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한국시의 질병에 대한 인식양상 (3) – 류해춘 성결대 교수
4. 백석의 「고향」과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체정신
비대면(Uncontact) 사회가 도래했다.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면대면(Contact)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로 소비하며 연락하고 소통한다. 마스크와 소독제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상대방이란 언제든지 해를 끼칠 수 있는 존재이다. 코로나19로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와 교역과 교류 그리고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제동이 걸려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발견을 배경으로 하는 지역주의와 지방으로의 이동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 심리적으로 소비와 생산 그리고 유통이 동시에 위축되고 있어 경제적으로 위기의 도래가 점쳐지고 있다. 면대면의 상호작용이 온라인(Online) 소통으로 대체되는 비대면의 사회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따듯한 공동체의식으로 연대하여 건강한 교류와 소통으로 어려워진 인간관계를 극복하여야 한다. 그 결과로 우리는 신의 축복을 받은 곳으로 우리가 활동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백석의 시 「고향」에는 질병으로 앓아누운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향촌공동체의 따뜻한 위로를 받는 내용이 나온다.
문득 물어 고향(故鄕)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平安道) 정주(定州)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씨) 고향(故鄕)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氏)ㄹ 아느냐 한즉/ 의원(醫員)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쓸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醫員)은 또 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故鄕)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백석(1912~1996), 「고향(故鄕)」 전문
백석은 시에서 고향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질병의 아픔을 극복한다. 오늘날 서울의 거리는 한산하고 조용하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거리에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비말(飛沫) 즉, ‘날아 흩어지는 작은 물방울’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병을 옮긴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면대면으로 만나면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2m)를 시행하면서 자신의 방역을 철저하게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비대면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전달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인간정신을 회복하여야 한다.
「고향」이라는 시에 나타난 시어들은 모두가 중심단어인 ‘의원’이라는 같은 고향의 사람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병이 들어 누워 있다. 의사와 시인이 대화를 나누면서 의사는 화자의 고향을 묻고 서로 대화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화자가 정주가 고향이라고 하자 의사는 다시 ‘아무개씨’의 고향이란다. ‘아무개씨’가 나의 아버지라고 하자, 의원은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면서도 더욱 따스한 손길로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 이렇게 「고향」에서는 ‘의원(醫員)’이라는 시어에서 실향민의 향수와 추억을 향촌공동체인 고향의식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객지에서 고생을 하다 질병을 앓고 있는데, 아버지 친구인 의사를 만나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 시인은 질병을 치료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아버지로 상징되는 가족공동체의 귀중함과 고향으로 상징되는 향촌공동체의 중요성을 노래하고 있다. 백석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삶의 실체를 표현하기 위해 고향마을의 이야기에 대한 시를 많이 쓰고 있다.
그의 고향은 평북 정주군 갈산면의 조그마한 산골마을인 익성동이다. 백석은 그 고향을 우리 민족의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어 민족공동체로서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고향의 지명적인 의미는 제외해 두고라도 그의 시에 나타난 산골마을의 의미는 한국에 근대문물이 들어오기 이전의 소박한 산골이며 인정이 넘치는 세상이라는 내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인은 이 시에서 개인의 삶이 가족과 고향이라는 공동운명체의 일원으로서 존재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화자인 개인은 공동운명체인 가족과 고향이라는 공간과 서로 합일해야 한다는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질병에 걸려서 병원에 갔는데 아버지의 친구인 의사를 만나 질병을 치료받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의원의 정성으로 질병을 치료받으면서 완치될 수 있겠다는 신뢰감을 가지게 되었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게 되었다.
백석의 시에 나타난 가족과 고향의식은 향촌공동체의 운명과 함께 연면히 흘러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주체적인 삶을 노래하고 있다. 향촌공동체의 네트워크를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추구하는 과정의 정서표출을 묘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대유행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전염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생활을 일상화하고 있으나 심리적으로는 더욱 가족공동체와 지역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하여 서로 간에 따뜻한 위로가 되어 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네트워크를 통해서라도 서로 간의 안부를 확인하며 챙겨주어서 서로 외롭지 않는 세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한 우리들이지만 비대면 사회에서도 네트워크를 통해서 서로 새롭고 정확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합심하여 전염병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비대면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하여 전염병의 위기를 극복하고 치료제와 예방약(백신)을 활용하여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이전보다 더 큰 평화와 행복이 우리들의 가족공동체와 지역공동체에 찾아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