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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사람들 (3) -황매산 독사- – 박상래 합천문화대안학교 교장

뱀은 주행성이지만 기온이 35도 정도 오르는 한 여름에는 오히려 야간에 활동이 많아진다. 적정 서식 온도는 27도 내외이기 때문에 8월의 독사 사고는 40% 정도는 야간에 발생한다. 그래서 야간의 야영지 근처의 잡초가 많은 곳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뱀은 스스로 체온을 유지할 수 없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기온이 19도 이하로 내려가면 움직임이 둔하거나 활동을 정지하므로 고랭지 기후를 가진 황매산의 늦은 밤과 새벽엔 뱀을 관측하기 어렵다. 대신 한낮을 뺀 오전과 오후를 독사의 활동 시기로 본다면 이때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은 밤에도 낮의 기온으로 데워진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길 가운데에 늘어져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겁을 한다. 또 가장자리에서 쉬고 있으면 독사 특유의 노린내 같은 냄새가 나기도 한다. 밤길은 도로 가운데로만 다닐 것! ㅎㅎ 야영지에서는 주변에 담뱃가루, 살충제 등을 뿌려 접근을 막을 수 있다. 종종 배낭에 방울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지만 뱀의 청각능력은 낮아 별 의미가 없다.
맹독을 가진 독사는 말을 7마리 반이나 죽일 수 있는 독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2개월 이하의 뱀은 독이 있어도 치명적이지 않다. 한국에는 머리에 점이 일곱 개 있어서 칠점사(또는 물리고 일곱 걸음을 걸으면 죽는다고 해서 칠보사)라고 불리는 까치독사를 비롯해서 쇠살모사(불독사), 가을독사 중에 가장 많다는 유혈목이(화사, 꽃뱀) 등이 있다. 이렇듯 독사에 물리면 치명적이고 외딴곳에서 나무를 하거나 나물을 캐다가 물리면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대병면 하금리에 사는 76세의 한 할머니는 밭에서 독사를 만나 낫으로 죽이고 조각조각 내었다는데 되살아날까 두려웠다는 말로 이곳 사람들의 독사에 대한 두려움을 알 수 있다. 대병면 회양리의 송승환(남.50)은 독사 한 마리 죽이면 사람 한 사람 살린다는 말이 전해진다고 말한다. 부주의로 풀섶을 밟아 독사에 물리면 상처 부위로부터 심장 방향으로 독이 퍼지지 않게 묶어 재빨리 병원에 가야겠지만 옛날에 이곳 사람들은 소다를 녹인 물에 한참을 담가 독을 빼기도 했단다.
독사 중에 칠점사는 주로 높은 지대에 살고 보호색을 띠어서 좀처럼 보기가 어렵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활동하여 산행 중에 갑자기 만나게 되는데 사람이 위협을 해도 절대로 도망가지 않고 공격 자세를 취하며 당당하여 이곳 주민들에겐 조심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비온 뒤에는 몸이 젖는 것을 싫어하여 나무 가지에서 쉬고 있다가 눈앞에서 떨어지면 기절할 수도~~~ 두려움인 커다보면 뱀이 날아다닌다는 말도 있는데, 경사진 곳의 잔가지 위로 미끄러지듯이 순식간에 내려가는 것을 본 사람들이 부풀려 말한 것이다. 실제로 칠점사는 예초기를 든 사람에게도 덤비는 경우가 있는데, 평소야 각자 제 길로 서로 가겠지만 이쯤되면 예초기를 든 농부는 뱀을 분쇄해 버리고 앞길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보통이다.
독사는 벌레나 양서류 등이 먹이이기 때문에 먹이를 구하기 쉬운 물가와 밤밭에 많지만 이슬을 먹기 위해 잎이 넓은 칡이 무성한 곳, 딸기밭, 호박밭 주변에 자주 나타난다. 젊은 사람은 뱀에 물려도 할머니는 물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노인의 경우 지팡이를 들고 있어 사람보다 지팡이가 한 걸음 앞서 가기 때문에 뱀의 공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은 생존이 위태로울수록 포악하고 치열하다. 그것들의 환경을 침범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으면 안전하다. 그래서 풀숲이 아닌 길로만 다니면 안전하고, 길에서 만나면 뱀이 인간을 먼저 피해서 간다. 느닷없이 그들의 안락한 공간을 인간이 침범했을 때의 불가피한 저항이니 인간이 먼저 배려해 줄 일이다. 스님들이 육환장으로 땅을 치면서 걷는 것은 발아래 작은 벌레들이 먼저 피하라는 배려이니, 노인들처럼 지팡이를 사람보다 한 걸음 앞서 가게하고 그들이 먼저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베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