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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닭대가리 – 이호석 논설위원

닭대가리. 별로 듣기 좋은 말은 아니지만, 국어사전에 짐승 머리를 대가리로 표기하고 있으니 나쁜 말도, 틀린 말도 아니다. 일상에서 어떤 사람을 보고 닭대가리로 지칭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 기억력이 심히 좋지 않거나 생각이 좀 모자라는 사람에게 놀림조로 하는 말이다.
사전에서 짐승 머리를 대가리로 설명하고 있지만, 소, 돼지 등 질 좋은 고기를 제공하는 놈들은 신분도 상승하는지, 주로 머리로 부른다. 심지어 돼지머리는 각종 고사(告祀)장에서, 만물의 영장으로부터 용돈을 받아, 입에 물고 절까지 받는다. 죽어서 상위에 알머리로 달랑 앉아 있는 놈이 어떨 때는 빙긋이 웃는 모습을 하고 있어, 마치 우리 인간을 비웃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유독 닭대가리만은 아둔한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명성이 더욱 널리 알져지면서, ‘대가리’ 호칭을 떼버리기는 좀처럼 어려울 것 같다.
지난해 봄부터 집 뒤 텃밭에 두 평 반 남짓한 닭장을 짓고, 닭을 먹인다. 처음에는 수놈 한 마리를 포함하여 모두 열한 마리를 사다 키웠다. 그동안 네 마리는 제 명이 짧아 죽어버렸고, 한 마리는 식구들의 보양식으로 희생되면서, 이제 겨우 여섯 마리가 남았다. 닭을 기른 지 일 년 삼 개월, 직접 기르고 관찰하면서 이놈들의 머리를 왜 대가리로 부르는지 알 것 같다.
보통 농가에서 몇 마리씩 기르는 닭 먹이통은, 주로 철물점 같은데서 파는 고무 제품이다. 대체로 크고 무거워서 닭들이 마음대로 넘어뜨리지 못한다. 구입 사료는 여기에 부어주지만, 가끔 별식(?)을 줄 때는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준다. 맛있게 먹다가도 금방 그 상황을 잊어버리고 먹이 그릇을 발로 차서 흙 범벅을 만든다. 물을 부어주면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쳐다보는 순간, 그릇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고 걷어차 물을 쏟아버리기 일쑤다. 또 매일 먹이를 주며 사랑을 쏟는 주인도 몰라보고 항상 경계를 한다. 특히 수놈은 주인에게 대들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 무더위에 암탉 한 마리가 죽었다. 그리고 폭염 경고가 내린 며칠 전, 또 한 마리가 죽었다. 여름이면 죽는 닭을 보면서 무더위가 심하면 몸이 약한 놈은 죽기도 하는구나 싶어,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드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작년 여름에 죽은 닭과 며칠 전, 죽은 닭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뭔가 이유가 궁금하여 유심히 관찰해 본다.
닭장을 지을 때 기둥을 작은 철 파이프로 세우면서, 바로 지면에 기둥과 기둥 사이를 같은 크기의 파이프로 용접을 해 고정했다. 닭장에서 기르는 닭은 가끔 흙 목욕을 해야 한다고 해서 닭장 바닥은 흙으로 그대로 두었다. 무더운 날씨가 되면 닭들은 더워서 그런지, 자주 땅을 파고 엎드려 있다. 이때 지표면에 있는 파이프 밑까지 파고들며, 머리를 조금 들여 밀기도 한다. 그런데 이놈이 일어날 때, 몸을 조금만 움츠리면 금방 쉽게 일어날 수 있는데, 그것을 잊어버리고 계속 머리를 바로 쳐들기만 하다가 결국 그 파이프에 받혀 죽은 것이다.
며칠 전, 어느 식당에서 친구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우연히 닭 기르는 얘기를 했다. 닭장에 서너 마리를 새로 사 넣어 기르고 싶다고 했더니, 동석한 친구가 닭들이 있는 우리 안에 다른 닭을 넣으면 기존 닭들이 쫓기 때문에 함께 기르지 못한다고 했다.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식당 주인이, 이곳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기도 닭과 오리 등을 많이 키운다며 한마디 훈수를 한다.
기존 닭이 있는 닭장에 다른 닭을 넣을 때는 반드시 캄캄한 밤중에 갖다 넣으란다. 날이 새고 아침이 되면 계속 함께 있었던 닭으로 착각하고 쫓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 듣는 소리라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더니, 꼭 한번 그렇게 해 보란다. 정말 그렇다면, 그놈들 진짜 닭대가리 소리를 들어도 싸다며 주위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린다.
그동안 닭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되돌아보고, 또 이 얘기를 들어보니 분명히 닭대가리는 돌대가리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편견에 의한 나의 주관적 판단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을 내 머리에 고착시키고, 남에게 함부로 전파한다면 그것은 닭들에 대한 큰 명예 훼손이 될 수도 있다. 닭대가리의 지능지수가 정말 어느 정도인지, 인터넷을 뒤져본다. 사람은 평균 100, 돌고래와 개는 65, 소와 돼지는 45, 까마귀 20, 닭은 7이란다. 나의 판단을 증명할 근거는 마련된 셈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과학적 근거가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 선대들이 매사에 깜박깜박 잘 잊는 사람을 보고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라고 하고, 머리가 둔한 사람을 ‘닭대가리’에 비유한 것 등이 신통하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