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합천(陜川)과 산청(山淸) – 권해조 논설위원
필자의 고향은 합천군 대병면 성리 죽전마을이다. 처가는 산청군 신안면 신안리 북동마을이다. 두 마을은 직선거리로 30km 정도로 옛날 같으면 걸어서 하룻길이었지만 오늘날은 차량으로 불과 30분 거리에 불과하다. 결혼 후 장인 장모님이 살아 계실 때에는 처가에도 고향처럼 자주 다녔으며, 이런 연유로 합천과 산청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게 되었다.
먼저 합천군과 산청군은 삼한시대에는 같은 변한지역에 속했다. 합천군은 옛날 신라초기 대야주(大耶州)로 부르다가 757년(경덕왕 16년)에 강양(江陽)으로 개칭되고, 1018년(고려 현종 9년) 합주(陜州)로 승격되었으며, 1413년(조선 태종 13년)에 합천군으로 되었다가, 1914년 4월에 초계현, 삼가현을 합병하여 합천군이 되었다.
산청군도 신라 초기 지품천현(知品川縣)으로 부르다가, 757년(신라 경덕왕 16년)에 산음군(山陰郡)으로 바뀌고 궐성현(闕城縣: 단성)의 영현이 되었다. 1018년(고려 현종 9년)에 합천(陜川)에 속현되었다가, 1390년(공양왕 2년)에 감무(監務)를 둠으로써 독립되었다. 1413년(조선 태종 13년) 산음현으로 다시 개칭했다가, 1767년(영조 43년) 산청군으로 개칭해 오늘까지 이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합천과 산청은 인접한 군으로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보통 관계가 아니다.
첫째, 두 군은 1,108m 높이의 황매산을 동서로 인접해 있다. 산청은 고려 현종 때 합천에 속현된 바 있고, 현재도 합천 대병면과 차황면, 가회면과 신등면, 삼가면과 생비량면 등 3개면이 서로 인접해 있다. 특히 봄이면 이 황매산에서는 철쭉제도 함께 열리고, 가을에는 갈대숲을 감상하려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두 군은 100세 시대를 앞두고 한방 항노화(抗老化) 분야에 다양한 관광자원을 결합시켜 향후 전국적인 웰니스(Wellness)관광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다.
둘째, 명칭도 보통관계가 아니다. 오랫동안 합천은 강양(江陽), 산청은 산음(山陰)으로 불렀다. 원래 음양(陰陽)의 본뜻은 언덕위로 해가 뜨면 음달과 양달이 생긴다는데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양과 음의 이질적인 두 기운이 서로 보완해서 하나의 통일화를 이루는 상반(相反)의 작용을 음양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강양(江陽)과 산음(山陰)은 양달과 응달을 가리키는 말로써, 강양(江陽)은 가야산 남쪽 황강 북쪽의 양지바른 지역이란 의미로 보이고, 산음(山陰)은 지리산 북쪽 볕이 잘 안 드는 응달지역이란 의미로 보인다. 그 예로 중국의 낙양(洛陽: 황하강 북쪽)이나 서울 한양(漢陽: 山南水北: 백악산 남쪽, 한강 북쪽에 위치)과도 일맥상통한다.
셋째, 합천과 산청은 산이 푸르고, 계곡물이 풍부해, 그야말로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지역이다. 특히 합천군을 동서로 관통하는 황강은 소백산맥에서 발원하여 합천댐 건설 이후 합천호를 이룬 후 낙동강으로 흘러내려 간다. 산청 역시 지리산과 황매산에서 흘러내린 경호강이 산청군을 남북으로 관통하여 진양호를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내린다. 깨끗하고 수량이 풍부한 황강과 경호강은 오늘날 서부경남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넷째, 서로 연관된 유명 인사들이 많다. 조선 중기 유명한 유학자인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은 합천군 삼가면 외토리에서 태어나 노년에 산청군 시천면에 덕천서원을 세우고 후학을 지도하다 운명하셨고, 근래 불교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성철 큰스님은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에서 태어나 합천 가야면 해인사에서 기거하다 운명하셨다.
다섯째, 합천과 산청은 과거 한때 같은 국회의원 선거구였다. 이후 분리되었다가 농촌 인구 감소로 2~3개 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다시 통합하는 과정에서 오늘날에는 다시 거창, 함양, 합천, 산청군이 합쳐져 한 선거구가 되었다.
그밖에 합천과 산청은 인접하여 옛날부터 혼사도 많이 이뤄졌다. 합천에서 산청에 이르는 길도 종래는 삼가 경유 생비량면을 거쳐 가거나, 가회를 거쳐 단성면으로 갔는데 오늘날에는 대병면 하금에서 산청 오부면으로 ‘황매산터널’이 새로 생겨 교통도 편리해지고 왕래도 늘어났다. 이렇듯 합천과 산청은 불가분의 이웃 관계에 있다. 앞으로 합천과 산청이 상호 협력하고 활발하게 교류함으로써 두 지역의 공동 발전과 함께 끈끈한 유대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