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해학(諧謔)이 넘치는 한해가 되자 – 권해조 서울향우
기해년(己亥년)을 보내고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았다. 지난 한해는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너무나 우울한 한해였다. 전국교수들이 선정한 기해년의 사자성어도 분열된 한국사회의 슬픈 현실을 표현한 공명지조(共命之鳥)였다. 이는 불교경전에 나오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가 목숨을 같이할 공동운명체인데도 자기만 살려고 하면 결국 다 죽고 만다는 슬픈 내용이다.
우리는 흔히 실없는 말, 농지거리 하는 말을 농담(弄談: joke)이라하고, 익살스럽고 품위가 있는 말을 해학(諧謔: humor)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고금소총(古今笑叢)이나 해학소설(諧謔小說) 등 해학문화가 유행했다. 지금도 ‘재치 있는 유머가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란 캐치 프레이즈 아래 베스트(Best)유머, 문화의 배반자 유머, 유머(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유머1번지, 유머모음, 간단유머, 최신유머, 고급유머, 유머시리즈, 유머 품격, 유머 기술 등 유머 책들이 발간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애인 버전, 4대 거짓말, 우기는 데는 못 배겨, 여자의 상품가치, 부부 잠버릇, 정치인과 개의 공통점, 선생님 시리즈, 유머건배사’ 등 다양한 재미있는 유머 시리즈 모음이 인터넷이나 카톡방을 통해 많이 전파되고 있다.
유머란 원래 고대 생리학에서 인간체내를 흐르는 혈액, 점액, 담즙, 흑담즙 등 4가지 종류의 체액을 의미 했는데, 이런 체액의 배합정도에 따라 사람의 기분과 기질이 변한다고 믿었다. 유머는 웃을 때 주어지는 메시지에 반응하는 것으로 웃음을 통해서 지나친 긴장상태를 완화해 준다. 그리고 유머는 삶에 활기를 넣어주는 긍정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익살스럽고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으로 난센스, 재치, 풍자, 심술궂은 쾌락 같은 여러 기술요소가 수반된다.
유머는 21세기에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key word)가 되고 있으며, 감각이 뛰어난 정치가나 유명 인사들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특히 링컨, 처칠, 레이건 같은 유명 정치인이나 정주영 회장 등 유명 인사들의 유머도 많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외모가 원숭이처럼 못생긴 링컨 대통령이 어느 유세장에서 상대후보가 링컨에게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야!”라고 하니까 링컨은 “정말 두 얼굴을 가졌으면 왜 이 중요한 자리에 왜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 반문하여 그 덕분에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한다. 세계역사상 가장 많은 유머사례를 남긴 윈스턴 처칠 영국수상이 말년에 어느 기자가 “내년에도 건강해 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니까 처칠은 “자네는 아직 건강해 보이는데, 내년까지 충분히 살 것 같아. 걱정 말게”라고 했다. 또한 여든이 넘어 어느 모임에 참석했는데 한 여성이 “바지 지퍼가 열렸군요.”라고 하니까, 처칠은 당황하지 않고 “걱정 마셔요, 죽은 새는 결코 새장 밖으로 나올 수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또한 1930년대 일본 수상을 지낸 한쪽 눈이 없는 이누가이 츠요시(犬養毅) 외상이 중의원에서 연설할 때 한 야당의원이 “당신은 한쪽 눈밖에 없는데 어떻게 복잡한 국제정세 돌아가는 것을 제대로 다 볼 수 있느냐”라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부었다. 이누가이 외상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의원님께서는 일목요연(一目瞭然)이라는 말도 모르십니까?”라고 즉각 되받아치니, 상대 의원은 얼굴이 붉어지며 몸 둘 바를 몰라 쩔쩔맸다고 한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도 어느 날 한쪽 눈에 안대를 끼고 회의에 참석하자 누군가 “회장님! 많이 불편하시겠습니다.”라고 하니까 정 회장은 “아니, 오히려 일목요연(一目暸然)해 보이는데”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유머는 질병을 치료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그리고 유머를 잘못 사용하면 독(毒)이 될지 모르지만, 잘만 사용하면 인간미를 갖게 하는 묘약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합천군민들도 적절한 유머로 인간미가 넘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