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한일관계 복원」 시급하다 – 권해조 논설위원
현재 한일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2018년 10월 일제 강제징용관련 한국대법원 판결과 지난 1월 8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한국법원의 판결이후 양국 관계가 극도로 나빠진 탓이다.
지난 1월 22일 부임한 강창일 신임 주일한국대사가 외교관례와는 달리 스가 요시히데 (菅義偉)총리와 모테기 도시미(茂木敏充) 외상과는 아직까지 면담조차 하지 못하고, 자민당 보수의원들은 ‘한국을 돕지도 말고, 가르치지도 말고, 관여하지도 않는다.’는 ‘비한(非韓) 3원칙’으로 가자며 한국을 멸시할 정도이다. 여기에 최근 하버드대학 존 마크 램지어(Ramseyer) 교수가 한국인 ‘위안부’를 자발적인 ‘매춘부’로 곡해하는 논문까지 발표해 양국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2018년 국방백서」에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할 ‘동반자’라고 했으나, 작년 12월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서는 일본을 ‘이웃국가’라고 격하시켰다. 또한 최근 독도에 대한 한일 양국의 군사적 대응쟁점 등도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나라 안팎에서 「한일관계 복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17일 외교부 고위관계자가 “남북관계 복원보다 한일관계 복원을 먼저 해야 한다.”고 밝혔듯이 우리 정부도 올해 우선 외교과제를 한일관계 개선에 두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복원에 따른 한미일 삼각협력강화를 위해서이다. 두 번째는 한일 양국의 국익차원이며, 셋째는 7월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 개최에 있어 역할 분담과 기여 등이다.
이를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한미동맹관계 발전과 한미일 3각 협력강화 일환이다.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의 취임일성이 동맹국 관계복원이다. 그는 한국을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린치핀(핵심축), 일본을 인도 태평양 평화의 번영의 주춧돌이라 언급하면서 한일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관계는 한미일관계의 근간이다. 그런데 미일 간의 관계는 어느 때 보다도 더 밀착돼 있는 데 반해 경색된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이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사드배치 반대,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으로 인해 더 이상 한국을 동맹국으로 믿기 어려운 ‘표류하는 나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일 미의회조사국(CRS)이 발표한 미일관계 보고서에서 2018년부터 악화된 한일갈등을 지적하면서 한일관계가 “수십 년 이래 최악의 수준까지 추락했으며, 이는 한미일 3국의 정책조율을 약화시켰다.”고 평가하였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복원을 공언해온 사실을 환기시키며 더 효과적인 3자 협력증진을 위해 두 동맹 간 신뢰를 촉진할 방법을 검토 중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일양국 관계가 계속 불편하면 미국은 한미일 3각협력이 아닌 ‘쿼드(Quad)’ 등 한국을 제외한 다자협력체에 더 비중을 둘 것이라는 경고까지 하였다. 한편 이 보고서에 미일관계는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양국은 중국, 북한까지 역내 다양한 안보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기술 했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기조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동맹경시에서 벗어나 동맹중심의 다자협력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일대일 이단(異端)외교가 아닌 정통외교로 복귀해 대 중국 견제정책도 미중(美中)양자대결이 아닌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쿼드(4자)연합체’로 확대하고, 동북아 안보와 대북한 정책도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3각 협력으로 접근하는 다자주의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이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동맹국들과 다자(多者)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 한국은 배제돼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 1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일본, 호주, 인도 4국연합체인 ‘QUAD’ 및 ‘미국+E3(영.불.독)’ 외교장관화상회의와 19일 G7 화상정상회의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한국이 동맹국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한미일 삼각협력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
둘째, 한일 양국의 국익측면이다. 2018년 강제징용 배상에 관한 대법원 판결 후 우리의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일본은 2019년 7월 1일자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수출규제 강화조치에 이어, 8월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제외시킴으로서 전략물자 1,100여개 품목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양국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셋째, 올해 7월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한 우리의 역할 분담과 기여이다. 도쿄올림픽 개최는 코로나로 인한 국제사회 침체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본연의 취지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상 기대와 2018년 평창 올림픽 때처럼 다시 남북 대화를 북미협상으로 이어질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가 한일관계 복원을 시급한 과제로 삼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일본의 대응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2월15일 취임한 신임외교부 장관에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하며, 주변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국익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했으며, 특히 엊그제102주년 3.1절 기념사에서도 “양국 협력은 한일 두 나라와 동북아 안정과 공동번영에 도움이 되고, 과거문제는 과거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하며, 우리정부는 언제든 일본정부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있다”고 하면서 한국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협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정부도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되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자 배상문제 등 정부차원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매년 열리는 한일 안보전략대화를 수시로 개최하여 한미일 안보협력의 요체인 한일 군사비밀정보협정(GSOMIA)은 물론 초계기문제 등 군사적 충돌 문제점을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이다.
신임 주일한국대사도 2월 9일 주일 한국인 특파원들에게 “한일관계는 상상외로 엄중하다.”고 말하고, 2월8일 독립선언기념행사에도 참석하여 “정부는 한일 간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대화와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친한파로 알려진 일본 9선의원인 자민당 간사장 대행 노다 세이코(野田 聖子: 61) 의원도 한일은 미중(美中) 대국에 둘러싸인 공동운명체로 양국의 불화가 일시적인 정권부양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양국국민의 피해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며 관계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역사, 영토문제 등으로 갈등이 있었지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인권을 중시하며 같은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 양국은 과거사문제에서 벗어나 한일 간 기본조약을 존중하고 선린우호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미일 안보 공조에 적극 협력해 나가야한다. 또한 양국의 국익을 위해 대승적 견지에서 다양한 채널의 군사, 외교, 정치지도자, 정상 간 회담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일 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떨어질 수 없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자 일의대수(一衣帶水) 관계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상호 비방을 자제하고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진정한 협력관계로 21세기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한일관계의 복원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