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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가 곧 행복이다 (11) – 변명규

소설 빙점이 나오게 된 이야기

일본에 미우라 아야코라는 사람이 있었다. 1922년에 태어나 199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96편의 소설을 썼다. 그는 불행하게도 24세부터 폐결핵과 척추 질병으로 13년간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 그가 남편의 덕분에 기적적으로 치유되어 가정을 꾸렸을 때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는데, 얼마나 가게가 잘되는지 물건을 자동차로 들여와도 다 팔렸다. 그런데 이곳의 물건이 잘 팔릴수록 이웃 가게의 물건은 팔리지 않았다. 이웃 가게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안 미우라 아야코 부부는 한 가지 묘안을 내었다.
“여보, 우리 가게 때문에 저쪽 가게가 잘 안되니 우리가 물건을 좀 팔지 못하더라도 저쪽 가게를 도웁시다. 그러니 앞으로는 손님들이 찾는 물건을 갖다 놓지 맙시다. 손님들이 오면 ‘우리 집에 그게 없습니다. 저쪽 가게에 가서 사십시오.’라고 합시다.” 그래서 그렇게 많이 오던 사람들이 이웃 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 이후로 미우라 아야코에게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미우라 아야코는 여유 있는 시간을 이용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틈틈이 쓴 <빙점>이라는 소설을 현상공모에 보냈는데, 그것이 당선되어 가게를 운영할 때보다 더 부자가 되었고,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다.
미우라 아야코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여유를 갖고 장사를 하니 제게도 여유가 생겼죠. 그 시간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소설 <빙점>도 쓸 수 있었고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했던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이웃을 얻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처럼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어 내는 사람은 결코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지 않는다. 혹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그 일엔 분명 끝이 있다. 남을 위한 마음,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꿈꾸는 사람은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에너지가 넘쳐나게 된다. 왜냐하면 남을 행복하게 하므로 자신에게 오는 큰 기쁨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아야코를 훌륭하게 이끈 남편 미쓰요. 그가 있었기에 아야코가 있었다. 감명 깊은 사연을 더듬어 보자.
북해도 아사히카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미쓰요는 1955년 6월 우연히 투병 중인 홋타 아야코를 병문안했다. 움직일 수 없던 아야코에게 미쓰요는 성경을 읽어 주고 노래를 불러 줬다. 세 번째 방문한 날 미쓰요는 “제 생명을 아야코에게 주어도 좋습니다. 낫게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이 진심어린 기도가 아야코의 마음을 움직였다. “언제 삶을 마감할지 모르는 사람과의 결혼이 말이 되느냐.”라는 아야코에게 미쓰요는 “3일만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면 결혼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만난 지 5년 만에 결혼했다. 미쓰요가 35세, 아야코가 37세였다. 그때까지도 아야코는 병상에 누워 있었지만 건강은 꽤 회복했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치유됐다.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미쓰요는 아예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아내가 구술한 내용을 필기했다. 1967년 ‘시오카리 고개’를 쓸 때부터 30여 년 동안 미쓰요는 아야코의 남편이자 충실한 비서로 지냈다. 환경을 초월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쓰요는 “고통 속에서도 남을 돕기 위해 무던히 애쓴 착한 사람이었다. 아내에게도 언제나 ‘요카타(좋아요), 요카타.’라고 말해 줬다고 한다. 학교를 8년밖에 다니지 않은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했다.
그는 아내를 만난 것이 기적이고, 감사라고 말했다. “정말 3일만 살아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40년을 함께 살았다. 아야코 덕분에 15권의 책도 썼다.”고
구멍가게 아저씨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동네 모퉁이 구멍가게에 분유를 사러왔다. 분유통을 계산대로 가져가니 주인은 8불이란다. 망설이다가 힘없이 돌아서 나가는 아이 엄마 뒤로 가게 주인은 분유통을 제자리에 올려놓으려다 슬며시 떨어뜨린다. 주인은 아이 엄마를 불러 세우고 찌그러진 분유통은 반값이라고 말한다. 정말 멋진 거래를 한 것이다. 아이 엄마는 자존심을 상하지 않고 헐값에 분유를 얻었고, 가게 주인은 천국을 얻었다.
사람의 참된 아름다움은 생명력에 있고, 그 마음 씀씀이에 있고, 그 생각의 깊이와 실천력에 있는 것이다.
내 주위에 관심을 가지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에게는 아주 작은 배려가 삶의 뿌리가 되고 희망이 된다. 배려라는 보배를 온 누리에 뿌리를 내리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식당 아주머니의 실수와 손님의 배려


(좋은생각, 2018. 11월호에서. 제목은 ‘꽃보다 아름다운’)

아내가 분식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 하는 일이라 다소 서툴렀다. 많은 메뉴를 외우는 모습에 안쓰러웠다. 출근 셋째 날, 아내가 실수를 했단다. 중연 남자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잘못 전달한 것. 아내는 당황해 몸 둘 바를 몰랐다. 손님에게 원래 메뉴로 다시 만들어 주겠다고 했으나 그는 미소 지으며 괜찮다고 했다. 아내는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손님에게 재차 사과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사모님 덕분에 그동안 먹어 보지 못한 음식을 먹었어요, 이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겠어요. 이런 음식은 맛보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그에게서 진정한 신사의 품격을 느꼈다.
꾸중을 듣고 혼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걱정을 풀어주고 존경스런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장면인가.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배려가 천국의 씨앗이 된다.