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열하일기를 읽고 – 권해조 논설위원
새해 벽두에 후배 저자가 보내준 「저전거로 가는 신(新)열하일기」를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윤일영(尹日寜), 김종운(金鐘雲) 등 7명의 공동저자가 지난 2019년 7월의 더운 여름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 단동(丹東)에서 만주의 한복판인 요양(遼陽), 심양(沈陽)을 거쳐 산해관(山海關), 북경을 거쳐 고북구(古北口)의 만리장성을 넘어 당시 열하(熱河)인 승덕(承德)까지 장장 1,500여 km의 먼 길을 한 달간 자전거로 함께 달리며 기록한 역사기행이다. 도서출판 맑은샘(2020.11.12.발행)이 발행했으며, 총 375면으로 머리말에 이어 본문 8부와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책 머리말에서 “240여 년 전인 1780년, 연암은 청 건륭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조선의 사절단의 일원으로 당시 천자의 나라 청나라를 방문하게 된다. 그의 기행문인 「열하일기(熱河日記)」는 평안도 의주에서 압록강을 건너면서 시작하여 열하(熱河)까지 음력 6월 24일부터 8월 20일까지 56일간 2,500여리의 노정(路程)을 기록한 것이다. 당시에는 교통편이 배나 말 밖에 없었고, 한여름 염천하의 여행이니 고난의 행군이었음이 짐작된다. 이 「열하일기」를 통해 연암은 당시 오랑캐라고 폄하하던 청나라의 문물과 사고를 바탕으로 조선 사회문제를 신랄하게 풍자하며 조선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연암일기의 노정(路程)인 만주에서 북경에 이르는 지역은 명말(明末) 청초(淸初)의 왕조 흥망과 성쇠가 교차하는 역사적 풍운이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우리 한민족의 고대사가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연암일기에는 포함되지는 않지만 저자들은 고구려의 대당항쟁의 현장인 안시성(安市城)과, 강홍립의 조선군이 패전한 부찰(富察)지역까지 답사하였다.
이러한 지역을 답사하면서 저자들은 우리 민족의 활동무대였던 만주지역을 잃고 한반도로 축소된 우리 역사의 아픔과 함께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안시성 옛터에서 역사의 허망함을 느꼈다. 그리고 강대국인 명과 청의 틈바구니에서 참전의 이유도 모른 채 죽어야 했던 강홍립의 조선군이 패전한 부찰지역에서 약소국의 설움을 온몸으로 느껴야했다.
필자는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몰랐던 「열하일기」의 내용과 연암의 사상, 중국의 역사와 오늘날의 한중관계를 재조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청나라는 ‘오랑캐의 나라’라는 당시 조선 사대부들의 일반 인식과는 달리 연암은 청나라로부터 배워야할 것이 많다는 실용주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조선 후기 북학파이다. 백성들에게 이롭고 국가를 부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법이 오랑캐에서 나왔더라도 본받아야 한다는, 즉 이용후생(利用厚生)이 연암을 위시한 북학파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심양(沈陽)에서 명망청흥(明亡淸興)의 서막인 살이호(蕯爾滸)전투, 심양(沈陽)전투와 후금(後金)과 청(淸) 건국에 관한 상세한 역사기록이 돋보였다. 그밖에 저자 윤일형의 호산장성(虎山長城)에서, 김종운의 요하를 건너 신민(新民)의 밤, 효종의 청석가(靑石歌), 연암의 요동벌판을 새벽에 지나며( 연암집 4권) 등의 시(詩)를 음미하면서 역사기행을 실감나게 하였다.
저자들은 여행을 끝내면서 몇 가지를 피력하였다. 첫째는 중국은 개인의 인권보다 국가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공안(公安)의 나라’로 공안에 의해 파악되고 통제되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소지품 검사와 신분확인을 받아야한다. 그리고 중국은 ‘구호와 표어의 나라’로 어디를 가나 수많은 구호와 표어를 볼 수 있다. 이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불안한 나라로서 체제선전을 통해 사상통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둘째는 연암이 살았던 조선은 정치적 문화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과의 모순이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천자의 나라’인 중국을 변방국인 조선이 받아들어야 했고, 문화적으로도 청나라 문물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오랑캐나 되놈으로 멸시했다. 당시 조선은 정치적으로 강대국인 청을 무시하고 심리적으로 명을 지지하다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자초하였다. 오늘날에도 한국과 중국은 정치와 경제면에서 모순이 존재한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역사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훌륭한 지도자가 나와 우리 민족의 신명과 잠재력을 일깨워 새로운 역사적 기적과 신화를 창조하자고 하였다.
결론적으로 50대 후반에서 70대의 중노인으로 구성된 저자들이 7월 한여름에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전거로 장장 1,500km에 달하는 긴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그 열정과 체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들의 남다른 노고를 치하하며 이 책이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