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사람들 (8) 합천의 흑돼지 – 박상래 합천문화대안학교 교 장
돼지는 신석기 시대 이후 다양한 동물을 가축화 시켜 운송수단과 농사일에 사용했지만 돼지는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는 가축이다. 부여에서는 고기 외에 가죽으로 옷을 만들고, 털은 짜서 베를 만들고, 기름은 몸에 발라 찬바람을 막는 등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다.
돼지는 쥐와 함께 농사를 망치는 해로운 동물로 인식하기도 했지만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제물로 사용한 귀하고도 신성한 동물이기도 했다. 지금도 인간의 일을 신에게 고하는 사자의 역할을 하는 돼지를 고사상에 올려놓고 지폐를 말아 입과 귀에 꽂는다. 잘 들고 신께 잘 말씀 드리라고 귀와 입에 꽂는데, 콧구멍에 꽂는 것은 돼지를 화나게 하여 오히려 역효과일 듯 하다. 돼지의 도살적기는 8~10개월, 체중 90~110kg에 달한 때이다. 육질은 부드럽고 결이 가늘고 육색은 담홍색을 하고 있지만 섬유가 가늘고 부드러우며 다른 육류에 비하여 지방이 많다. 이 지방이 희고 단단하며 방향을 띠고 있는 것이 좋은 고기이다. 돼지고기의 지방 함량은 10~34% 정도인데 삼겹살에는 44%나 들어 있다. 지방은 칼로리가 많아 에너지원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뇌의 지적활동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삼겹살에는 아무래도 지방이 너무 많다.
현재 흑돼지는 제주, 강원도 고성, 김천 지레에서 외래종과의 교잡 중에도 흑돼지를 지키고 있다. 합천군의 흑돼지는 옛날부터 농가에서 재래식으로 사육하던 것이다. 그런데 토종돼지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종축개량으로 일제 초기인 1908년 전후에 바크셔, 요크셔 등의 외래종과의 교배로 거의 멸종위기에 처했으나, 농촌진흥청이 종축 보존 및 실험 연구 등의 목적으로 키웠고, 이를 1991년 합천군이 10여 마리를 분양받아 번식시켰다. 합천 토종 흑돼지는 빛깔이 붉고 육질이 쫄깃한 것이 특징이며 체구가 작고 기르는 기간도 길어 생산성은 낮다. 도축할 수 있는 큰 돼지로 자라는 기간은 일반 흰 돼지(180일)보다 긴 230일가량이지만 체구는 흰 돼지(120㎏)보다 작은 90㎏이다. 한 배의 새끼 수는 다른 돼지들이 12마리 내외이지만 합천 흑돼지는 6~8마리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도입 초기 몇몇 농가는 사육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맛은 다른 돼지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육질이 뛰어나다. 3개 농장에서 3500여 마리를 사육하기도 했지만 2020년 4월 현재 합천군에 등록된 흑돼지는 1821마리이다.
돼지고기 육질의 등급기준으로 외관은 비육 상태와 삼겹살 상태, 지방부위 상태를 보고, 육질항목으로 마블링(지방침착도, 육질), 육지직감, 지방색과 지방질을 확인한다. 여기서 돼지육질이 맛의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일반적으로 생육환경 30%, 사료70%인데, 합천 흑돼지는 청정 합천이 뛰어난 생육환경을 제공하고 발효사료와 황토사료를 사용하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고소하고 육질이 뛰어난 맛의 명성에 비하면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묘산면 합천 명품 토종돼지에 있는 직판장을 통해서만 유통되고 있고, 취급하는 식당도 묘산의 명품토종식당 외에는 알려져 있는 곳이 없다. 합천읍에 있는 취급점은 도시재생사업으로 건물이 철거될 예정이라서 취급점의 확대와 홍보기 필요한 시점이다. 흑돼지를 검색어로 치면 제주 흑돼지가 대부분이다. 이것도 홍보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이다. 앞으로 순종은 순종대로 보존과 공급을 지속하고, 이런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흑돼지와 백돼지를 교잡하여 노란돼지가 되는 흑돼지의 변신을 기대할 수 있고, 지금도 사육되고 있는 유황돼지를 통해 흑돼지의 다양화된 공급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