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마지막 잎새 – 김상준 경남도민신문 합천국장
찬 바람이 분다. 어느새 바람도 세찬 느낌이 든다. 이젠 초겨울인가 보다. 아침 기온이 두툼한 겨울옷을 입게 하니 말이다. 언제 온지도 모르게 가버린 가을 들녁의 들국화가 찬서리 맞으며 피어 있는 것도 그렇고 추위에 떨고 있는 김장용 배추, 무, 쪽파 둥도 내가 보기엔 너무 추울 것 같아서 난 싫다. 낙엽이 바람에 나부끼고 나무에 매달린 한잎의 마지막 저 잎새가 나를 슬프게 한다. 언제는 낭만도 있었고 친구들과 손잡고 갈대숲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며 미래를 꿈꾸며 스쳐 가는 으악새 소리를 자장가 삼아 들었는데 세월은 이렇게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린단 사실을 왜 진작 알지 못했는지 회한과 그리움에 젖어든다.
만감이 교차하는 우리의 세대들 아름답게 늙어 가자. 세대들아, 이제는 말하고 싶다. 젊음의 낭만을 즐길 여유도 없이 살아온 우리이기에 그래도 이렇게 풍요롭게 살게한 우리들이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저력 있는 국가가 된 것이 아니던가.
우리는 자부한다. 이렇게 멋진 국가를 만든 우리 세대를 우린 너무도 사랑한 젊은이들이여,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피골이 상접해서 쓰러질 것같은 세월을 참 많이도 꺾어 보냈다. 내 자식 내 자식들은 가난을 물려 주지 않으려고 말이다,
이제는 말하고 싶다. 고난을 이긴 민족이 위엄을 남겼단 사실을 말이다. 행복에 겨워서 먹거리가 넘처 나서 무엇하나 아쉬움이 없이 자란 세대들 잘 들어라. 하루 아침에 훅 간단 사실을 말이다. 지나간 시절 나에게 남은 시간과 좁은 시야로 들어오는 느낌 친구도 만나고 세상살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산전수전 환갑 진갑 지나면 나이 들어간다고 하지 않고 늙어간다고 한다, 어느덧 이 중년의 인생고개에서 지난 날을 뒤돌아보니 붙잡고 싶었던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서리 맞은 나뭇잎은 바람도 없는 허공에 저절로 떨어지고 인생의 초겨울 문턱에 찬바람이 불어오누나.
내 인생의 시계는 몇 시쯤일까? 어디쯤 왔는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중년의 길 몇 시인지 알면 뭣 하리 석양빛 노을 지고 어둠이 깔리면 그냥 밤이지.
내 인생의 마지막 밤이 오면 그 세월에 묻어 둔 추억의 옛 동산에 올라 천상의 노래 들으며 고요히 잠들 거외다. 그러나 그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 젊은 날의 불타는 청춘보다 더 뜨거운 중년의 가슴속 청춘이 오늘도 쿵쾅거리며 웃는다. “하하하! 호호호! 하하하!”
초등 친구들 만나면 지난날을 떠올리며 당시의 잣대로 지금을 재단하는데 내 늙어가는 줄은 모르고 헛소리 싱거운 소리도 한다. 그래서 친구가 좋고 옛날이 그리운데 이해못하거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심드렁해져 모임도 만남도 어울림도 멀어져 가지만 자연적인 현상이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 만나면 첫마디 안부 인사가 누구 살아 계신가? 그러나 대부분 돌아가셨다, 하고 당시 어르신들의 그 자리 보다 지금 우리들은 훨씬 더 지났으니 세월이 많이 흘러갔네 하곤 한다.
궁상맞지만 그래도 그때 이야기는 그리움이고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라 뻔한이야기 당연한 건데도, 자꾸 하게된다. 세월의 길이 만큼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는데.앞으로 얼마나 더 변할지? 누가 알겠나. 뒷 처지지 않고 즐기며 살면 되는데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고 즐겁게 살자 천년 만년 살것도 아닌것을 이제 철들고 가치관도 정립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마음도 유연해지지 않았나 생각되며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게 남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올 한해 12월도 얼마남지 않았는가. 앙상한 가지에 마지막 잎새만 바람에 흔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