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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 송염만 소설가

봄이 오면 상추를 심고 싶었습니다.
궁리 끝에 아파트용 플라스틱 화분을 준비하고 묘를 사다 심었지요. 네모꼴의 널찍한 화분이라 용기 하나에 상추 묘 스무 포기씩을 심을 수 있었어요. 두 곳에 나누어 마흔 포기를 가꾸었는데, 따먹는 재미가 솔솔했습니다.
여름이 오자 키만 부쩍 자라고 이파리들이 시들시들해 갔습니다.
남향이라 햇살은 잘 비쳐 들었지요.
― 물도 잘 주었는데 왜 이럴까.
그 밤에 농사 경험이 있는 벗을 만났더니 물 탓 볕 탓만 할 게 아니라더군요.
― 그래, 우주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지.
경비실에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 화분을 베란다 밑 정원에 내려놓았습니다. 정원엔 흙냄새가 물씬 풍겨왔고, 신선한 바람이 흐르고 있었어요. 대추나무를 올려다보는 상추 포기들은 잡초와도 어우려졌습니다.
사흘이 지나자, 여린 잎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사라사데의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새소리 벌레소리도 들었겠지요. 열흘이 지났을까. 상추는 굵고 넓은 잎을 무더기로 쏟아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