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 권해조 논설위원
지난 5월 25일 프랑스 칸에서 폐막한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 상은 칸 영화제에서 경쟁부분 초청작 가운데 최고 작품의 감독이 받는 최고상(대상)이다. 1954년까지는 최고의 대상을 그랑프리(Grand Prix)로 부르다가 1955년부터 칸 지역의 상징인 종려나무의 잎사귀를 소재로 하트모양으로 만들어 이름을 황금종려상으로 바꿨다. 칸 영화제는 1946년 9월부터 매년 5월에 열렸고 올해 72회로 5월 14일부터 25일까지 열렸다. 칸 영화제는 세계 4대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 부분이 세계 최고라고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19년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해 초청, 각본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심사위원상, 심사위원장 상은 받았으나 최고인 대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기생충’은 다른 동물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벌레로,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고 남에게 덧붙어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이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인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다뤘다. 영화의 줄거리는 하는 사업마다 실패한 가족구성원 네 사람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아들 기우(최우식)가 기업가 부잣집인 박 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으로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네 가족 모두 박 사장 집에 고용되어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지구촌의 화두인 빈부격차나 계층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국영화의 단골메뉴인 권선징악(勸善懲惡)도 아니고 못사는 사람들이 자기반성보다 잘사는 사람들에 대한 원한에 사로잡힌 느낌이 있었다.
현대 한국사회의 이슈를 다룬 영화를 통해서 문화와 국경을 초월해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었고 세계무대에서 문화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것은 국격(國格)과 국가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따라서 봉준호 감독이 수상 뒤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으로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선물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듯이 이번 수상은 한국영화의 성장궤적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본다.
칸 영화제 수상작 ‘기생충’은 지난 5월 30일부터 국내에서도 상영되고 있다. 수상의 덕분인지 현재까지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봉 감독은 “일상에서 마주보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모습을 솔직히 담아보고, 그들이 인간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예의를 지키느냐에 기생(寄生)이 될지, 공생(共生)이나 상생(相生)이 될지 갈라진다”라고 했다.
이번 칸영화제의 대상은 한국영화가 1919년 10월 27일 서울 종로 단성사에서 영화 ‘의리적 구토(義理的 仇討)’ 상영 뒤 실로 100년 만에 받은 큰 훈장이다. 봉준호 감독은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뒤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 등 범죄물부터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장르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수상작 ‘기생충’의 감독과 출연 및 제작진, 영어번역을 맡은 미국인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 씨 등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영화의 꽃이 더 활짝 피고 우리나라 영화산업도 크게 도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