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투표하던 날 – 문경자 수필가

코로나 19가 무색할 정도로 꽃들은 온 천지를 장식하고 향기를 날리는 봄날. 봄이 온다고 하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지난 겨울 힘들고 지쳐도 기다렸다.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누구나 행복감에 젖는다. 눈만 뜨면 즐거운 일터로 향해 가는 사람들의 부지런한 모습도 세상 사는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잔의 커피를 한 모금의 사랑으로 달콤하고 다정한 틈을 내주었고, 그 사이로 즐거움이 넘쳐나던 그런 날들이 지속되는 줄만 알았다.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저마다의 소망을 빌며 일년내내 무사하길 기원하며 꿈을 꾸고 가슴에 품은 뜻이 이루어 지길 간절하게 비는 마음으로 맞이 한 새해는 사람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온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비상이 걸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우리나라도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이고 뉴스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면서 걱정은 날로 더해갔다. 나라전체가 보이지 않은 죽음의 전쟁을 하며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사망자가 늘어나고 요양원에 모신 부모님이 사망을 해도 금지구역이라 운명하는 것도 지켜보지 못하는 불효 아닌 불효자가 되기도 했다. 가족장을 치르고 뒤돌아 오는 길은 무거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지인의 이야기가 뇌리에 남아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살 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버겁고 힘든 일이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도 저마다의 관리가 철저할 때이다. 마스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아침해는 어김없이 밝게 비추고 햇살도 예년처럼 따사롭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물기를 닦았다. 예전 같으면 투표장에 가는 날은 화장을 하고 정장입고 구두를 신고 차려 입고 갔다. 그런데 지금 거울 앞에 앉아 보니 그럴 마음이 도통 생기지 않는다. 대충 기초화장품을 발랐다. 굳이 갖추고 갈 마음이 나지 않았다. 머리를 빗고 거울을 보면서 마스크를 썼다. 눈만 보이는 거울 속의 얼굴이 무표정하다. 새삼스럽게 내가 아닌 듯해서 억지로 웃어 보아도 눈가에 잔주름만 움직일 뿐 별로 예쁘게 보이지 않았다. 밖을 나서니 발걸음도 무겁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러했다. 어딘가 모르게 짓눌린 듯한 공기가 봄날의 따듯함과는 거리가 멀어진 느낌이다. 투표장소가 가까운 초등학교라 가는 길은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텅 빈 운동장은 봄햇살만 가득차고 화단에는 봄꽃들이 피어 가라앉은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투표소 입구부터 마스크를 쓰고 길게 서있는 줄을 보니 실감이 났다. 귀중한 한 표를 위해서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참여하는 정신이 놀라웠다. 내 앞에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키가 작은 뚱뚱한 청년이 서있었다. 그 청년의 차례가 되었다. 앞에서 체온확인을 하는 여자담당이 몇 번이나 재고 있는 것을 보고 서 있는데 겁이 덜컹 났다. 혹시라도 잘 못되지 않을까 확진자면 어떻게 하나 순간 몸이 움츠려들었다. 그런 와중에 또 남자담당이 와서 체크하는 것을 보니 걱정이 더했다. 거리 두기로 바짝 다가 서있지 않은 것도 천만다행이었다.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는지 작은 기침을 하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청년은 무사히 통과를 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체온확인을 하고, 손 소독을 하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받아 오른 손에다 끼웠다. 장갑을 준비한 것은 여러 사람이 쓴 투표용 도장을 만져 예방차원에서 마련한 대책이었다.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쓰고 투표하는 새로운 선거 수칙을 지켰다. 그 청년 뒤에 서있다는 것이 편치 않았다. 제발 빨리 투표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스크를 한 선거진행 요원들이 앉아 세밀하게 일을 잘하고 있었다. 아는 분이라도 수고한다는 인사도 못하고 그저 눈만 쳐다보았다. 분위기는 조용하고 더 차분하게 잘 진행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오후에 가벼운 산책을 하기 위해 공원으로 향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오랜만에 따듯한 햇빛을 받으며 걷는 모습이 힘차게 보였으며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서로 마주쳐도 그저 눈인사 정도로 그치며 누구인지도 분별이 잘 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위축 되어있다. 어느 일간지에 유권자들의 설문조사를 보니 경제 살리기, 소외계층 관심, 청년안심 일자리, 행복하게 사는 세상 만들기 등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초심을 잃지 말고 작은 약속이라도 잘 지켜주는 국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와의 전쟁을 치루면서 찍은 소중한 한 표가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코로나 한국의 21대 총선이 아무 탈없이 치러져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 높이는데 한몫을 하였다. 마지막까지 국민들이 참여해서 투표는 잘 마무리되었다는 뉴스를 보니 어수선한 마음도 가벼워졌다. 무엇보다도 코로나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똑 같을 것이다. 투표하는 날은 이렇게 하루해가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