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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 병원 등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심각성 – 이한복 국민건강보험공단 거창지사

현재 우리나라에는 4대 사회보험이 있다.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그리고 건강보험이 그것이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다. 이 4대사회보험 중 국민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보험은 무엇일까? 아마 건강보험이 아닐까 한다.
어느 사회보험도 마찬가지이지만 재원이 없이는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건강보험이 아무리 훌륭한 사회안전망 구실을 하고 또 국민의 만족도가 높다한들 재원이 없이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알다시피 건강보험의 재정은 가입자들이 납부하는 돈과 정부나 사업주들이 부담하는 돈으로 구성이 된다. 89년에 전 국민 의료보험시대를 연 이후 짧다고 할 수 있는 기간 안에 건강보험이 이 정도의 자리를 잡는 데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입자들의 노력과 협조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국민들이 납부한 돈을 관리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몫이다. 그러나 공단에서 의료기관에 돈을 지급하면서도 감시나 감독할 권한이 없어 재정누수를 막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정누수의 주범은 소위 말하는 사무장 병원과 사무장 약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법이나 약사법에 따라 의료인이 개설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무장 병원과 사무장 약국은 비 의료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서 개설·운영 하는 곳을 말한다. 이들 기관은 수익증대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과잉진료, 보험사기, 일회용품 재사용, 과밀병상 운영 등 국민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얘기이다.
18년 1월에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의 세종병원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이들 사무장 병원 등으로 인한 건강보험공단의 피해액이 자그마치 2조 5천 억 원 이상이라고 한다. 천문학적인 돈이 아닐 수 없다. 공단은 두 눈 뜨고 도둑맞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그런 불법기관을 단속하고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공단에는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나 복지부 그리고 지자체에 권한이 있기는 하나 전문성부족, 무관심 분야, 조직의 축소운영, 토호세력과의 유착 위험 등으로 인해 없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재정누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험료를 관리하고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단의 능력을 의심할 수도 있으나 변호사, 간호사, 전직 수사관, 조사 인력 등 이미 200여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전문 인력과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재정누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가 있다.
2019년 12월 송기헌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 법이 통과 된다면 공단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여 사무장 병원과 사무장 약국에 한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어떤 법안이든 이득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 이 법안도 일부단체의 지나친 우려로 인한 반대에 부딪혀 통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가 정당하게 집행되고 재정누수를 막고자 하는 법안인데 일부 단체의 반대에 막혀 사장된다면 다시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 갈 수밖에 없다. 공단에 사법경찰권이 없이 현행대로 흘러간다면 사무장 병원 등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그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 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정부와 여당은 일부의 반대는 무시하고 국민들을 위해 하루 빨리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실기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