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수 같은 ‘코로나 19’와 이별을 학수고대하며 – 이호석 수필가
‘코로나19’가 처음 인간을 습격한 것이 2019년 말이니, 벌써 햇수로는 삼 년 차에 접어든다. 놈들은 비겁하게도 한 번도 당당하게 나타나지도 않고 살금살금 몰래 숨어 다니며 인간을 괴롭힌다.
찰거머리같이 인간에 붙어 다니면서 지구촌 어디든지 제 마음대로 공략한다. 세상 어디를 가도 여권이나 비자도 필요 없고 무임승차로 이동하는 놈들이다. 총과 대포가 있는 군부대도 겁 없이 들락거리고 그 무서운 핵폭탄도 겁내지 않는다.
마치 만물의 영장이라며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권력과 돈만 있으면 최고 인양 우쭐대는 인간들을 혼내 주려는 듯 온 지구를 휘젓고 다니며 골탕을 먹인다. 아니 무지하고 오만한 인간들에게 자연 앞에 좀 더 겸양하게 살라고 경고하며 돌아다니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 나는 이놈들 때문에 정말 황당한 일을 당했다. 종중(宗中) 일을 의논하기 위해 종인 다섯 명이 모여 예약된 식당으로 갔다. 방에 들어가 막 앉으려는데 주인이 오더니, 예약할 때는 네 명이라고 했는데 왜 다섯 명이 왔느냐며 함께 식사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 방은 조금 작은 방인데 상(床)이 두 개 놓여 있어 평소 같으면 여덟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다. 그래서 한 상에 2명, 한 상에 3명이 따로 앉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주인은 요즘 단속이 심하다며, 누가 봐도 같은 종인들이 함께 온 것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고집을 한다. 그러면 두 사람은 다른 방에서 식사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다른 방은 모두 이미 예약이 되었다고 한다. 정말 난처한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문득 며칠 전 모 국회의원 나리가 한 짓이 떠오른다. 일행 5명인가 6명을 데리고 한 식당에 들어가서 바로 옆자리에 갈라 앉아 식사한 것이 들통이나 코로나 예방 대책을 어겼다고 시끄러웠다. 그런데 아량이 넓은(?) 코로나 대책 본부에서 두 곳에 나누어 앉았고 식사 대금도 따로 냈기 때문에 함께 간 사람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려주면서 어물쩍 넘어가는 꼴을 보았다.
하기야 국회의원들처럼 끗발 좋은 인간들은 법망이나 규정도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지만 우리 같은 장삼이사야 어디 감히 그럴 수가 있겠는가. 결국, 다섯 명 중에 제일 늦게 끼인 내가 일어서 나왔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나 나오는 나나 모두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색한 분위기였다. 식당을 나오면서 코로나 네놈 때문에 별 희한한 일을 다 당하는구나 싶어 괘씸했지만, 이놈한테 화를 낼 수도 없는 처지이고, 그저 마음속으로 융통성 없는 주인만 원망했다.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보니 인근 식당마다 큰 홀에 손님들이 2, 30명씩 북적거리고 있다. 이런 곳에서 같이 온 일행이 옆 테이블에 앉아 함께 식사를 해도 도저히 알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섯 사람 이상 같은 식당에 못 들어가게 한 규정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엉터리 같은 규정이라도 지키려고 고집하는 그 식당 주인이 오히려 좋게 보였다. 며칠 전 식당에서 온갖 변명을 하며 빠져나간 그 국회의원 무리와 엉뚱한 논리로 이를 덮어준 인간들에 비하면 너무나 순진무구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그 식당 주인의 영악한 머리에 놀아난 것이 아닌가 싶어 기분이 영 찝찝했다. 혹시 4명은 잡아 놓은 손님인데, 한 사람 때문에 따로 한 상을 더 차리기가 싫어서 그렇게 고집을 부린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놈아! 네놈 때문에 인간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름 겨울도 없이 마스크를 써야 하고, 사람이 사람모인 곳을 피해 다녀야 하고, 모든 단체 활동도 전혀 할 수가 없고,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식사 한 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떨어져 있는 가족들도 마음 놓고 만나지도 못하고, 어렵게 사는 소상공인들의 장사도 망쳐놓고, 나라 경제도 엉망이고, 젊은이들 취업도 안 되고, 등등 다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한마디로 그 평화롭던 세상을 네놈들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제 행패를 멈추고 스스로 물러가라. 그만하면, 무지한 인간들에게 그 포근한 자연(自然) 속에도 네놈같이 무서운 놈들이 숨어 있는 것도 알았고, 또 평소 그 자연에서 마음껏 누린 자유가 얼마나 크고 값진 것인지도 충분히 알게 하였으니 말이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으며,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찾아다니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마음 놓고 만날 수 있을까. 온 세상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는 웬수 같은 ‘코로나 19’가 하루속히 우리 곁에서 떠나기를 학수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