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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운잡기| 반문농부(班門弄斧) – 권해조 논설위원

잠시 접었던 펜(pen)을 합천신문사의 요청으로 다시 잡았다. 합천신문 애독자 여러분에게 반문농부(班門弄斧)의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두렵다. 반문농부란 “노반(魯班)의 집 앞에서 도끼를 놀리다”란 의미이다. 이는 큰 재주가 있는 사람 앞에서 작은 재주를 뽐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이를 흔히 공자 앞에 문자 쓴다. 공자문전매효경(孔子門前賣孝經: 공자 집 문 앞에서 효경 팔기) 또는 관공면전요대도(關公面前要大刀: 관운장 앞에서 큰 칼을 휘두르기)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 고사성어(古事成語)는 중국 전설에 의하면 중국 당(唐) 나라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이 채석기(采石嘰)에서 뱃놀이하다가 취중에 물에 비췬 달을 건지려다 물속에 뛰어들어 익사를 했다고 한다. 그곳에는 이백의 묘인 의관총(衣冠塚)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들려 이백을 추모하는 시를 남겼다. 명(明)나라 말기에 시인 매지환(梅之煥)도 그곳에 들려 여러 사람들이 남긴 수준 낮은 시들을 보고 불쾌한 마음에서 < 제이백묘시(題李白墓詩) >란 시 한 수를 남겼다.

채석강변의 흙 한 무더기, (采石江邊一堆土),
이백의 이름은 천고에 드높네. (李白之名高千古)
오가는 사람마다 시 한수씩, (來來往往一首詩),
노반의 집 문 앞에서 도끼를 놀렸네. (魯班門前弄大斧)

이 시에서 성어(成語) ‘반문농부’가 나오는데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노반은 춘추시대 노(魯)나라 장인 공수반(公輸班)이다. 그는 대들보나 기둥을 만드는데도 꽃을 새기고 문자를 파는 등 도끼를 사용하는 기술이 아주 뛰어났으며, 한 자루의 보통 도끼도 그의 손에 움직이면 나무가 정교하고 곱게 다듬어져 당시 그를 따를 자가 아무도 없어 일대 교장(巧匠)으로 명성을 떨쳤다.
어느 날 젊은 목수한명이 갓 배운 솜씨를 뽐내며 도끼와 수예작품을 들고 다니며 허풍을 떨었다. 그는 노반의 집 앞에서 그의 수예작품을 꺼내들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재주를 큰소리로 자랑을 했다. 이를 구경하던 사람이 그의 작품을 한번 훑어보고 그의 등 뒤에 있는 노반의 집 대문을 쳐다보고 비웃음을 쳤다. 그리고 한사람이 당신 등 뒤의 집이 바로 당대 명성이 쟁쟁한 노반의 집이니 한번 들어가 구경해보라고 하였다. 젊은 목수는 그 집을 참관 후 노반의 기교에 탄복하고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말없이 자리를 뜨고 말았다는데서 유래된 말이다.
필자는 합천신문에 괴운잡기를 새로 연재하면서 제 2의 반문농부(班門弄斧)가 되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이글을 쓴다.

오랫동안 합천신문에 사설, 시론, 칼럼을 기고했던 권해조(權海兆) 논설위원이 합천신문 창간 23주년을 앞두고 이번호부터 <괴운잡기(槐雲雜記)>를 연재할 예정이다.
괴운잡기(槐雲: 필자의 아호)는 애독자 남녀노소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고사(古事)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상식(常識)을 포함한 사회전반의 광범한 내용이 포함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