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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운잡기| 인명재천(人命在天)인가? – 권해조 논설위원

사람이 오래살고 일찍 죽음이 하늘에 달려 있는가? 지난해 무술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으며, 그 가운데 가까운 지인들도 필자의 곁을 떠났다. 작년 10월에는 오랫동안 고향을 지켜 왔던 재종(再從) 형님(92세)이, 12월에는 우리 집안 기둥이요 아버님과 같은 맡 형(伯氏:89세)께서 돌아 가셨다. 그리고 오랜 죽마고우이자 육사 친구의 부친(先大人:101세)과 주태국 한국대사관 근무시절부터 30여 년간 절친했던 공보관(81세)도 세상을 떠나셨다.
국외에서도 작년 3월에는 세계적인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박사(76세), 8월에는 미국의 대표적 소울가수 어리사 프랭크린(76세), 11월에는 조지 부시(94세) 전 미국 대통령이 작고했다. 국내에서도 1월 가야금 명인 황병기(82세) 선생, 4월에는 원로 여배우 최은희(92세)와 더불어 민주당 김상현(83세) 상임고문, 5월에는 LG그룹 구본무(73세) 회장, 6월에 김종필(92세) 전 국무총리, 7월에는 최인훈(84세) 소설가, 11월에는 배우 신성일(82세)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1월에 노회찬(61세) 정의당 원내대표와 12월에는 이재수(61세)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은 반드시 세상을 떠나야만 한다. 그래서 죽음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나이가 들수록 죽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죽음에 대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부를 위한 노년학」의 책을 발간한 일본의 미즈노 하지메(水野肇)는 “죽음을 생각지 않는 노인은 인생 낙제생”이라 하였고, 종교학자 정진홍(鄭鎭弘) 교수는 죽음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며, 자칫하면 “불쌍한 죽음, 부끄러운 죽음, 불안한 죽음을 맞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죽는 방법도 다양하다. 예부터 천수(天壽)를 다하고 제 명대로 살다가 편하게 죽는 고종명(考終命)을 오복(五福)의 하나라고 했다. 최근에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4일 만에 죽는다는 ‘9988 234’란 용어도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지 교통사고나 자살 등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사망 할 수도 있다.
이를 대비해서 나이가 들면 대부분 유언을 적어둔 유서(遺書)를 남긴다. 유언장은 임종이 임박해서 쓰는 것이 아니고 정신이 제대로 있을 때 미리 써두었다가 필요시 바꾸어도 좋다.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죽은 뒤 매장, 화장, 수목장 등의 장법(葬法)과 장소, 재산의 분배와 사회기부, 특히 귀중품은 물론이고 은행통장과 그 비밀번호, 주식이나 펀드, 여권 등 각종 서류 등의 소재지를 밝혀둔다. 그리고 자신이 의식불명 시 인공투석, 심폐소생술 등의 의료의향서와 마지막 남기고 싶은 말 등을 포함하면 된다. 그리고 후손들은 선대들이 살아생전에 남기고 간 유물과 유훈을 잘 보존하고 지켜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대해 공포감이나 두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노인이 되면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죽음을 침착하게 맞을 성숙함이 중요하다. 그리고 아름다운 죽음이 되도록 노력과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죽음을 앞둔 성인들의 시를 인용해 본다. 임진왜란 때 승장(僧將) 휴정(休靜) 서산대사(1520-1604)가 입적 직전에 남긴 해탈시 임종계(臨終偈) 「生과 死」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인생은 어디서 왔으며(生從何處來),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死向何處去), 산다는 것은 한 조각의 구름이 일어남이요(生也一片浮雲起), 죽는다는 것은 한 조각의 구름이 사라짐이로다(死也一片浮雲滅),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浮雲自體本無實), 살고 죽고 오고 감이 모두 이와 같도다.(生死去來亦如是) > 그리고 미국의 애플의 공동 창업자로 죽을 당시 세계 110번째 부자로서 유산 8조 2천억 원을 남긴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2011. 10)가 췌장암으로 56세를 일기로 사망하면서 마지막으로 “잃어버린 물질적인 것들은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인생은 한번 잃으면 절대로 되찾을 수 없다. 우리가 현재 어느 순간에 있던,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삶이란 연극 무대의 커튼이 내려오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친구를 사랑하고, 너 자신을 잘 대해주고 타인에게 잘 대해주어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도 이제 장수시대에 진입했다. 통계에 의하면 1910년대는 평균수명이 23세에 그쳤으나 1945년 45세, 1960년 55세, 2000년 74세였으며, 지난 2018년에는 남자 81세, 여자 87세였다고 한다. 앞으로 수년 이내 100~120세 까지를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기 마련이다. “심장의 고동이 사라져 버릴 때 미소를 짓는 것도 익혀야 한다.”는 헤르만 헤세의 시구처럼 의연하게 인생을 마감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평소 필자가 존경하던 많은 분들과의 이별을 애통하게 여기며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