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어제(御製) 위장필람(爲將必覽)을 읽고 – 권해조 논설위원
며칠 전 육군박물관 학예총서 제1집 「어제(御製) 위장필람(爲將必覽)」을 감명있게 읽었다. 이 책은 조선 21대 영조(1694-1776)임금이 직접 쓴 책으로 장수(將帥)의 지위에 있는 자가 반드시 보아야 할 책이란 의미이다.
영조실록(英祖實錄) 30년(1754년) 8월 30일 기사에 “임금이 「위장편람」를 친히 지어 여러 신하들에게 보이고, 군문(軍門)으로 하여금 인쇄하여 여러 무신들에게 반포하였다”로 기록되어있다. 책의 내용은 서문과 다섯 항목, 추록으로 되어있다.
먼저 서문(序文)에는 책의 저술배경과 책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무릇 장수는 삼군(三軍)의 마음을 얻어 모든 병사들이 한마음으로 뭉쳐야만 참다운 장수가 될 수 있다는 「삼국지(三國志)」의 ‘만인일심불가당(萬人一心不可當)’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하여, 중국 명나라 병서(兵書)인 「등단필구(登壇必究)」를 저술한 의도와 같다고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내가 임금에 오른 지 30년이 되었고, 내 나이 환갑이인데도 군민(軍民)에게 하나도 은혜를 베풀지 못했다. 선대왕이 군민을 사랑하고 걱정하던 마음을 우러러 바라보며 선대 왕릉을 배알하고 돌아오는 날 시재(試才)를 주관하는 장막에서 한편의 글을 만들었는데 그 책의 이름을 「위장편람」이라 하였다.
다음은 다섯 항목의 설명이다. 첫째는 무휼(撫恤)이다. 장수는 즐거움과 수고로움을 언제나 삼군과 함께하면서 삼군의 수고로움을 이해하고 이를 위안(慰安)해 주어야 한다. 둘째는 입위(立威)이다. 군대의 위엄을 세운다는 것으로 군대의 위엄을 세우기 위해서는 엄중함(嚴)과 신의(信)가 필요하고, 법령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병사들을 억제하거나 형벌을 혹독하게 하여 병사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는 수성(守城)이다. 성을 지킨다는 의미이며, 단순히 성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고 사직(社稷)과 인민(人民), 나아가 한 나라를 지킨다는 뜻이며, 수성을 위해서는 근본을 견고하게 해야 한다. 넷째는 행진(行陣)이다. 군대의 행진을 말하며, 말을 탄 장수는 병사들의 상황을 돌아보면서 행진해야 하며, 이것이 병사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이다. 그리고 행진도 엄정해야 한다. 마지막 어적(禦敵)이다. 적을 방어하는 것이다. 장수가 위엄만 내세우면 어린아이의 전쟁놀이와 같으니 평소 훈련할 때 적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엄중해야하고, 평소부터 장수와 병사간의 신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다섯 항목에서 나라의 안위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성을 지키는 수성(守城)과 적을 방어하는 어적(禦敵)이다. 무휼과 입위는 은혜와 위엄을 동시에 베푼다는 의미이며, 수성은 종사와 군민을 위해서 도성을 지키고자하는 의도가 담긴 것이고, 행진과 어적은 긴밀한 관계에 놓여있다. 따라서 다섯 항목은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군대를 통솔하는 하나의 축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추록(追錄)은 위장편람을 쓴 3일 후에 작성하여 말미에 붙여 특별히 경계를 당부한 내용이다. 추록은 도성을 방비하고 실제 적과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근본으로 장수의 능력을 강조하고 도성을 방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어있다. 한양(漢陽)은 남한산성과 연결되어 앞뒤로 적을 공격하는 형세를 이루고 있다며 남한산성의 방비를 철저히 당부했다. 북한산성과 송파나루의 중요성도 역설하면서 경계의 구체적인 방법을 기술했다. 그리고 군총(軍摠)뿐만 아니라 전임(前任)장교나 무관 및 군병(軍兵)들도 적절히 활용함을 역술했다. 마지막으로 실제 적과 싸울 때 용병술도 언급했다.
「어제 위장편람」은 평소 병사들의 고난을 이해하고 위안을 해주는 무휼(撫恤)과 장수의 공정함과 위엄과 신의를 세워야(立威, 行陣) 유사시 제대로 방어가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다섯 항목은 상호 긴밀히 연계되어 있으며 <무휼과 입위>가 충실히 행해진 바탕위에 <수성과 행진, 어적>이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가장 핵심은 재능을 갖춘 장수의 신중한 임명으로 볼 수 있다.
필자는 육사생도시절부터 군문을 떠날 때까지 군사서적을 비교적 많이 읽었다. 작전요무령(作戰要務令)을 비롯하여 크라우제비츠 전쟁론과 리델하트의 군사이론, 손자병법을 포함한 무경칠서(武經七書), 동국병감(東國兵鑑)과 병학지남연의(兵學指南演義) 등 동서양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전략, 전술, 전쟁관련 책을 수없이 읽었다. 그러나 「어제 위장필람」은 처음 읽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조선시대 지도자의 전쟁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책이다. 앞으로 이 책이 전쟁을 연구하고 군사학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널리 읽혀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