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순치보거(脣齒輔車) – 권해조 논설위원
고사성어(故事成語)에 순망치한(脣亡齒寒)과 보거상의(輔車相依)란 말이 있다. 이를 합하여 순치보거(脣齒輔車)나, 같은 처지에 있는 나라인 순치지국(脣齒之國)으로 부르기도 한다. 순망치한은 입술이 없으면 이빨이 시리다는 뜻이며, 보거상의는 수레의 덧방나무(輔)와 수레바퀴(車)가 서로 연결하여 의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광대뼈(輔)와 잇몸(車)이 서로 연결 의지하여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말한다.
이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5년에 나오는 말로서 가까운 사이의 한 쪽이 망하면 다른 한 쪽도 보전하기 어려워 따라서 망하는 것을 비유하고 있다. 즉 없어서는 안 될 둘 사이의 깊은 관계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말엽(BC 655)에 우(虞)나라 좌측에 진(晉)나라, 우측에 괵(虢)나라가 있었다. 진나라 헌공이 괵 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우리나라에게 길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우 나라 현인 궁지기(宮之奇)가 헌공의 속셈을 알고 우왕에게 간언했다. “괵 나라와 우 나라는 한 몸이나 다름없는 사이오니 괵 나라가 망하면 우 나라도 망할 것입니다. 옛 속담에 수레의 짐받이 판자(輔)와 수레바퀴(車)는 서로 의지하고(諺所謂輔車相依),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者)고 했습니다. 이는 바로 괵 나라와 우 나라의 관계를 말 한 것입니다. 결코 빌려주면 안 됩니다.” 그러나 우왕은 “진과 우리는 동종(同宗)의 나라인데 어찌 해칠 리가 있겠느냐”면서 듣지 않았다. 궁지기는 후환이 두려워 가족과 함께 우 나라를 떠났고 진나라는 궁지기의 예견대로 괵 나라를 정벌한 후에 우 나라도 정복하고 우왕도 사로잡았다.
이는 노일전쟁(露日戰爭) 때 일본이 만주를 공격하기 위해 우리나라에게 길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을 때 우리가 응하여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내용과 같은 맥락이며, 최근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빗대 자주 사용하고 있는 말로서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