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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국숫집, 이름보다 깊은 맛 _버스기사가 바라본 합천 사람들(4)

버스기사가 바라본 합천 사람들(4)

이름 없는 국숫집, 이름보다 깊은 맛

“신문에 내지 마세요~”라던 사장님의 정성과 국산 콩물 한 잔

쉬는 날, 오전 11시쯤 합천터미널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혼자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이어서 그런지, 갑자기 시원한 국수가 생각났다. 동료 기사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어디 국수가 맛있어요?”
“상호는 모르겠고요, 초계 아막 사거리 쪽에 있는 집인데… 가보면 알아요.”

버스를 타고 아막 사거리에 내렸다. 알려준 방향을 따라 걷다 보니 간판조차 없는 국숫집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문을 밀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무엇으로 다싯물을 냈는지, 국물 맛이 묘하게 깔끔했다. 탱글거리는 면발과 차갑고 깊은 육수가 어우러지며 속이 시원하게 풀린다. 허겁지겁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비어 있었다.

잠시 후 손님이 빠지는 틈을 타 사장님께 말을 건넸다.

“혹시 인터뷰 좀 가능할까요?”
사장님은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아이구, 신문에 내지 마세요~ 바쁠 땐 기다리다 그냥 가는 손님들한테 미안해서요!”

눈웃음이 어여쁜 사장님은 이 자리에 터를 잡은 지 15년이 넘었다고 한다. 손님들이 좀 빠져나가자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이거 한 잔 드셔보세요”라며 콩물을 내오셨다.

진한 고소함이 입안에 퍼진다. 소금으로만 간을 했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그 담백함이 콩 본연의 맛을 살려준다.
“국산 메주콩(백태)을 삶아 바로 갈아 만들어요. 수입콩은 맛도 밍밍하고 잘 안 익어요.”
그러면서 보여주는 콩알 하나하나가 일정하고 고왔다.

문득, 사장님의 얼굴이 콩처럼 깨끗하게 느껴졌다.
이 집엔 간판도 없고, 광고도 없다. 그러나 정성과 맛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날, 내 입속에 남은 국수 한 젓가락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건 그 달달하고 자랑스럽게 내어주신 한 잔의 콩물이었다.

김기현 승무사원

/김기현 승무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