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 노덕경 수필가
고향 마을을 둘러본다. 행사가 있어서 왔던 길에 어릴 적 살던 마을을 둘러본다. 마을은 옛날의 모습 그대로인데 빈집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그래서인지 마을이 을씨년스럽고 썰렁하기만 하다.
젊어서는 자주 고향을 찾았다. 사랑하는 부모, 형제, 죽마고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떠나고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 이제는 갈 고향이 없고 보니 왠지 농촌이 낯설다. 간혹 성묘나 친지의 길흉사에나 들릴 뿐이다.
부모들 세대에 호구지책인 농경지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구덩이를 파고 씨앗을 뿌리고 재배하여 가족이 연명할 수 있었다. 힘든 농사일은 품앗이, 두레, 계 등으로 함께 해결했고 형제와 이웃들이 동네를 형성하여 정답게 살았다.
그때는 궁핍한 보릿고개가 해마다 닥쳤었다. 그래도 어른들은 긍정적으로 ‘자기 밥그릇은 가지고 태어난다.’ 하였고, 굶주림 속에서도 골목마다 애들이 넘쳐났었다. 인구증가를 걱정한 정부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 낳아 잘 기르자!‘며 산아제한 정책을 내 걸었고, 심지어 정관 수술하면 예비군 훈련까지 면제해 주곤 했었다.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인구 감소시대가 본격화 되었다고 했다. 나라 전체가 인구 자연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농촌은 더욱 심각하여 아예 아우성이다. 젊은 사람들이 없고, 아기 울음소리가 없고, 고령화로 노인들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빈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은 급속한 산업사회가 도래하자,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다. 우리 마을도 나이 많은 어른들만 고향을 지키고 살았는데, 이제는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장손인 형님마저 돌아가셨다. 혼자된 형수도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 남에게 넘기고 도시의 딸들과 아들 네 집에 왕래하면서 시골집은 방치된 상태다.
농촌의 인구가 갈수록 줄어, 지방자치단체는 귀농, 귀촌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정주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로 인해 곳곳에 방치된 빈집이 많아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빈집은 흉물스럽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3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빈집이 33.6% 늘어났다고 한다.
집은 사람의 온기가 없으면 빨리 허물어진다. 문풍지도 구멍이 나면 한지로 발라야 먼지와 쥐가 다니지 못하고, 벽도 작은 틈이 생기면 막아야 하는데, 손을 보지 않으면 금방 갈라진다. 적은 물방울이라도 누수가 되면 서까래와 보, 기둥까지 썩는다. 마당도 인기척이 없으면 금방 잡초와 씨앗이 날아와 사람의 키보다 더 자란다. 국내에서도 지자체마다 다양한 해법을 도입하여 빈집을 수리해 주고, 농사 기술도 가르치는 농촌정착을 위한 정책들을 펴고 있다. 또한 인구증가를 위해 어린이 출산에 따라 출산 지원, 양육비 지원, 교육비 지원, 주거지원까지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어나 신생아 출산율도 감소하여 지자체 존립 위기감까지 느끼고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3D 업종은 기피하고, 좋은 직장만 찾고, 중소도시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 그것만인가, 그로인해 결혼도 포기하고, 혼자 사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같은 나라들이 이민정책으로 인구를 늘려 노동력 해결했었다. 우리도 ‘90년대 들어 농촌의 만혼과 미혼으로 국제결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이제는 다민족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웃 일본에도 산업사회가 도래하며 농촌의 빈집이 늘어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러 가지 해법을 연구하여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에게 빈집을 수리하여 임대해 주고 10년 이상 살면 소유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여 빈집을 해소하고 인구증가 정책도 대처하고 있다.
우리도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장기대책이 요구된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의 유치, 출산 정책, 교육 정책, 귀농, 귀촌, ‘힐링하우스’ 등 다양한 정주 정책이 필요하고, 국토의 70%인 임야를 초지로 조성하여 젊은이들에게 경쟁력 있는 축산정책, 스마트 농법, 신기술영농 등, 머리를 맞대고 농촌의 심각한 빈농 문제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