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상하(常夏)의 나라 태국 – 권해조 논설위원
지난 1월에 상하(常夏)의 나라 태국여행을 다녀왔다. 필자는 28년 전(1991~94) 주태국(駐泰國) 한국대사관에서 무관(武官)으로 3년간 근무를 한 바 있다. 그 후 몇 차례 친구들과 태국을 방문을 했지만 그때는 방콕을 제외한 주로 변방지역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태국의 수도 방콕과 남부의 가장 큰 휴양지인 파타야(pattaya), 후아힌(Hua Hin) 등을 찾았다.
태국은 열대성 고온 다습한 기후와 연평균 섭씨 30도에 이르는 연중 내내 더운 나라다. 그리고 기름진 넓은 평야, 산악, 수량이 풍부한 강들과 3면의 바다에서 생산되는 곡식과 과일과 고기로 의식주가 걱정 없는 나라다. 태국(Thailand)의 의미가 「자유의 땅(The Land of Freedom)」인 것처럼 태국사람들은 느긋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넉넉한 삶에 여유를 갖고, 평화롭고 자유스러우며 항상 친절하고 미소를 짓는 인간미가 넘친다. 그리고 겸손과 정열이 넘치는 사원(寺院)의 나라이기도 하다.
한반도 면적 2.3배의 면적에 인구가 약 7천만인 태국은 입헌군주국으로 국기(國旗)가 적색(국민), 백색(불교), 청색(왕실)으로 되어있다. 태국국민은 국왕을 아주 존경하며, 국민의 90% 이상이 불교 신자로, 승려가 30만 명에 이르며, 사찰이 마을마다 있으며 모두 3만여 개나 된다. 태국역사를 보면 기원전 4세기부터 원주민이 살았고, 12~13세기경에 스코타이(Sukuthai) 왕국, 13~17세기에 아유타야(Authaya) 왕국을 거쳐 1782년 짜끄리(Chakri) 왕조가 건립되었다. 1932년 6월 절대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전환했고, 1939년 라마8세 때 국호를 씨암(Siam)에서 타이(Thai)로 바꾸면서 수도를 태국어로 ‘천사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꾸룽텝 (Bangkok)으로 옮겼다.
태국은 1932년 입헌군주제 채택 이후 19차례 쿠데타와 20차례 개헌이 있을 정도로 근현대사에 굴곡이 많았다. 그러나 국왕이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갔다. 1949년에 신생 대한민국을 승인한 후 1950년 6.25전쟁 때는 쌀 4만 톤을 지원하고 태국 군 1개 대대를 미국 다음으로 참전시켰다. 휴전 후 1972년 5월까지 연인원 10,315명을 파견한 우리와 혈맹국이며, 방콕에는 한국전 참전용사회가 있어 양국 간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현재 태국은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 한국과는 1958년, 북한과도 1991년 대사관을 개설하였다.
태국에 주재 당시 태국은 연간 외국인 관광객 400만 명 이상을 유치하는 관광대국이었다. 동남아시아 교통의 중심지로서 ‘불교의 나라, 미소의 나라, 동양의 베니스, 관광 천국’ 등으로 불리면서 새벽 사원, 에메랄드 사원 같은 금빛 찬란한 사원들에 외국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또한 방콕 시내를 관통하는 차오프라야 강과 시내를 관통하는 곳곳의 운하에는 관광객들을 나르는 루캄락(나룻배)들로 가득 찼고, 동양 최대 환락가 팟퐁거리의 야시장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볐다.
그리고 파타야, 후아힌, 푸켓의 은빛해변, 치앙마이, 아유타야, 칸차나부리 등 천혜의 관광자원에 인공 조성한 농룻빌리지, 로즈가든, 격조 높은 호텔과 골프장, 또한 친절한 서비스에 망고, 두리안 등 맛 나는 열대과일과 저렴한 태국 음식들이 관광객을 유혹했다. 특히 관광객 보호를 위한 관광경찰 운영 등 세심한 관광정책도 한몫을 했다. 당시 우리나라도 해외 관광 자유화와 상대적으로 값싼 여행경비 때문에 태국을 찾는 관광객이 많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듯이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당시 필자가 살던 스쿰빗의 23층 「아속타워」 건물이 가장 높았으나 지금은 83층 「바이요케(Bai Yoke)」 빌딩을 비롯한 고층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당시 방콕은 600만 인구에 60여 만 대의 차량이 붐비는 교통지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도심에 고가전철 롯 파이파(Sky Train)와 지하철이 건설되어 교통망도 아주 발달되었다. 그리고 시내와 파타야 후아힌을 잇는 외곽도로 주변에는 종전의 라마 9세(푸미폰: Bhumibol)국왕 초상화 대신 2016년 12월에 등극한 라마 10세(와치라 롱콘: Vajirlongkorn) 국왕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또한 지금도 연인원 2,200여만 명의 외국관광객이 찾는 세계1위 관광도시가 된 방콕에는 차오프라야 강의 유람선과 에메랄드 사원을 찾는 외국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겨울여행 상품에 태국이 인기이며, 태국골프장들은 한국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28년 만에 찾은 상하의 나라에서 지금도 유유히 흐르는 차오프라야강물과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태국국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옛 향수에 젖어 이 글을 쓴다. 새 국왕의 등극과 더불어 한태(韓泰) 관계에도 더 큰 발전이 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