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 이호석 논설위원
그동안 우리는 국민소득 삼만 불 시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선진국 반열에 있는 것으로 알고 상당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신기루 같은 허상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며칠 전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40대 후반인 둘째 며느리로부터 울음 섞인 전화가 왔다. 아들은 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부부로 살고 있고 손자 둘은 초·중학교에 다닌다. 전화 내용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21세기 우리나라 모습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얘기들이다.
매일 같이 무섭게 퍼지는 코로나에 온 대구시민이 공포에 떨고 있고, 거리에 나다니기도 무섭다는 것이다. 특히 더 한심한 것은 그 하잘 것 마스크를 하나를 제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마스크 하나를 사려고 춥고 비가 오는 날, 몇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왔다며 목이 멘다. 전화를 받는 동안 이 사실이 과연 지금 내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만나 의심스러웠다.
필자는 이 전화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허무감을 느꼈다. 필자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얘기들이다. 우리나라가 그런대로 잘사는 나라인 줄 알고 가끔은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오면서, 간혹 TV에 나오는 미개국들의 모습을 보면서 측은지심을 갖기도 했는데, 지금은 80여 국가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막고 있어 그들보다 더한 처지가 돼 버렸고, 앞으로 전 세계에 이러한 이미지를 해소하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걸릴까를 생각하면 참담하기만 하다.
가까운 중국에서 이렇게 무서운 전염병이 발생되고, 인근 국가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면서 충분히 대처할 시간도 있었는데도 그동안 우리는 아주 안전지대에 사는 것처럼 중국을 향해 ‘당신들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느니, ‘우리나라는 의술이 좋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곧 종식이 된다.’라느니 하면서 거드름만 피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하루에 수백 명씩 전파되는 코로나 사태에 허둥지둥하는 정부 모습이며, 그렇게 귀중한 물품도 아닌 마스크 하나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나라. 이러한 실상을 보면서 전 세계인들이 그동안 우리의 허상을 본 것 같아서 얼마나 실망하고 비웃겠는가 싶어 생각만 해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 발표가 더욱 기가 찬다. 이러한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예방을 다하지 못한 책임감이나 미안함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모두 신천지교회 때문이라는 식이다. 또 며칠 전만 해도 가장 시급한 지역에서는 마스크 하나도 제대로 구매하지 못해 울고 있는데도, 현지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일천이백만 개의 마스크를 만들어 10%를 수출하고 나머지는 국내 전량 공급을 하고 있다며 자랑 같은 얘기를 하였고, 지금도 매일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처럼 방송은 하고 있지만, 아직도 제대로 구매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 콜레라 전파가 왜 신천지 교회 때문인가? 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될 때를 대비해서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예방하지 못한 정부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전염병이 발병하거나 전파 우려가 있을 때는 개별 예방은 물론, 집단 모임을 못하게 하는 등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너무나 기초적 상식이다.
필자는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실상을 보면서 그동안 국회의원 이상의 정치인들과 중앙정부의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얼마나 위선으로 허세나 부리며 잘 살아왔는지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평소 입만 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자들이 자기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쥐꼬리만 한 취적 자랑과 자기들 기득권 확장에만 여념이 없는 정치인들을 볼 때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나마 굴러가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항상 불안해하였는데, 역시 이번 사태에서 우리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이런 정부, 이런 정치인들을 믿고 사는 국민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필자는 이러한 실상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실을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이후 초대에서 2대까지는 건국의 과도기로 혼란의 시기였고, 제3,5공화국 시절은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가 일부 억압당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국가 경제를 크게 발전시키고 국민 생활을 향상시킨 업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 모든 정권은 무엇을 했는가? 결과적으로는 자유민주 체제와 국가 기반을 튼튼히 하기보다는, 앞 시대에서 쌓은 국력으로 허세만 부리면서 집권야욕과 당리당략, 그리고 자기들의 기득권 확장에만 몰두한 것 밖으로 볼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오늘날 같은 이러한 국가가 되어 온 국민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겠는가?
양심이 있는 과거의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은 국민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고, 특히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위치에 있는 현직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하는 마음으로 즉시 물러나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