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은 흐른다(61) 나무실 – 유월 /조성래
골 안엔 언제나
물레방아 도는 풍경 펼쳐져요.
층층이 다랑논 물결무늬 아래
청산에 에워싸인 작은 마을,
개울 건너온 청솔 바람도
모심기 끝난 들판을 시원하게 다스려요.
일손 고단한 내외들 낮잠이라도 들면
뻐꾸기 초록 울음 저 혼자 적막하고
앞산이 성큼 마루청에 걸터앉아요.
울창한 대숲과 수목들 안에 숨은 작은 우리 집
그을음에 찌들어 이엉마저 삭은 초가
나는 할매 등에 업혀 자주 앓았어요.
쯧쯧, 요놈아 와 그리 아파 쌓노
보리쌀 씻는 저녁마다 각다분하게 혀를 차며
할매는 또 저무는 앞산을 바라보곤 했어요.
손국복 시인의 시평|
합천 가회 나무실의 여름은 참으로 정겹다. 층층이 다랑논에 모심기를 한다. 앞산에는 뻐꾸기 노래가 들리고 울창한 대숲 그림자가 초가집 지붕에 내려 시원하다. 할매는 병약한 손자를 등에 업고 ‘와 그리 아픈지’ 걱정이 태산이다.
성인이 되어 고향에 들어선 작가의 눈에는 어릴 적 추억이 앞 뒷산 풍경과 오버랩 되면서 가슴 찡하다. 우리 할매 구천으로 떠난 지금 산천은 의구한데 그리움만 남아 나무실 여름 골짝은 부엉이 울음만큼 더욱 쓸쓸하다.
합천 가회 출신의 조성래 작가는 일찍이 <지평>과 <실천문학>을 통해 문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문단의 중견 작가로 시집으로 <두만강 여울목> <목단강 목단강> <쪽배> 외 많은 작품집을 펴내었으며 <최계락 문학상> <김민부 문학상> 등을 수상한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중후한 합천 출신 작가로 현재 부산에서 맹렬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