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모기 – 문경자 논설위원
모기는 여름에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작은 벌레다. 지구상에는 3,500여종의 모기가 살고 있다는 설도 있다. 그 작은 벌레가 여름이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다른 곤충과 같이 머리 가슴 배 3부분으로 되어 있다. 사람과 친숙하며 어디서나 공격을 가한다. 머리에는 한 쌍의 더듬이, 한 쌍의 겹눈, 한 개의 아랫입술(대롱 모양의 주둥이), 한 쌍의 아랫입술수염이 있으며, 몸전체가 많은 비늘로 덮여 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친숙하다 보니 이웃사촌처럼 느껴지는 듯하다. 여름철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모기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부가 궁금하다. 어쩌다 남의 피를 빠는 벌레로 태어났는지! 완전 변태 곤충으로 알, 유충, 번데기, 성충의 생활환(生活環)을 거친다. 집모기는 알덩이를 물에 띄운다. 물이 괸 하수구나 방화용수. 계곡의 바위 움푹한 곳에 괸 물속. 바다와 민물이 섞인 물 등에서 주로 발생원이 된다. 모기는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등의 질병을 매개한다. 유독 사람들에게 더 독하게 달라붙는 모기는 한 여름 밤의 달콤한 잠을 방해하는 얄미운 벌레다.
어른이나 아이나 모기한테 물렸을 때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앵앵하고 날아다니며 약을 올리고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첫사랑처럼 사람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 더군다나 시력이 나쁜 사람에게는 더더욱 신경이 곤두선다. 벼룩 한 마리 잡는다고 초가 삼 칸 다 태운다는 말이 생각난다. 여름모기 잡는 것도 순발력기 뛰어나야 한다. 그 중에서도 손으로 모기를 때려잡으면 그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모기 한 마리 잡으려고 자다가 일어나 꾸겨진 런닝구 바람으로 쫓아다니는 남편은 취미생활처럼 즐겼다. 보통 키에 갸름한 얼굴에 참을성이 많지만 단지 여름철 나타나는 모기에게만은 아주 지독하게 군다. 날씨가 흐리고 후덥지근한 여름 밤은 모기들이 왈츠를 추며 윙윙 노래한다. 그 소리가 내 귓가에 와서 탐색을 즐긴다. 꼭 왜 귓가에서 맴돌까! 앵앵 하는 모기소리가 들렸다. 나는 손바닥으로 찰싹 때렸다. 모기는 잡히지 않고 내 귀만 아프고 멍했다. 내 곁에서 자고 있던 남편은 벌떡 일어나 LED방등 조명을 켰다. 그날 밤도 예외는 아니었다. 맨손으로 때려잡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다녔다. 그 모습은 절간에서 두 손을 모으고 부처님 앞에서 합장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나는 밤중에 코믹쇼를 보여주는 모습에 웃음만 나왔다. 박수치는 소리에 좋은 일이 있나 싶어 자고 있던 아들 둘도 일어나 눈을 비비고 안방으로 들어왔다. 어릴 때부터 봐온 터라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드디어 방문 손잡이에 붙어 있는 모기를 본 순간이었다. 손바닥을 일자로 펴서 딱 하고 잡았다. 시체가 된 모기를 보여주었다. 손바닥에 착 달라붙은 모기를 보면서 우리는 감탄사를 보냈다. 너희 아빠는 영웅이야 하고 모기 퇴치를 한 남편을 추켜세웠다. 으쓱으쓱 어깨에 힘을 주면서 이제 잡시다 했다. 다시 나타나면 깨우라는 말을 하였다. 여름밤의 웃음이 귀에 걸렸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모기에게 물리면 난감했다. 젖냄새가 나고 아기들의 피부는 얼마나 보드라운가! 모기는 아기들의 발가락이나 발바닥 눈두덩이 같은 곳을 공격한다. 가려워도 말을 못하는 아기는 그저 울기만 했다. 물린 곳을 살살 문지르다 보면 딸기 같이 부풀어 오른다. 하다못해 급하면 새끼손가락에 침을 묻혀 발랐다. 그래도 부은 살은 가라앉지 않았다.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부채질로 날밤을 새웠다. 어른아이 모두 여름밤은 모기와의 전쟁이었다. 특히 시아버지는 막걸리를 좋아했다. 하루의 피곤함도 얼큰한 콩나물국에 한 잔하고, 시원한 사랑채 마루에서 잠을 자는 것은 최상의 안식처였다. 그래도 모기한테 물리지도 않았다. 시어머니는 혼자 말로 술을 먹고 자니 모기들도 막걸리에 취해서 모두 꼬꾸라져 죽었나 보다 했다. 막걸리의 효능도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집을 오기 전 일이었다. 여름이면 나는 친정 고모가 살고 있는 계성부락에 가서 휴가를 보냈다. 서울에서 아가씨가 왔다고 동네 분들이 놀다가 갔다. 저녁을 먹는데 모기들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아들만 셋을 키우는 고모가 힘들어 보여 잠깐이나마 돌봐 주기로 했다. 세 아들은 아직 어렸다. 모기에게 물려 발등, 볼, 다리에도 모기에게 물린 자국이 선명했다. 단련이 되었는지 웃으며 별미로 만든 수제비를 맛있게 먹었다.
고모는 밤이 되자 아이들은 밖에 다 재웠다. 아가씨는 모기한테 물리면 안 된다고 했다. 하늘색 모기장 네 귀퉁이를 잡고 줄을 당겨 대못에 걸었다. 나는 너무 좋아 모기장을 살짝 들치고 들어갔다.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즐기는 기분이 들었다. 삼베 홑이불을 덮었다. 뻣뻣하고 엉성해서 모기가 대롱 같은 주둥이로 물까 봐 잠도 들지 못했다. 바깥에서 앵앵 울며불며 먹잇감을 찾아 불을 켜고 날아 다녔다. 모기장이 얼멍얼멍해서 모기가 마구 기어 들어올 것 같았다. 잠한테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꿈나라로 빠져 들었다. 이튿날 아침 눈을 떴다. 모기에 물려 팔 다리가 빨갛게 산딸기처럼 매달렸다. 밖에서 잔 아기보다 모기장 속 네가 더 물렸다며 모기도 아가씨를 좋아 하나 보다 하고는 웃었다.
모기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저마다 하나씩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저녁이면 멍석을 깔고 옥수수 하모니카 불면서 즐거웠던 생각들이 하나 둘 되살아난다. 고향의 여름 밤 그 많던 모기님들은 어디 있을까! 고향의 향수를 그려본다. 아버지가 피워 놓은 모깃불. 풀잎 타는 냄새와 쑥이 타는 향기는 그저 맡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시원한 밤바람이 불면 불꽃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별처럼 반짝거렸다. 날아가는 모기 꽁무니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