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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역사다(45) 우리를 단합시키는 구호는 없는가 – 권길홍 수필가

우리는 왜 지난 시절의 새마을운동에 대해 애틋한 향수를 가지는가.
역사적사업인 새마을 운동이 전국민의 단합으로 성공한 사업이라, 다른 나라에서도 귀하게 여기고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린 이유 때문인가. 아니면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처럼 우리를 부지런히 일하도록 <근면>하게 만들었고, 자신을 무지와 게으름에서 스스로 일으켜 세우는 <자조>정신으로, 우리 모두 함께 일하는 <협동>적 자세로 전국민을 뭉치게 한 이유도 있었으리라. 그래서 <잘 살아보세>라는 목표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제시하여 자발적인 마음으로 앞장서서 힘을 모았다는 국민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책사업에 동조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면서도 왜 50년이 지나도록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간단하면서도 짧은 몇 개의 단어가 지금까지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걸까.
게다가 증산, 수출, 건설에 공중도덕의 준수와 같은 너무 자주 들었던 이런 구호에는 마치 박정희대통령이 당연히 떠오를 만큼 우리나라의 경제뿐만 아니라 생활의 지표가 되게 하여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조금은 나태하고 미래에 대한 큰 비전을 두지 못하고 있을 때 이 간단한 구호로 전국민을 분발하게 만들었다. 이 구호는 <조국근대화의 언덕에서>라는 책을 쓰신 백영훈박사님의 글에도 인용이 되었듯 마을의 체육대회에서도 증산팀, 수출팀 건설팀으로 나누어 경쟁을 붙일 정도로 우리들 입에 매우 익숙한 구호였다. 그런데 이 위대한 구호가 박정희를 독재로 몰면서 사라진 유물이 되었다. 이와 반대로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자유민주국가로 세웠지만 그 이념을 지키게 했던 말은 당연히 반공이니 방첩과 같은 몇마디 구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같은 나라를 지켰던 구호도 사라졌다. 요즘처럼 구호에만 그치는 구호 말고 뭉치자, 일하자, 새마을 건설하자(이 구호는 순천의 영상테마파크에 게시)와 같은 국민을 뭉치게 하고 용기를 주는 구호를 게시하면 어떨까.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과 같은 글로 나라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이 자신만 편히 살겠다고 이기적으로 변한 일부의 우리들을 변화시킬 구호를 다시 게시하면 어떨까.
정말 정당이나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도로 전체를 빽빽하게 늘어놓은 쓰레기같은 플라카드는 없애면서 자살율이 늘어나고 아이도 안 나으려는 게으른 작금의 침체된 국민정신을 다시 일으켜 세울 구호를 보급하자. 청년들로 하여금 아이를 낳아야 자신에게도 꿈이 있고 나라도 살린다는 애국의식도 기르는 구호를 다시 붙이자.
앞의 얘기와는 다른 얘기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유치하지만 이 나라 남자라면 잊을 수 없는 군가 한 구절이 50년을 훨씬 지나 칠십일곱의 이 나이까지 또렷이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이 노래를 불렀던 나의 훈련병 시절에는 솔직히 말하면 좋은 마음으로 즐겁게 부르지는 않았다. 괴롭고 힘든 훈련 중에 군가까지 불러야 하는 나에겐 이중으로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골 중에 약골인 내가 훈련 중이나 행군 도중에 남자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지만 나라를 지키는 영광으로 살고 있다고 노래하면 어느새 힘이 솟고 행군에도 뒤처지지 않으면서 무거운 M1소총을 불끈 쥐고 훈련에 임하는 정말 남자로서의 사명감이나 애국심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 그래서 이 늙은 나이에도 이런 하찮은 글이라도 쓰면서 이 나라에 대한 조그만 애국이나 의무를 다하려 하는지 모르지만!
며칠 전에 내가 소속한 야생화연구회에서 중국의 계림을 여행했다. 계림 특유의 산세와 뛰어난 풍광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었지만 유독 내 눈을 끄는 게 있었다. 중국이 그 동안 변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지 모르지만 지난 시절보다 많이 발전했다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움직이는 교통량과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졌다는 거다. 그런데 이보다도 사회주의 핵심가치라는 간판이 눈에 띄게 많았다. 부강, 자유, 공정, 문명, 애국 등, 이런 구호를 입간판으로 세워 전시하듯 걸어놓았고 시진핑주석의 방문에 따른 지시사항인 계림의 자연을 보호하고 생태환경을 잘 보존하라는 어록까지 게시가 되었을 정도였다. 또 소수민족의 통합을 위한 민족단결이라는 간판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과거의 그 많은 구호들이 사라지고 없는데 중국은 새삼 자신의 이념인 사회주의의 핵심가치라 하면서 세세한 내용까지 게시해 놓았다. 그것도 외국인인 우리 일행들을 포함하여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했으니 우리가 놀랄 지경이었다. 우리에게는 사라지고 없는 구호가 왜 중국은 새로 걸어놓지, 내게 계속 밀려드는 의문이다.
우리가 더 위대한 대한민국에 한국인으로 성장하려면 어떤 자세를 갖춰야 될지 중국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