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는 세상 외침, 합천 원폭 피해자 유엔 무대 서다
핵 없는 세상 외침, 합천 원폭 피해자 유엔 무대 서다
심진태 지부장, 핵무기 금지 조약 회의서 한국 피해 실상 알리고 국제 사회 지지 호소

(사)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심진태 지부장이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13일까지 2주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핵무기금지조약(TPNW) 제3차 당사국회의에 참석해 한국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핵 없는 세상 만들기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심 지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한정순 2세 환우회장과 함께 한국 원폭 피해자들이 겪는 특별한 역사적,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며 국제적인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7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사회적 냉대 속에 고통받았던 피해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또한, 아직까지도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가 원폭 피해자 후손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 지부장은 3월 6일 회의에서 진행된 시민사회 발언을 통해 “도대체 우리가 왜 이렇게 고통받으며 죽어야만 합니까”라고 울분을 토하며, 원폭 투하 8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 정부로부터 어떠한 사죄나 배상도 받지 못한 현실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는 한국, 미국, 일본 정부에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국제신탁기금 참여와 핵무기금지조약 서명을 촉구하며, 2026년 열릴 예정인 원폭 국제 민중 법정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와 참여를 호소했다.
유엔 회의 참석에 앞서 심 지부장은 미야모드 유키 교수의 초청으로 미국 시카고 엘리노이 대학과 드폴 대학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학생과 교수들에게 핵무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심진태 지부장은 과거 보건복지부 지원위원으로 활동하며 합천 원폭 복지회관 주변에 세계 비핵 공원 조성을 추진했으나, 정권 교체 후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축소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또한, 원폭 2세 지원을 위한 국회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국회 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심 지부장의 이번 유엔 회의 참석과 미국 대학 강연은 한국 원폭 피해자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높이고 핵 없는 세상 만들기를 위한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황규 기자

다음은 (사)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심진태 지부장이 유엔본부에서 열린 핵무기금지조약(TPNW) 제3차 당사국회의에 참석해 공식 발언한 내용 전문이다.
한국 원폭 피해자의 목소리
심진태 (원폭 피해자 1세,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핵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원폭피해자는 피해자 지원 문제를 논의하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특별한 역사적,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으로 7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피폭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실태조사 한번 이뤄지지 않아,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피해를 당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국 원폭 피해자 중 상당수는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였습니다.
살아남아 고향에 돌아온 이들도 정부의 무관심과 사회의 냉대, 그리고 원폭 후유증으로 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도 한국 정부는 피해자 지원 특별법에서 원폭피해자 후손들을 배제하며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으로서, 우리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20년 넘게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왜 이렇게 고통받으며 죽어야만 합니까.
원폭이 투하된 지 80년이 지났지만, 미국과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단 한 번의 사죄나 배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지는 가해자가 없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저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요구합니다. 한국, 미국, 일본 정부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국제신탁기금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조속히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해야 합니다.
핵무기가 존재한다는 것은 언제든 사용될 수 있고,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원폭피해자와 후손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핵무기가 고철 덩어리가 될 때까지 핵무기를 반대할 것입니다.
1945년 미국의 불법적인 원폭 투하 책임을 물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2026년 원폭국제민중법정에도 많은 지원과 참여를 호소드립니다. 함께 핵무기는 없는 평화를 만들어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