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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환 군수 연설문집, 셀프 결재 논란 – 박인욱 논설위원

올해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우리나라 지역별 고령화 지수를 발표했다. 고령화 지수를 통해 보면 30년 후, 우리나라 시군구 중 합천군은 전국에서는 네 번째, 경남에서는 첫 번째로 빨리 사라질 지방단체로 나왔다. 2015년도 말 기준 합천군은 65세 인구 비율이 35.4%로 초고령사회를 넘어 슈퍼초고령사회에 들어선지 이미 오래 전이다. 또 합천군의 재정자립도 2017년 14.95%로 매우 열악한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천군의 재정자립도는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은 자료들은 합천군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내는 세금이 다른 시군구의 재정자립도에서 차지하는 비율보다 그 기여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정말 혈세(血稅)이다. 피 같은 돈이다.
요즘 합천에서는 지난 6월에 퇴임한 하창환 전 군수의 연설문집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하 군수의 퇴임에 맞춰 그가 재직 동안 각종 행사장이나 기념식장 등에서 행한 인사말이나 축사 등을 담은 책이 합천군 예산으로 발간되었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은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나 박원순 서울시장도 연설문을 모은 책이 있으며, 합천군의 실·과장들과 기관장들을 위해 참고용으로 발간했다”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1년 마다 그의 연설들을 모은 문집을 총 5권 발간하였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의 연설 내용들이 얼마만큼 실천되고 있으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대국민 보고용이었다. 대통령의 말씀은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민감한 국정 철학과 정책들을 많이 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당시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한미 에프티에이, 이라크 파병, 독도 주권, 위안부 문제, 행정수도 이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그 시대를 함께 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슈들이다.
서울특별시는 2017년도 한 해 예산만 20조가 넘으며 재정자립도는 83.32%로 우리나라 시·도는 물론 시군구 중에서 가장 높은 재정자립도를 자랑한다. 서울은 우리나라 유일의 특별시이며 정치적 경제적 수도일 뿐만 아니라 600년이 넘는 한 나라의 중심도시라는 역사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서울시의 정책 변화는 인접해 있는 경기도는 물론 전국으로까지 확장되는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의 예로, 두어 달 전에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용산 개발 연설은 답보 상태에 머물던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일시에 상승시키며 전국의 부동자금을 서울로 모여 들게 하였다. 특히 서울시에 대한 기업규제 정책은 타 시·도들에게는 희비를 극명하게 갈리게 한다. 그러므로 서울시장의 발언과 생각은 여느 지자체장들보다도 무겁고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창환 군수가 재임 기간 동안 행한 각종 인사말과 축사 등을 자신의 치적을 알리는 보도 자료들과 함께 엮은 책을, 퇴임시기에 맞춰 합천군 예산으로 발간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군의 예산으로 발간할 만한 책인지가 더 큰 문제이다. 하창환 군수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같이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지자체장은 결코 아닐 것이다. 지난 8년간 행한 6~700개가 넘는 말씀 중 엄선해서 442가지를 채택했다지만 여기에는 10줄짜리 인사말도 있고, 글의 문장이나 내용적 패턴도 전임 합천군수들의 연설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또 합천군의 실·과장과 기관장들을 위해 참고용으로 만든 책이라 하면서도 권 당 32,000원이 되는 책을 500부 발행하였다. 이는 합천군민들에게 배포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군의 실·과장과 기관장들을 위한 책이며, 더군다나 연설문이 각종 행사를 위한 지침서로 발간된 것도 아닌 단지 참고용으로 발간되었다. 이 책이 참고용으로 정말 필요했다면 예산이 과다 지출되는 방식보다는 컴퓨터로 저장하여 각 실·과장들과 기관장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이 책이 하창한 군수의 직접 지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인사권자를 위한 비서실과 홍보실 공무원의 충정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책 발간에 대한 사업 보고서를 하창환 군수는 보고 받았을 것이고, 여기에 최종 결정권자로서 결재하였으므로 합천군민들로부터 ‘셀프결재’ 라는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