빚은 사고였다. 그러나 설사 오역을 했더라도 ‘bet’의 의미를 제대로 짚지 못한 한국 기자들과 통역 실수를 즉각 바로잡지 못한 외교부와 청와대도 오역오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후 미국 측의 한국어 통역의 실수로 밝혀졌지만 우리 언론으로서는 중요한 대목에서 오보라는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이와 같은 언론의 오보는 역사상으로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사)대한언론인회 논설위원 서옥식(徐玉植) 박사의 저서 거짓과 왜곡의 세계 「오역의 제국」 (2013. 도서출판 도리)에 보면 역사와 사실을 왜곡하고 인류의 지적 성과물을 파괴한 오역의 사례들이 수없이 많다.
우선 국내에선 소크라테스, 마키아벨리, 칸트 등 세계적인 사상가나 철학자등의 주요 명언이나 이론 학설이 일부 오역은 물론 왜곡되어있다. 그리고 섹스피어, 괴데, 모파상 등 저명작가들의 작품이나 나폴레옹, 링컨, 처칠, 케네디 등 유명 정치 지도자들의 어록이나 연설문의 주요대목들도 오역 또는 왜곡 되어있다. 또한 근래 광우병 보도, FTA협정문, 교과서, 외교문서, 정부시책 설명회서까지 오역 투성이와 오역문구 인용 등을 지적하고 있다.
국외적으로도 미국의 베트남 전면전 개입은 오역이 빚은 왜곡정보 때문이고, 2차 대전 때 독일 카사블랑카 폭격포기 결정, 일본의 원폭투하, 베를린 장벽 붕괴, 9.11테러도 오역과 관련되어 있다. 소련 흐루시초프의 연설의 미국 측 오역으로 동서 냉전의 악화를 가져왔다. 프랑스 혁명정신의 ‘박애’는 너 편 내편을 가르는 편협한 ‘동지애’의 오역이고,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는 준법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악법이며, 스미스의 ‘국부론’도 ‘민부론’이 정역(正譯)이다. 다윈의 진화론의 핵심이론인 ‘자연선택’은 ‘자연도태’로 오역되었다. 그리고 2005년 5월 세계 외환시장 패닉, 1984년 미국 7대 은행인 컨티넨털 일리노이은행 파산과 1991년 미국 이스턴 항공사 파산도 각각 오역이 빚은 결과이고, 화성인의 존재,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종말론, 마태복음의 ‘처녀잉태 메시아 예언’의 구약성서 인용도 오역과 오해의 산물이며, 기독교의 루시퍼, 원죄론, 속죄양 이론도 오역이 장본인이다. 또한 예수를 하나님의 피조물과 잡신(雜神)으로 격하시킨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도 오역의 산물이다.
또한 흑사병, 자금성(紫金省), 붉은 광장도 오역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3천여 년 전 팔레스타인에서 발음이 틀렸다며 4만2천명의 처단과 사상최악의 해상사고 타이타닉 참극의 희생자 발생, 538명의 희생자를 낸 사상최악의 항공기참사와 KLM- 팬암기 충돌 등도 오역(통역오류)이 주범이며, 1998년 화성탐사선의 우주 폭발사건 원인도 NASA의 오역 때문이다. 그리고 존 바에즈와 톰 존스를 ‘암수 2개의 성기를 가진 괴물’로 둔갑시키고, 전란중 이순신 장군을 정력이 왕성한 오입쟁이로 만들고, 스티브 잡스 아내를 ‘인간 백정’으로 둔갑 시킨 것도 오역의 영향이 크다.
이와 같이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많은 오류를 범해 의미와 정보를 잃고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 물론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짜 맞추는 의도적인 오역도 있다. 이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의 사회 진영논리가 개입되면서 왜곡 오도가 심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역(誤譯)은 번역오류, 통역오류를 말하며 한마디로 흠이 있는 번역이나 통역오류로 오해(誤解), 오인(誤認), 사실왜곡 등이 포함된 광범한 개념이다. 오역된 용어 사용이 유언비어나 괴담을 퍼트려 정부와 국민간의 불신을 야기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할 수 있다.
일찍이 공자는 세상을 바로 잡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름을 바로 잡는 ‘정명(正名)’이라 했다. 정명이란 사실(fact)을 존중하는 뜻이다. 오류와 거짓, 왜곡이 아니라 “사실을 이끄는 사회(fact driven society)’를 위해서는 정명이 기본이다. 차제에 오역의 파장을 깊이 인식하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번역관, 통역관, 언론인들도 각별히 명심하여 개인이나 사회, 국가에 피해나 손상이 없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