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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운잡기|음주문화와 「윤창호 법」 – 권해조 논설위원

음주(飮酒)는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아주 오래된 문화가운데 하나다. 즐거워도, 속상해도, 외로워도 마시며,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널리 애용되었다. 그러나 동서양과 나라마다 주법(酒法)과 음주문화가 다르며, 음주피해에 따른 처벌방법도 차이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가별 술 소비량이 1위로서, 음주 폭행과 교통사고도 증가해 몇 년 전 경찰이 ‘주폭(酒暴)과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었는데, 최근 음주문화의 문제점이 다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작년부터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일명 「윤창호 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작년 9월 25일 군 복무 중에 휴가 나온 윤창호 씨(22)가 고향 부산에서 친구의 차를 타고 가다 박 모씨(26)가 몰던 차에 치어 11월 9일 사망 한데서 비롯되었다. 이 사건으로 음주운전이 사회적인 문제점으로 부각되자 ‘윤 군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담은 「윤창호 법」이 하태경 의원의 대표 발의로 11월 29일 국회를 통과하였고 12월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의 주요 내용은 종전 3회 위반시 가중처벌을, 2회 위반시 가중처벌로 바꾸고, 음주운전 면허 정지도 종전 혈중알코올 농도 0.05%이상에서 0.03%이상로, 면허취소도 0.1%이상에서 0.08%이상로 크게 강화했다. 처벌내용도 음주운전 상태에서 사람을 상해 시 알코올 농도 수치에 따라 징역기간과 벌금액도 대폭 강화되고, 사람을 사망케 할 시는 종전 1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하였다.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은 외국에서도 강화추세에 있다. 미국은 각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음주운전으로 사망자 피해 시 1급 살인죄나 최소 50년 종신형을 받는다. 일본은 혈중 알코올농도 0.003% 이상이면 운전자와 동승자까지 처벌을 받으며, 운전자에게 1천만 원, 동승자에게는 5백만 원 벌금이 부과된다. 캐나다는 알코올 수치 0.05% 이상이면 첫 적발은 1년 면허정지와 벌금, 2회는 2년 면허정지와 벌금, 3회는 3개월 구금과 3년간 면허정지 처벌을 받는다. 호주는 음주자 성명, 차량번호, 알코올농도 등을 신문에 공고하여 공개적으로 창피를 준다. 태국은 영안실 봉사명령을 내려 청소, 시신운구 등을 시킨다. 핀란드는 1달 월급을 몰수하고, 3회 이상이면 강제입원치료를 받게 한다.
각국의 주법과 음주문화도 다양하다. 중국은 평소에 차와 함께 술을 기호 생필품으로 숭늉처럼 마시며, 일본은 차를 대화수단으로 삼아 조용히 마신다. 독일은 맥주, 프랑스는 포도주를 즐겨 마시며, 미국은 1920년대에 한 때 금주령을 내릴 정도로 규제가 엄격하였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전까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으나 고려시대는 사찰(寺刹)중심으로 애용했다., 조선시대는 향음주례(鄕飮酒禮)라는 모델이 있었는데, 술을 가장 신성한 음식으로 숭상하여 술 없이는 제사도 못 지내게 하였으며, 술을 한 잔 마시려면 백 번 절을 한다고 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잘 마시라는 뜻이 담겨있다. 그리고 지방마다 명주(銘酒)가 등장하기도 했으며, 영조 정조 때에는 금주령을 내리기도 했다.
술은 술술 넘어간다고 술이라 했다는 속설도 있지만 ‘불타는 듯한 화끈한 물’의 뜻인 수불(水火)에서 수울을 거쳐 술로 되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생명수로, 소학(小學)에서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광약(狂藥)으로 규정 하고 있듯이, 천사와 악마,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정을 대변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으며, 잘 마시면 약이 되고 잘못 마시면 독이 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지난 5년간 음주운전 사고는 총 11만 4천여 건으로 해마다 감소추세에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차제에 음주운전 처벌 강화법 시행과 더불어 술의 본성을 이해하고, 술자리에서는 강요하지 말고 능력에 따라 마시는 절제와 자중이 필요하다. 음주운전은 나와 나의 가정을 파괴하는 근원이 될 수 있음을 알고,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과 더불어 음주 후에는 아예 운전대를 잡지 않는 습성을 키워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