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예술의 르네상스, 그 주역을 만나다 (14) 가곡 명창 김정란 “요즘처럼 힘든 시기 우리 가곡이 사람들 마음에 위안이 되기를…”
사람들은 가곡(歌曲)하면 서양의 가곡을 먼저 생각하고, 슈베르트나 슈만 등을 떠올린다. 또 그런 서양가곡을 그냥 ‘가곡’이라고 말하고, 우리 가곡을 ‘전통가곡’이라 말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서양의 가곡은 ‘서양가곡’이고, 우리의 전통가곡이 ‘가곡’이다. 우리의 가곡은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이며, 201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김정란 명창은 그런 우리 가곡을 대구 무형문화재 제5호인 권일지 명인으로부터 여창가곡 이수자 9명 중 장학생 1호로 선정됐다.
김정란 명창은 가곡을 이렇게 설명한다. “가곡은 우리의 성악곡으로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이라고도 하며, 조선시대 상류층에서 애창된 시조, 가사와 함께 정가(正歌)에 속한다. 정가는 멀리 신라의 향가에 연원을 두는데, 조선시대의 양대 시가인 시조와 가사를 실제 노래로 부르는 것을 말한다. 시조는 장구 반주나 악기 하나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가곡은 거문고, 가야금, 새피리, 대금, 해금, 장구로 편성된다. 또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의 3형식이고, 가곡은 5장으로 전주에 해당하는 대여음과 간주격인 중여음 등이 있다”고 말한다.
김 명창의 친정은 종손집이다. 친정에서는 4대봉제사(사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추모의식절차)를 지내게 되고, 그녀도 자연스레 조상들의 예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합천으로 시집와서는 전에는 시조실로 운영되던 합천군노인회 합천읍분회 건물에서 어르신들이 하는 시조창을 배우러했고, 어느 순간 음과 내용들이 함께 들리면서 깊이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런 가풍 때문인지 30여년을 시아버지, 친정어머니, 시어머니를 차례대로 병수발하며 정성으로 모셨는데, 2019년에 신성동우회(회장 김용균 전 국회의원)가 주관하는 시상식에서 효부상을 받기도 했다.
한편 김 명창은 (코로나로 인해 잠시 중단되거나 축소되고 있지만) 학생과 일반인을 상대로 정가 보급을 위해 학교와 향교 등지에서 가곡과 시조창을 지도하고 있다. 그녀에게서 지도받은 학생들 중에는 700명 이상 참가하는 전국정가경창대회에서 2016년 초등부 동상, 2018년 초등부 금상을 각각 수상했으며, 2019년에는 평시조 일반부에서 대상까지 수상했다. 또 2019년 합천군에서 개최됐던 전국정가경창대회의 이면에는 합천 정가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그녀의 공이 컸다.
명창 김정란은 사설시조 ‘팔만대장 부처님께’, 여창가곡 ‘유자는’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 말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어렵고 힘들수록 너무 앞으로만 나아가려 하다보면 회복할 수 없이 깨질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잠시 멈추고 되돌아봄도 필요하다. 우리의 정가에는 시조, 가사, 가곡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곡은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우리들의 마음을 위안해 줄 수 있는 많은 좋은 점들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우리의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가 아닌가 싶다” /천미화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