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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운잡기| 코로나19 와 불출문(不出門) – 권해조 논설위원

작년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코로나 19 여파로 올해는 연초부터 몇 달간 집안에 갇힌 신세가 되고 있다. 지난 5월말 현재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590여만 명에 사망자만 36만 2천여 명이며, 미국이 확진자 180여만 명에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었다. 우리나라도 1만 1천여 명의 확진자에 270여 명이 사망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해마다 봄이 오면 온 국민이 봄의 향연을 맘껏 즐겼지만 올봄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너무나 암울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새삼 실감했다. 이렇게 좋은 봄날 집밖 출입도 통제된 채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은 생활을 하니 너무나 답답하고 서글프다.
산과 거리에는 진달래. 개나리와 목련, 철쭉꽃이 앞 다투어 피어나지만 아름다운 자태를 구경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향긋한 봄 냄새와 봄 향기도 음미하지 못하고 봄의 향연도 외면하고 살아가는 현실이 너무나 원망스럽다. 이럴 때 당(唐)나라 백거이(白居易:772-842)가 낙양에서 은퇴하고 말년에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며 지은 칠언율시(七言律詩)인 불출문이 생각나서 읊어본다.

문밖에 나가지 않고 (不出門)
/ 백거이(白居易)
불출문내우삭순(不出門來又數旬)
: 문밖으로 안 나간지가 벌써
수십 일이 되었거늘
장하소일여수친(將何銷日與誰親)
: 무엇으로 소일하며
또 누구와 벗하는가.
학롱개처견군자(鶴籠開處見君子) : 학의 새장을 여니 군자를 만난
듯 하고
서권전시봉고인(書卷展時逢古人)
: 책을 펴고 글을 읽으니
옛사람을 만난 듯하네.
자정기심연수명(自靜其心延壽命)
: 자신의 마음을 맑게 지니면
수명도 길어질 것이고
무구어물장정신(無求於物長精神)
: 물욕을 버리면 정신이 맑아지는
법이라네.
능항변시진수도(能行便是眞修道)
: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참된
수도이리니
하필강마조복신(何必降魔調伏身)
: 구태여 마귀를 항복시키려 조복할 필요가 있겠나?

당시 백거이는 스스로 허심탄회하고 마음을 염정(廉正)하게 하고 물욕을 없애면 수명을 연장(延壽)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사는 것이 참된 도(道)를 닦는 것이라 여겼다. 이를 보면 옛날이나 지금 도 세상 권력에 탐하지 않고 청렴하게 대자연 속에서 유유 작작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우러러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는 지난 3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다가 4월 24일 ‘생활 속의 거리두기’로 전환되었으나, 또다시 지역 확진자가 늘어나자 유흥업소나 박물관 등 공공장소 사용을 통제하고 지하철에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개인 방역수칙을 강조하고 있다. 차제에 백거이 불출문을 음미하면서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책도 보고 가족과 유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지 모른다. 하루속히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집 밖의 산이나 유원지에 가서 신선한 공기도 마음껏 마시며 즐거운 일상생활로 돌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