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26) – 울적한 마음까지 달래주는 ‘청계서원’
유난히도 푸른 가을, 율곡면 내천마을을 찾았다. 가을 향기에 몹시 흔들리던 날이었다.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사무실 앉아 있는데 벚꽃나무의 푸른 잎들이 물들었다 푸르다 한 모습에 휘잉~ 하고 바람 한번 불 때 마다 바닥 낙엽들이 소용돌이치더니 하늘로 치솟다가는 이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늘은 또 얼마나 눈부시게 푸르던지 칙칙한 사무실에 있을 수 없어 무작정 나왔는데 어디를 가야 할지 막막한데 숨은 정원 내천못이 생각났다. 그곳에 가을이 제격일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내천리로 향한다. 내천마을을 지나 왼쪽으로 이어진 산길을 오르면 빽빽하게 숲이 들어찬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한옥이 있다. 내천못으로 향하는 산 중턱쯤에 보이는 단아한 기와집 한 채는 전에 왔을 땐 왜 그냥 지나쳤는지 모르겠다. 범상치 않은 기운에 이끌려 차를 세우고 조심스럽게 대문을 넘었다. 분명 아무도 없는 빈 집임에도 포근하다는 느낌이 든다.
예초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마당 들어서니 푸르른 풀 내음이 기분 좋게 코끝을 자극한다. 돌계단을 밟고 한 걸음 한걸음 발길을 옮겨 툇마루 앉아 다시 한 번 더 풀 향기에 온 몸을 맡겨본다. 기분 좋은 가을 햇살이 온 몸을 감싸준다. 하늘 구름은 잔잔한 미소를 보내며 흘러가고 있었고 나는 이곳에서 더없이 편안함을 느낀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이렇게 마음 편히 있어도 되는 것인지 하는 의구심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대문이 활짝 열린 건 아니지만, 부끄럽다는 듯 살짝 열린 문은 누가 들어와도 반갑게 맞을 것이기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툇마루에 앉아 보니 눈길을 끄는 것이 마당에 빗물이 흘러가게 파 놓은 물길이다 그 위에 살짝 얹어진 돌은 징검다리일 것이다. 폭이 그리 넓지 앉아 훌쩍 넘어 갈 수도 있는 곳인데도 이런 배려를 해놓은 것은 어린 아이들을 위한 것일 수도 일하는 사람을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 너무나 싱그러워 우울했던 어떤 가을날이었던 오늘 청계서원은 나를 또 한 번 다른 세계로 안내해 줬다.
대문을 나와 서원 주위를 다시 한 번 둘러본다. 형색은 초라해 보이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흙과 돌로 얼기설기 거칠게 만들어져 있는 작은 집채가 보인다. 뒷간이 아닐까 했는데 아쉽게 농기구들과 건축재재들이 있다. 관리하는 이가 이곳에 자재들을 보관하면서 관리하는 모양이다. 처음 대문을 들어갈 땐 보이지 않던 안내판이 왼쪽에 소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설명서의 내용을 빌리자면 조선 명종 때 유학자 황강 이희안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했고 아울러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전치원, 이기대 선생을 함께 배향하고 있다. 서원 좌우에 동재와 서재가 있었다고 하는 데 현재는 없고 동향의 서원 본당과 대문채만 남아 있다. 기와는 우리가 흔히 한옥으로 알고 있는 홑처마 맞배지붕 건물이다. /신누리 시민기자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