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끼오 때문에 – 문경자 수필가
주말 아침 일찍 시골에 사는 시누와 통화를 하였다. 한번 다녀가라는 뜻을 비추었다. ‘이때다’ 하고 얼른 전화를 끊었다. 거창 가는 고속버스 예약을 하려고 검색을 해봤다. 당일 오전 표는 예매가 끝나고, 오후2시 차를 타면 될 것 같아 작은 아들에게 표를 예매해 달라고 부탁했다. 예약이 되었다며 카톡으로 승차권을 찍어 보내주었다. 종이 승차권도 이제 퇴색해 가는 세상이다. 올 봄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우체통을 들고 출발. 여행을 간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전철 3번 갈아타고 남부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먼저 짐칸에 우체통을 실었다. 좌석 번호를 확인하고 의자에 앉았다. 그 순간 혼자 타고 가는 길이 멀기만 느껴졌다. 남편과 같이갈 때는 먼 길도 지루하지 않았다. 마음이 짠하다.
정시에 맞추어 우등 버스가 출발했다.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누구인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고향 가는 버스를 타면 어쩌다 동네 사람들, 아니면 사돈의 팔촌들도 가끔 만나 인사도 나누었다. 지금은 그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옆에 앉아 있어도 말을 붙일 수 없다. 코로나 시대를 겪는 상황이라 서로 배려해야 한다. 어디를 가나 사람보다 핸드폰이 최고요, 애인이요, 국보급 보물이다. 나도 핸드폰을 열었다. 카톡 문자 확인하고, 시를 읽고 하다 보니 눈이 피로해 닫았다.
커튼을 살짝 제치고 밖을 보았다. 달리며 보는 바깥 풍경이 아름다웠다. 잠시 휴게소에 버스가 정차했다. 별일이 없어 그냥 앉아 있었다. 차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뭘 먹는다는 것은 먼 옛날 얘기다. 맛있는 핫도그, 튀긴 감자, 구운 오징어, 비얀코, 호떡 등 내가 먹고 싶다는 것은 얼마든지 사주던 남편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런 것을 사 줄 사람도 없는데, 괜히 고개를 내밀고 들어오는 누군가를 기다렸다. 혼자 헛웃음을 흘렸다. 3시간30분 걸려 거창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우체통을 꺼내 들었다.
시누 내외가 마중을 나왔다. 서로 반가워 눈시울이 붉었다. 순간 시누는 큰오빠 생각이 나서 울먹였다. 읍에 들러 미리 주문한 해물탕을 승용차에 싣고 시골집에 간다며 웃었다. 시누는 내가 약혼하고 첫인사하러 갈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일곱 형제의 4번째다. 시누남편도 직장을 퇴직하고, 고향인 거창읍에 내려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시골 우리집 들어 가는 길은 포장이 잘되어 있다. 산길이라 지리산 골짜기를 가는 만큼 경치는 아름답다. 내가 시집올 때 비포장 도로를 지나며 덜커덩거려 혼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누는 더 재미있어 했다. 올케와 시누가 함께 다니면 서로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자갈을 깔아 놓은 마당은 잡초가 자라지 않아 깨끗하다. 감나무에는 지난해 보다 감도 많이 열렸다. 그 옆에는 무궁화나무 4그루가 꽃을 활짝 피웠다. 앞에서 둘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시누가 시간날 때마다 와서 닦아 놓은 30여개의 장독대가 반짝거렸다. 옆집 마당에는 닭들이 먹이를 찾아 다니며 꼬꼬 하며 소리를 냈다. 우리집 보물1호 큰 바위는 우주를 연상케 한다. 어머니는 조상을 모시듯 했다. 때로는 정성을 다해 자식들 잘 되기를 빌었다. 부지런한 시누는 수도가에 말라붙은 이끼를 철수세미로 빡빡 문질렀다. 저녁해가 기울 때쯤 올케를 위해 가져온 음식들을 한상 차렸다. 제일 맛있다는 해물탕 포장을 뜯었다. 시누 남편은 부산에 살면서 싱싱한 것들만 먹다 보니, 해물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새우가 제일 싱싱해 보인다며 껍질을 떼어냈다. 마당에 이웃집 고양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왔다. 불빛을 따라 밤 벌레들이 왔다 갔다 바쁜 척을 하였다. 시누는 그것들이 신경 쓰인다며 손으로 잡는 시늉을 했다. 거창 고향에 살아보니 마음도 편안하고, 모든 걸 내려 놓으니 걱정이 없다고 하여 그 말에 공감하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골의 밤공기는 시원했다. 저녁먹은 것을 대충 치우고 큰 방에서 오만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시어머니가 시집살이 시킨 이야기를 해주니 더 좋아했다. 꿈에 어머님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작은 방에서 자고 있던 시누남편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시끄럽다.’고 했다, ‘쉿’하고 방문을 닫고 실꾸러미 같이 풀려나오는 이야기는 밤새도록 해도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나란히 누워 있는데 눈 꺼풀이 자꾸 내려왔다. 불을 끄고 나니 방문에 외등 불빛이 비치었다. 적막한 밤중은 시골의 모든 것들을 잠재웠다.
꿀잠을 자고 있었다. ‘꼬꼬 꼬끼오. 꼬꼬 꼬끼오’하는 소리에 잠이 깼다. 다시 자려고 하는데 더 크게 더 길게 소리를 뽑았다. 두 마리가 번갈아 가며 울었다. 내가 신혼일 때 어머니는 새벽닭이 울면, 어김없이 며느리를 깨운다며 방문 앞에서 ‘어흠 어흠’하고 지나갔다. 오랜만에 새벽닭 울음소리를 들었다. 어머니가 나를 깨우는 소리로 들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꼬끼오 때문에. 거창터미널에서 서울 가는 고속을 타고 올라왔다. 시누는 여러 가지 먹거리를 푸짐하게 싸주었다. 잠깐 다녀왔지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