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론마당(오피니언)

이세돌,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줬다.

정두현
前합천군바둑협회장

나라가 떠들썩했다. 아니 온 세상이 시끌벅적했다. 인류를 한마음으로 묶어버리는 우주와의 전쟁이 벌어진 듯 했다.
따스한 봄기운에 온몸을 맡기고 즐기고 싶은 한가로운 마음이 “알파고”라는 외계인의 침략으로 싹 날아가 버렸다. 사람은 따뜻한 마음과 감성을 가졌다. 울고 웃고 즐기며, 행복해 한다. 그래서 그런 인간의 감정에 아무런 자의식이 없는 인공지능이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이세돌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를 가졌다. 그런데 5번의 대결에서 우리의 위대함을 보여준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뭐라 해도 인간승리의 순간인 4국이다.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2점 치수 정도인 판후이 유럽 바둑챔피온을 꺾었다는, 매우 똑똑한 기계일 뿐이라는 안일함으로 전승을 장담했었다. 그러다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공개되면서 알파고가 1승만 해도 기계의 승리라고 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 했다. 이미 알파고는 이세돌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현재 바둑의 세계 1위는 중국의 커제이며, 박정환이 2위, 이세돌은 세계 5위이다. 그런 이세돌을 왜 선택했을까?
통산 18회 세계대회 포함 47회 우승관록의 이세돌에 대한 방대한 자료가 있기 때문인데, 그 많은 기보를 몽땅 입력했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며, 변칙의 제왕과 대국케 하여 알파고를 실험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대비책으로 중국 3위 저우루이양 9단을 비밀리에 초청해 대국도 했을 정도로 철저했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가 승리감에 도취해 있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1국을 패하고 나니, 모두가 허탈감에 빠졌다. 모든 언론매체가 인공지능(AI)에 대해 앞 다투어 대서특필 하고, 특집 방송까지 내보냈다.
설마했던 2국까지 패하고 나서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인류의 패배를 의식한 듯, 불공정 게임이라고 밀어 붙였다. 1202대의 슈퍼컴퓨터와 이세돌과의 대국은 애초부터 경쟁이 되지 않는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알파고는 이세돌에 대해 훤히 아는데 이세돌은 알파고에 대해 거의 몰랐다. 절치부심! 이제는 이기겠지 했는데 3번째 대국을 패배하고 나니 이제는 처절한 동정심이 일어났다. 이에 이세돌은 세계인의 마음을 달래는 듯 “이것은 이세돌의 패배이지 인간의 패배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세돌은 세 번의 대결에서 알파고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 보통사람이면 기가 꺾여 포기하여 나머지 대국은 제대로 힘써 보지도 못 할 것 같은데, 이세돌9단은 역시 센돌이었다.
인간의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한의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50분을 사투하는 초능력으로 싸워 “신의 한수”라고 격찬한 4국의 78수에 알파고를 무너뜨렸다.
알파고는 투항을 어떻게 할까? 그 모습을 못 보면 어쩌나 했는데 “AlphaGo resigns(알파고는 포기한다)”라는 항복을 받아내는 순간 우리는 얼마나 열광했는가! 기죽어 있던 모든 인류의 감동이 폭발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해설자도 내외신 기자들 전원이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다. 정말 인간승리의 순간이었다. 무어라고 그 벅찬 감동을 표현할 수가 없다. 세 번을 패한 반전의 승리는 전 세계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으며, 우리 국민은 마치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를 때의 감동이었다.
특히 여성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싱글녀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으며, 최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도 제쳤을 정도다.
이세돌9단이 얼마나 심적 부담이 컸으면 “3연패 후 1승을 하니까 이렇게 기쁠 수가 없군요. 앞으로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정말 값어치 있는 1승”이라고 했다.
비록 1승 4패의 전적이지만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준 4국이야 말로 명국중의 명국이다. 기세를 몰아 자신감을 회복한 5국도 많은 아쉬움을 줬다. 이세돌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제 상수(上手)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해볼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이번 패배가) 아쉽습니다.”라며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바둑의 위대함을 알게 됐다.
합천초등학교 방과 후 바둑반에도 바둑을 새로 배우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 아직은 초보자 이지만 인간승리를 지켜준 이세돌의 강인한 집중력과 인간의 강인한 정신력에 대한 감동을 아이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미래의 꿈나무로서 오늘도 바둑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인간의 직관과 추론을 모방한 알파고는 이번 대국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여 우리의 설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4차 산업(지능형 시스템)혁명의 기폭제가 되어 GDP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하다.
인공지능은 강 인공지능(자의식 있음)과 약 인공지능(자의식 없음)으로 구분하는데, 알파고는 약 인공지능에 속한다. 그래서 아마도 당분간 강 인공지능은 없다고 하니, 안심하시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서 즐기는 행복한 삶을 살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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