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역사다 (2) | 주월한국군은 3분마다 빤스를 한 번씩 갈아입는다? – 권길홍 수필가
뭐! 우리 주월한국군인들은 3분마다 빤스를 한 번씩 갈아입는다? 세상에! 월남이 아무리 덥고 습한 나라지만 3분에 내의를 한 번씩 갈아입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정말 3분에 빤스 한 개 정도는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경우가 이틀인가 사흘간 세탁물을 많이 만들기 위해 죽자살자로 땀을 흘리면서 고생을 한 때는 있었다.
업셔호라는 미군수송선을 타고 부산항을 출발한 후 남해바다에서 서해를 지나 남지나해를 거쳐 망망대해에서 일주일을 견딘다. 베트남의 캄란만에서 하선하여 나트랑에 도착한다. 이곳을 거쳐 제1군수지원단이 있는 퀴논의 안손마을에 있는 자대로 배치를 받기 전 본부중대에서 대기상태로 있었던 날이 며칠 되었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무 일도 않고 보충병으로 막사에서 지내다 갑자기 낡은 군복 일습으로 바지, 윗도리, 런닝과 팬티 그리고 양말까지 내주면서 전부 다 갈아입어라 해서 갈아입고 연병장으로 우리 신병들은 모였다. 우리 월남신병들은 아무 영문도 모른 체 우루루 몰려서 집합을 하니 조교 비슷한 군인이 나오더니 난데없이 연병장 구보를 돌렸다.
이럴 땐 정말로 구보를 한 게 아니라 돌렸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왜 구보를 해야 하는지 이유도 몰랐으니! 이 뿐 아니라 아무리 1월이지만 월남이라는 열대지방 아닌가? 땀도 삐직삐직 나와 월남의 괴로움이 실감나려 하는데 또 갑자기 낮은 포복에 뒤로 포복을 바로 시킨다. 우리가 아무리 월남 신병이지만 이건 훈련도 아니고 체계도 없이 마구 시키는 듯 보였다. 그런 후에 옷에 땀이 배이고 진흙이 약간 묻었을 정도가 되니 또 군복 일습을 내주면서 옷을 갈아입으라 하고 아까처럼 구보에 포복을 돌리는 거였다. 이날은 첫날이라 이런가? 열 몇 번을 연달아 구보하고 포복을 하면서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뭐 훈련도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시키나?
이날 하루에 땀으로 범벅이 되고 진흙을 묻힌? 군복을 세탁물로 보낸 게 아마 열 벌은 더 됐을까? 한 사나흘을 이런 식으로 초뺑이 치다가 그런 후에 자대 배치를 받았는데 이런 식의 중구난방식 훈련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런 후에 자대로 배치를 받은 후 주임상사님 말씀에 세탁물을 많이 내놓는 사병이 애국자라고! 무슨 말이지? 세상에! 그 별 거 아닌 빨래감을 많이 만들어 내놓는 군인이 애국자라니! 또 월남의 군대는 군복도 내가 세탁하거나 빨아 입는 게 아니라 부대에서 빨아서 갖다 바치는가? 어쨌든 호강은 하는 모양이라고 좋게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에도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악착같은 의욕이 발휘가 되었다.
파월군인들의 군복세탁을 전부 용역업체인 xx사에서 맡아 했는데 이 국방부 소속업체에서 파월군인들의 옷을 세탁해주고는 미군으로부터 세탁비를 지급받았다. 이런 돈들이 바로 우리나라의 파월잡수입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또 기상천외한 재주를 부리게 된다. 초기에는 훈련을 겸해 구보나 각개전투의 시범을 보이면서 땀을 흘리게 하여 세탁물 수를 늘리다가 나중에는 우리 군인들이 힘들어 한다고 세탁물은 안 보내고 숫자만 올렸는데 이렇게 해도 미군 경리단에서 모른 체하고 세탁비를 전부 지급해주었다. 정말 모른 체하고!
못사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억지를 미국은 애국적 충정으로 받아들였다. 한국 국방비에 보탬이 될 거라고! 처음에는 이해를 해주면서 세탁비를 꼬박꼬박 대주었다. 나중에는 그 숫자가 얼마나 크게 부풀려졌던지 3분인지 30분에 빤스 한 개를 갈아입을 정도로 세탁물 숫자가 엄청나게 불어나니 미군 경리단에서 세탁물을 확인하겠다고 통고를 했다.
이런 식으로 그 당시의 우리 주월한국군 모두는 군복인 세탁물 하나에서도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