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체육사람들사회/행사

이희경 수필가, 노동환 기타리스트 ··· 나비에 앉다

봄을 재촉하는 ‘두근두근 나비하우스 콘서트’ 성황리 열려

‘두근두근 나비하우스 콘서트’에 봄을 재촉하는 두 명의 나비 전령사가 청중들의 눈과 귀를 홀리며 지난 19일 카페토랑 나비에서 합천의 금요일 밤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희경 수필가와 노동환 기타리스트가 바로 그 나비의 주인공들이다.
하늘꽈리는 예로부터 해열, 진통, 피부병 등에 효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희경 작가의 글은 생활 속에서 맺힌 스트레스를 푸는 해열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늘꽈리 가지 하나로 거실 장을 꾸몄다는 그녀. 그래서인지 첫 수필집의 제목도 ‘하늘꽈리’였다. 저승길 떠날 채비를 끝낸 시어머니의 비단옷도 하늘꽈리 빛을 닮았었다고 한다.
하늘꽈리는 그녀가 한 가정에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살아간 날들과 사회에서 상담교사로, 문인으로 살아내며 겪은 이야기들을 복주머니같이 생긴 꽈리의 이름을 달고 낸 수필집이다. 그녀의 감정과 사색이 알알이 붉게 부풀어 독자들을 찾는다.
‘언제까지 나 혼자 시어머니의 뒷바라지를 하고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에 깊은 서글픔을 머금고 살았던 이 작가는 영문도 모른 채 어지럼증과 이명에 시달려 미련하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지냈다고 한다. 이 작가는 ‘코끼리 코를 하고 백 바퀴를 돌면 다른 사람이 나의 어지러움을 이해할까’라고 당시를 회고한다. 그래도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함께한 세월만큼 시어머니의 빈자리는 허전하다”며, “아쉬움만 가슴 한 켠에 아려온다”고 말한다.
이희경 작가는 글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짜증스러운 30대의 내 얼굴이 못마땅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래 밖으로 나가보자. 자연과 벗하며 내 마음을 내려 보자. 이렇게 쓰여진 글을 통해 내가 숨 쉬는 통로가 되었다”고 털어 놓는다. 이어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문학을 몰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혼자 겪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도,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바빴던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매 순간 주어진 삶에 충실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나의 글이 비록 미숙하지만 삶에 부대끼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한다. 이희경 작가의 소망이 수필집 “하늘꽈리”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당하다. 그녀의 소망대로 미숙하지만 삶에 부대끼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에 안성맞춤인 책이기 때문이다.나비콘서트(노동환)한 마리의 나비로 두근거리기엔 봄을 재촉할 수 없었던 걸까. 이희경 작가에 이어 유튜브로 세계적인 팬을 확보하고 있는 노동환 클래식컬 기타리스트가 등장했다. 영화음악, 올드 팝, 세미클래식 등을 기타 곡으로 편곡해 선보이는 소위 크로스오버를 시도해 오며,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야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말없이 엄숙하게 무대에 선 그는 또 다른 침묵으로 기타 선율에 자신이 사라지고 있었다. 로망스, 추억의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제곡인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초우 등을 연주하며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그만 사라지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넋을 놓고 듣고 있던 청중들도 사라지고 있었다. 그의 연주는 그런 식으로 청중들과 하나가 되어갔다.
클라이막스를 향해 무대의 열기가 치솟을 때쯤 느닷없이 윤연선의 ‘얼굴’을 소개하며 노래를 부른다. 마치 보고 싶은 얼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듯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청중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나지막이 따라 부른다. 무대와 관객의 경계마저 사라진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무대에 올라 열심히 연주하고 끝내는 전통적 방식을 고수해 오다가 최근에 관객 참여형으로 바꾸고 있는 그의 변화된 공연 스타일은 그 효과가 결코 작지 않다. 공연 후미에 한두 곡은 못하는 노래지만 꼭 자신의 노래를 곁들이고 때론 관객이 따라 부르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스스로 “함께 부르는 곡 중에 거의 빼놓지 않고 부르는 곡이 바로 윤연선의 ‘얼굴’이다”고 할 정도이다. 아마도 이 순간의 얼굴들을 다른 공연장에서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다시 청중 속으로 사라져 또 하나의 관객이 되었다. 이희경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두근두근 나비하우스 콘서트’가 지향하는 대로 무대와 관객의 장벽이 허물어진 그 틈새로 두 마리의 나비가 합천을 찾아와 겨울과 봄의 경계선을 지우고 있었다. /이용석 기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